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된 바이오 업계... 이번엔 헬릭스미스 임상3상 ‘결함’
'양치기 소년'된 바이오 업계... 이번엔 헬릭스미스 임상3상 ‘결함’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이오업계 악재 끊이지 않아... 코오롱티슈진·에이치엘비·한미약품·신라젠 이어 올해 5번째

제약·바이오업계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임상 실패와 허가 취소가 잇따른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 084990)마저 임상 과정에서 결함이 나타나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강당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의 미국 임상 3상 결과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강당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의 미국 임상 3상 결과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헬릭스미스는 24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임상 3상 결과 설명회에서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위약과 약물이 함께 검출되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일부 환자에 가짜약(플라시보)과 신약후보물질을 섞어 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문기관 조사 결과 최소 32명의 명백히 잘못된 환자가 발견되는 ‘반복적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약물 혼용의 명확한 증거가 있다”며 “어떤 환자에서 뒤바뀌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약의) 유효성 해석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 영향으로 지난 3월 13일 25만원선 가까이 올라갔던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2거래일째 하한가를 기록했다. 24일 주가는 5만1400원(29.99%)이 폭락한 12만원에 이어, 25일에도 3만6000원(30.00%)이 빠진 8만4천원으로 떨어졌다. 3조6천억원에 달했던 시총도 이틀 만에 반토막 난 1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기업들은 잇따른 임상 실패로 인해 업계 전반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주고 있다.

코오롱티슈진(950160)은 지난 5월 28일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허가 취소를 받고 주식 거래가 정지된 데 이어,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26일에는 일차적으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에이치엘비(028300)는 지난 6월 27일 위암 치료제가 임상 3상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뒤늦게 발표했다. 이날과 다음날 이 회사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해 주가가 반토막 났다.

한미약품(128940)은 지난 7월 3일 미국 얀센으로부터 비만·당뇨치료제 기술 권리를 반환 통보 받았다. 41만원 선이던 한미약품 주가는 하루만에 10만원 이상 빠졌다.

신라젠(215600)은 지난 8월 2일 미국의 전문가단체(DMC)로부터 간암 치료제(펙사벡)의 임상 3상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이 때문에 4만4천원선이던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 1만원대로 폭락했다. 3조원이 넘던 시가총액도 1조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회사가 임상 결과를 유리하게 포장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이용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지난 5월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에이치엘비의 경우 지난해부터 신약개발을 내세워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무려 7차례에 걸쳐 1185억원의 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였다.

신라젠은 지난 3월 1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임상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연 3%인 만기이자율을 6%로 높여주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임상중단 발표 한달 전 이 회사의 전무는 보유주식 전량을 팔아 88억원을 현금화했다. 증권가에서는 ‘임상에 자신이 있었다면 결과가 나온 뒤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제는 고위험 신약개발 기업들에 대한 투자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