일진다이아몬드,'노조탄압'...상여금 쪼개기'꼼수'논란
일진다이아몬드,'노조탄압'...상여금 쪼개기'꼼수'논란
  • 한승훈 기자
  • 승인 2019.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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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노동조합 인정하고 노조파괴 중단하라”
일진그룹,일진다이아몬드 전면파업에도 묵묵부답

일진그룹 허진규회장이 노조의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조가 지난 6월2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원가 절감을 이유로 4년째 임금을 동결하고 있다. 이밖에도 상여금을 쪼개고 직원들의 복리 후생을 폐지했다. 이에 반발해 노동자들은 지난해 말 노조를 설립하고 올해 2월부터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회사가 노조에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교섭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하면서 회사와의 갈등이 심화된 상태다.

서울 마포구 일진그룹 빌딩 앞에서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이 천막농성 집회를 하고있다.(사진=한승훈)
서울 마포구 일진그룹 빌딩 앞에서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이 천막농성 집회를 하고있다.(사진=한승훈)

노조, 회사 측에 성실교섭 촉구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이 일진그룹 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90일 넘게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25일 서울 마포구 일진그룹 빌딩 앞 천막농성 집회에서 "본사차원에서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성실교섭에 나서 단체협약을 조속히 체결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4월 15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결렬, 4월 1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찬성률 92%)를 거쳐 쟁의권을 얻었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2018년 12월29일 설립된 이후 지난 2월7일부터 사측과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노사 교섭은 지난 2월 27일부터 지금까지 23차례 진행됐다.”고 했다.

노조는 사측에 노조 인정과 노조파괴 중단, 임금 인상(2014년부터 동결), 군사식 조직문화 현장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교섭에서 상여 600% 가운데 400%를 기본급과 고정수당으로 변경, 대체근로 허용, 180명 협정근로자 지정(파업 불가 인원) 등을 꺼내 들었다. 지금껏 149개 조항의 단협 요구안 중 의견접근이 이뤄진 조항은 9개에 불과하다.

노조는 “사측은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전체 조합원 250명 중 180명을 협정근로자(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노동자)로 지정하자는 등 노조법에서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자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교섭 태도로 일관했다”며 “여기에 여름휴가를 개인 연차로 사용하자며 기존의 조건보다 후퇴시키는 등 노동자들의 임금, 복지와 관련해서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그보다 후퇴하는 내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결국 노조는 사측의 교섭해태를 문제 삼으며 지난 6월 26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 교섭위원들이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고 판단해 일진그룹 본사에 실제 권한이 있는 임원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거부하며 노조의 불법행위 사과 및 재발방지와 교섭 자리에서 상호 존중, 쟁의행위 중단 및 업무 복귀, 성실 조업 및 사규준수 등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이를 약속하면 면담에 나오겠다는 통보를 했다.

노조는 “사측의 이러한 입장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며 “오는 31일 15시 일진그룹 본사 앞에서 노사 양측의 실제 권한을 가진 대표자 면담을 통해 사태 해결의 전환점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일진그룹 본사 로비에 노조원들이 노숙을 하며 농성을 하고있다.(사진=한승훈)
일진그룹 본사 로비에 노조원들이 노숙을 하며 농성을 하고있다.(사진=한승훈)

직장폐쇄...노조파괴'본격'돌입?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 48일째 되던 8월 12일 사측은 직장폐쇄를 실시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8월 12일 오후 2시부터 직장폐쇄에 돌입한다고 공고했다. 직장폐쇄 범위는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전 시설이다. 대상은 노조 조합원과 일진다이아몬드 소속이 아닌 제3자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직장폐쇄 조치를 실시했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만을 직장폐쇄 대상자로 삼은 것은 사측이 노조 탈퇴를 유도해 분열을 꾀하는 꼼수라는 것이다. 더구나 정당한 노조 활동이 이뤄지는 노조 사무실까지 폐쇄해 노동3권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0년 유성기업 직장폐쇄 사건에서 “직장폐쇄가 정당한 행위로 평가받는 경우에도 사업장 내 노조 사무실 등 출입은 허용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노조는 "직장폐쇄는 일진그룹 노조파괴 욕망이 만든 무리수"라며 "무리수의 속내는 결국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나아가 현장에서 노조를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폐쇄는 노조파괴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밝혔다.

홍재준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임금을 포기하고 싸우는 이유는 사측의 탄압과 갑질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사측은 무엇이 무서워 직장폐쇄라는 카드를 사용하고 우리를 내쫓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측이 노조파괴 행동을 당장 멈추고 성실 교섭에 임한다면 노조는 언제든 교섭을 통해 갈등을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승훈)
(사진=한승훈)

특히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 임금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시간당 최저임금인 8,350원이다. 근속이 10년을 넘어도 기본급은 최저임금에서 10원이 많은 8,360원에 불과하다. 사측은 격월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최저임금 범위인 기본급에 산입해 노동자의 실질 임금 인상을 막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직장폐쇄가 불법이라고 보고 고용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측,노조 힘빼기 시도하나?

홍재준 지회장은 “회사가 쟁의행위 중단과 업무복귀, 성실조업 등 선조치를 요구하면서 파업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이 노조가 받아들이지 못할 전제조건을 내건 뒤 교섭·면담을 거부하는 식으로 '노조 힘 빼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7월 31일 일진그룹 앞으로 공문을 보내 본사에서 양측 대표급 면담을 요구했다. 노조측에서는 노조 대전충북지부장·사무장·지회장이 참여할 테니, 사측에서는 단협 체결과 노사관계에 권한이 있는 임원의 참여를 요청했다.

회사측은 7월 22일과 7월 23일에도 "사무관리직들에 대한 반말·욕설·무력행사·감금 등 불법적인 행태에 대한 지회 의사를 표명하기 전까지 교섭할 수 없다"는 주장을 담은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회사가 공문을 보낸 뒤 관리직들은 7월24일 오후부터 '무기한 휴무'를 선언하고 장기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올해 4월 지회의 노동위원회 조정신청 이후 대체인력을 채용하고, 작업물량을 외부로 반출하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행위를 했던 회사가 노조를 불법·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현장순회 과정에서 중간관리자 폭행으로 조합원 두 명이 입원했다"고 전했다.

홍재준 지회장은 "노조는 회사가 주장하는 불법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회사가 하루라도 성실하게 교섭에 나오는 게 노사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노조는 언제든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단협이 체결될 때까지 본사 앞 농성과 음성공장 농성을 병행할 예정이다.

본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회사 측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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