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36화 - ‘네 보물을 동영상으로’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36화 - ‘네 보물을 동영상으로’
  • 이상우
  • 승인 2019.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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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가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그의 손목을 잡아당겨 그의 손을 스커트 밑에서 뽑아 내 버렸다.
“자 너무 늦었어요.”
조민지는 박민수의 가슴을 밀어 내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이제 그만 돌아가요. 내일 봐요.”
조민지가 박민수한테서 떨어져 나오며 냉정을 되찾으려고 애를 썼다.
“이대로 가서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밤샘하고 내일 만나요.”
조민지는 더 이상 이야기 해보았자 소용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는지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럼 내일 봐요. 집에 도착할 때 쯤 내 사진 보내줄게요.”
“알았어요. 동영상 데이트해요. 침실에서. 그걸로 참을게요.”
박민수의 목소리가 뒤통수로 들렸다.
그날 밤 조민지는 잠들기 전 잠옷 차림의 동영상을 모바일로 보내 주고 키스하는 시늉도 해주었다.
그러나 박 민수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자기의 벗은 몸 동영상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 엉뚱한 요구를 했다.

“전에 내가 봤던 거 좀 보내줘요.”
“봤던 것이 뭔데요?”
“민지 가운데 있는 보물, 클로즈 업 해서 보여주면 더 좋고. ” 
박민수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버렸다. 남자는 다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민지는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레저산업에 관한 계획서를 근 한 달 만에 완성했다.
영종그룹에 레저파트를 두든지, 레저관련 회사를 따로 만들든지 하자는 안이었다.
우선 앞으로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레저 용품, 그 중에도 골프채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골프 채 중에 우드(wood)라고 하는 것은 한국산 감나무의 재질을 인정받은 일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골프채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산업이었다.
우선 만들기 쉽고 인정받기도 쉬운 우드 채 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아이언 채도 계속 생산하자는 것이었다.
조민지는 강원그룹 백사장, 아니 박운혁 회장을 먼저 찾아갔다. 계획서를 회사에 내놓기 전에 조언을 들을 생각이었다.
박운혁 회장은 조민지를 엄청 반가워했다.
조민지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리고 뺨을 살짝 비볐다. 성추행 수준이라면 그 수준이었다. 그러나 조민지는 순수하게 친밀한 행동으로 받아 드렸다.
“민지야. 너무 오랜만이다. 자주 좀 보자.”
회장은 흐뭇한 웃음을 지우며 다정하게 말했다.
“우리 철새 놀이터에 가서 밥 먹자
박운혁 회장은 레저전용 자동차를 손수 운전해서 언젠가 철새를 불러 모았던 그 신비한 곳으로 갔다.
미리 이야기를 해 놓았는지 정갈한 한식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다.
조민지가 설명을 간략하게 한 뒤에 태블릿 피시를 열었다.
두 달에 걸쳐 심혈을 쏟은 계획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반시간이 넘는 긴 설명을 인내력 있게 들어준 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대단히 놀라운 계획서야. 하지만 의문점이 몇 개 있는데...”
박 회장이 조민지를 건너다보며 말했다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회장님의 고견을 말씀해 주세요.”
한참 뜸을 들인 뒤 회장이 입을 열었다.
“첫째 골프채 같은 것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사치품 취급을 받고 있는데... 영종그룹 라벨을 붙여가지고 나간다면 누가 사게 될까?”
“그것이 대단히 중요한 점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의 감나무가 원자재로 수출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유명회사는 물론이고 유럽의 유명한 회사에서도 그것을 우드클럽의 원자재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건 20년 전 일인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지.”
“요즘 모든 사치품이 복고 붐을 타고 있지 않습니까?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면 승상이 있지 않을까요.”
조민지가 약간 실망해서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다시 몇 가지를 지적했다.
“그 다음, 소위 개발연대라고 하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유실수 심기 운동으로 감나무와 밤나무를 권장해서 곳곳에 유실수 밭이 있지. 지금은 값이 폭락해서 인건비도 안 나오니까 천덕꾸러기가 된 것도 사실이야. 이 밭을 헐값으로 사들이면 자재도 확보하고 땅 장사도 된다는 말도 괜찮은 발상이야. 나무와 함께 산이나 밭도 사들인다면 그것은 부동산매입인데, 기업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르거든.”
“예. 그것도 제가 좀 알아보았는데 감나무를 심어 놓은 곳은 그린벨트로서 값이 아주 형편없거나, 좀 쓸 만한 곳은 과수원 등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매입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음. 조양은 얼굴도 예쁠 뿐 아니라 머리도 뛰어나단 말이야.”
박 회장은 감탄연발을 했다. 그리고 결론적인 말을 했다.
“이 사업의 결정적 문제점은 그걸 누가 사느냐하는 간단한 문제만 남았어.”
“열심히 노력하면....”
박 회장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골프채의 생명은 공을 어떻게 멀리 보내느냐 하는 것이지. 그런데 나무로 만든 채는 합금 제품을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어. 자연을 이용한 제품,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은 이해 하지만 게임에서 지는 도구를 누가 사겠나?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백 프로 실패하지.”
“실패요?”
조민지 낙담해서 젓가락을 식탁에 떨트렸다.
“대신 내가 아이디어를 하나 주지. 이 제품을 액세서리나 기념품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기념품요?”
“친환경 재품을 내세우는 거지 특히 골프채 중에도 퍼터는 샤프트의 탄력과는 관계가 없지. 그래서 감나무나 밤나무 또는 대추나무로 헤드를 만들고 물푸레나무나 박달나무로 샤프트를 만드는 거지. 거기다가 샤프트에 용트림 같은 문양을 새기고 헤드에는 한국냄새가 물씬 나는 조각을 하는 거지. 이렇게 하면 훌륭한 기념품도 되고 실제로 퍼터로 사용 할 수도 있지.”
“정말! 회장님은 역시 놀라워요. 드라이버도 헤드를 감나무로 만들고 거기에 한국 고유의 문양을 새겨서... 칠보나 자개를 입혀 기념품으로, 예술품으로 만들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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