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조성구 古典政談⑥-절차탁마(切磋琢磨)]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년 역사가 만든 결실이다
[영화감독 조성구 古典政談⑥-절차탁마(切磋琢磨)]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년 역사가 만든 결실이다
  • 영화감독 조성구
  • 승인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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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100주년기념사업 공식 굿즈
한국영화100주년기념사업 공식 굿즈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좋은 옥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옥의 원석을 갈고 다듬는 과정 속에서 진정 최고의 옥이 탄생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래 무수한 노력을 한다. 꿈과 희망을 향해 정진해야 비로서 성과를 얻는다.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이했다.

일제강점기 1919<의리적구토>를 시작해 2019<기생충>까지 100년 만에 한국 영화는 세계 속에 우뚝 섰다. <기생충>이 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세계 5위 영화시장(23764억 원, 2018년 기준)을 갖고 있다. 1인당 평균 연간 극장 관람 횟수 4.5회로 미국(4.3)보다 많은 1위다. 스크린 수는 20804(2017년 기준)이다. FTA체결된 나라의 영화는 대부분 한국에서 개봉된다. 일본 영화시장(700-800)보다 많은 1700-1800편이 개봉된다. 한국은 한마디로 전 세계 영화 전쟁터이다. 한국 영화는 100년의 역사 속에서 급성장했다.

한국영화의 성공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효과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현재까지 수많은 영화인들의 피와 땀이 결실을 맺어 한국영화가 100년 반석위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절차탁마

切磋琢磨

자르고 썰고 쪼고 갈아라

시경(時經)에 나오는 절차탁마의 뜻을 알기 위해선 고대 중국의 옥을 가공하는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옥의 원석을 구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과정은 모두 4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옥을 원석에서 분리하기 위해서 옥의 모양대로 자른다. 두 번째 단계는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는 차(, 갈차)공정을 거친다. 세 번째 단계는 옥을 모양대로 만드는 탁(, 쫄탁)과정을 거친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완성된 옥을 가는 마(,갈마)공정을 거친다. 절차탁마는 즉 자르고, 썰고, 갈아서 옥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모든 것이 절차가 있고 과정이 있다는 의미다. 이 절차를 무시하다간 엉터리 옥이 나온다.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왔던 한국영화 100년이 오늘의 한류를 만들어낸 것이다.

70년대 영화계 처음 입문했을 당시, 최현민 감독께서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선 절차탁마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열심히 노력하고 목표를 향해서 쉬지 않고 달려가야 한다는 의미로 영화인의 자세를 가르쳤던 것이다. 최 감독께선 1972<아빠라 부는 연인>로 감독 데뷔하여 13편의 극영화를 연출했으며 제작, 기획자로 활동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필자는 청년 영화인이다. 매일 작품을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영화현장에서 레디고를 외치는 그날을 위해 묵묵히 절차탁마를 실천해 가고 있다.

오는 1029일이 한국영화의 100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절차탁마 각오로 예술 활동을 해 왔던 선배 영화인들의 노고에 경위를 표한다. 하지만 작금의 영화현실은 녹록치 않다. 영화계는 신·구 영화인으로 나뉘어져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분열의 원인은 두 분의 선배 영화인의 갈등과 끝없는 욕심에서 비롯됐다. 한마디로 오야지(おやじ, 아버지)문화가 만든 적폐이다. 대부분 사회에서 구시대 문화로 사라진 오야지가 영화계를 망치는 한 축이 되고 있다.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가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송재문 전 부회장을 제명을 시켰다. 정관을 들먹이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당사자에 대한 소명 절차도 없이 인민재판을 하듯 제명처리하면서 법적 문제로 비화됐다.

여기다 영화촬영감독협회도 원로 영화인 10명을 제명 처리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제 관련 배임·횡령 혐의 고발사건에 연장선상으로 알려졌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영화시나리오협회 등도 각각 문제를 안고 있다. 영화감독협회는 전임 회장은 재임 기간 중에 들어갔던 자신의 돈을 돌려달라며 가처분신청을 냈다. 영화시나리오협회는 부정선거와 관련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런 협회 문제는 웃어넘길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다. 빚더미에 올라 파산 직전이다. 회장 때마다 구조조정, 개혁은 뒷전인 채 빚 먹는 하마가 된지 오래다. 모라토리움(Moratorium)상황인데도 개선의지가 없다. 그 나마 수익 구조에 한 축인 대종상 영화제마저 언저리 영화인들에 잔치가 된지 오래다. 영화제 장사하려는 영화인 탈을 쓴 얄팍한 장사꾼에 놀이터가 됐다.

현재 영화인들에 삶의 질(quality of life)’은 최악이다.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준을 벌고 있으며, 도시빈민층으로 살고 있다.

레드카펫 위를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스타들과 달리 대부분 스텝들의 삶은 영화기생충을 닮아 있다. 예술을 볼모로 한 열정 페이를 기본으로 하는 저임금 구조, 고된 노동 환경, 비정규직인 단기간 노동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쨍하고 해 뜰 날을 기대한 고생이다. 젊은 영화인의 고생은 미래가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영화 현장을 젊은 영화인들에게 뺏긴 중견, 원로 영화인들에겐 삶의 고통이 되고 있다.

지상학 회장이 최근 불우 영화인을 돕기 위해 신협 등과 협약을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해결책이 안 된다.

정부와 협의해 극장에서 영화관람 때마다 영화발전기금으로 떼는 기금에 50%를 영화인을 위한 연금으로 만들어야 한다. 영화 예술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영화인들에 노년의 행복을 위해 근본적 대책 마력이 시급한 만큼, 발전기금의 환수는 절대적인 것이다.

지 회장이 회장 자리에 앉은 만큼 제대로 일하길 바란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론 성공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본말(本末)이 있다. 절차탁마 각오로 한국영화계를 화합과 통합을 통해 개혁시키길 응원한다.

조성구 감독
조성구 감독

조성구 (영화감독, 배우, 제작/기획)

감독: 깡패수업2,3, 하몽하몽서울, 배꼽위의 여자, 서울 통화중, 이웃집남자, 오색의전방

대학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최현민 감독의 <남녀공학>으로 영화계 입문했다. 그 후 1989<이웃집남자>로 감독 데뷔했다.

그 이후 자신의 영화세계를 대표할 만한 <오색의전방(五色醫典房>을 연출했다. 현대의학을 고전적인 해학의 방식으로 풀어낸 사극 코미디이다.

그 이후 <서울 통화중>(1989), <배꼽위의 남자>(1993), <하몽하몽 서울>(1997) 등 성애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깡패수업2>(1999)<깡패수업3>(2000)을 연출하면서 멜로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영화 제작과 기획을 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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