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무역전쟁, 초조한 트럼프 느긋한 시진핑
[이원두 경제비평] 무역전쟁, 초조한 트럼프 느긋한 시진핑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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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관세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트럼프는 사태가 이처럼 장기화 할 줄 몰랐던 같다. 그렇지 않고는 ‘내가 재선이 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일종의 협박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미국이 관세의 칼을 뽑아 들면 중국은 못 이긴 채 미국의 뜻을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이라고 계산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5억 인구에 스스로 ‘기술대국’을 자부하는 중국이 호락호락 하게 보일 턱이 없었다. 관세에는 관세로 맞설 뿐만 아니라 농축산물 수입을 금지함으로써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약점인 이른바 팜 벨트를 공략,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거두었다. 지난 1일로 예정했던 트럼프의 ‘4차 관세폭탄’을 한 달 연기 했다가 10월 1일이 중국 국경일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15일로 다시 연기한 것은 초조한 트럼프의 유화 제스쳐일 것이다. 중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옥수수와 돼지고기 수입을 재개한다마고 발표하는 등 양국은 10월로 예정된 무역협상에 보다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에 여염이 없다.

그러면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미국과 중국, 트럼프와 시진핑 가운데 누가 더 유리할까? 물어 볼 것도 없이 불리한 쪽은 트럼프다. 정치체제에 따른 숙명적인 한계 때문이다. 트럼프는 내년 가을 대통령 선거에 대비, 기왕 시작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2차 대전 이후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은 단 두 명이다. 민주당의 카터, 공화당의 부시(아버지)가 재선에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재임기간 중에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모를 까닭이 없는 트럼프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는 10월에 재개될 무역 협상에서 스몰딜도 무방하다고 한 발 물러선 이유다. 한편 사회주 체제 중국의 시진핑은 ‘인민(국민)’이 아니라 당에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지난 8월 중국 공산당 원로들은 전통적인 피서지 베이다이허―北載河 모임에서 시진핑을 재신임, ‘인민의 영수’라는 공식 칭호를 부여했다. 무역전쟁의 시간이 누구 편인가는 물어 볼 필요도 없다. 트럼프가 초조한 반면 시진핑이 느긋한 이유다.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4차 관세폭탄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양대 경제 주축 국이 서로 관세를 20%+α 수준으로 올린다면 이는 1930년대와 맞먹는다. 현재 자우무역 국가의 평균 관세가 4~5%, 무역전쟁 이전의 미국관세 3%, 중국 관세8%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재 보호무역 국가인 바하마32.4%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수단의 21.4% 수준이다. 4차 관세 부과 이전인 현재 수준 (중국 20.7%, 미국 18.3%)만으로도 세계 경제는 감당이 벅찬 데 20%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그 부정적 영향은 무역뿐만 아니라 금융에까지 파급되게 마련이다. 트럼프가 ‘0% 또는 마이너스 금리’를 연준 이사회(FRB)에 강력하게 주문하면서 파웰 이사장을 ‘물정 모른다’거나 ‘어리석은 자’라고 막 말에 가까운 압력을 가하는 이유다, 제로 금리 아래서 국채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금리부담이 크게 줄어 들 것이라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시진핑은 느긋하지만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환률 조작국으로 지정된 이후 자금이탈과 환률 방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하고 있는 것이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준률을 0.5%포인트 낮추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국 제조업체의 베트남 이전도 그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의 오산은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리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고 제조업은 활기를 되찾아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본 데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 무역적자는 확대되고 제조업 역시 위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물가만 자극하는 골이 되었다. 중국 역시 무역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그 부정적 영향이 미국처럼 직접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시진핑 시대’에 걸 맞는 정치 경제 체제 확립이라는 큰 과제에 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등소평 이후 이어져 온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글로벌 시대 경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아마도 10월로 예정된 ‘4중전회’(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와 11월 이후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공산당 중앙 경제 공작회의’에서 구체적 모습을 들어 낼 것으로 관측되는 ‘시진핑 시대 사회주의 경제노선’에 따라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든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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