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조성구 古典政談④上善若水]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영화감독 조성구 古典政談④上善若水]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 조성구 영화감독
  • 승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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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선생의 글. 하방연대는 상선약수를 말하고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선생의 글. 하방연대는 상선약수를 말하고 있다.

물처럼 살다가 물처럼 가는 것이 인생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인생에 비유한 말이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도덕경 제8’에서 유래한 말이다.

노자는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겸손(謙遜) △지혜(智惠) △포옹력(包容力) △융통성(融通性) △인내(忍耐) △용기(勇氣) △대의(大儀)등 ‘수유칠덕(水有七德)’을 담고 있다.

물은 욕심이 없다.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겸손). 물은 다투지 않는다. 흐르디가 막히면 곧장 돌아간다(지혜). 물은 무엇이든 다 받아준다. 물이 모이는 곳이 바다(海, Sea)이다(포옹력). 물은 담기는 그릇을 가리지 않는다(융통성).  낙수는 단단한 바위도 뚫는다(인내), 장엄한 폭포에서 자신을 투신해 작은 물방울로 부서지는 아픔을 참는다(용기), 작은 물줄기가  긴 여정을 견뎌 큰 강을 이루고 바다에 모인다(대의).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수선이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고도 그 공을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 억지로 그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세상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것처럼 아래로만 흐른다. 억지로 자신의 모습을 규정하지 않고 억지로 자신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 물의 속성 같은 게 노자의 도이다. 물처럼 산다는 것은 세상의 변화와 한 호흡으로 사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방법이다.

동요 ‘시냇물’에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는 가사에도 성산약수에 의미가 담겨있다.

상선약수는 정치권에서 많이 인용하고 있다. 사회 모두를 포용하는 상선약수와 같은 물이 되겠다고 말한다. 국민들은 상선약수를 언급한 만큼 정치인이 도(道)의 정치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에선 말처럼 정치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지는 않는 것 같다.

조국 신임 법무장관이 과거 후원회장을 지냈던 故노회찬 前의원은 故 신영복 선생이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내용 중에 ‘상선약수’를 평소 즐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시내를 다 받아들여 바다가 됩니다. 진정한 연대는 ‘下方蓮臺’입니다”는 하방연대를 즐겨했다. 申은 盧에게 ‘영감’을 주던 마음에 스승이었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었던 盧는 불법정치자금 의혹을 받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후원 회장이던 曺가 법무장관이 되면서 검찰개혁과 적폐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공정·공의로운 세상을 외쳤던 조의 과거 행보 때문에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줬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온갖 불법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처를 입고 말았다. 검찰개혁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것이 노파심일까. 曺가 이젠 ‘상선약수’에 정신을 되새기길 바란다. 법과 원칙이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법치 확립은 백년대계를 좌우할 것이다. 개혁과 적폐전쟁은 전광적화처럼 해야 한다. 모든 것이 공정·공의·공평해야 한다. 曺는 이제 자신의 조상이자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조선중기 유학자이자 영남학파의 거두인 남명(南明) 조식(曺植, 1501-1572)정신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물처럼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을 세워서 자랑하려 하고, 남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하지만 결국은 알 것이다. 인생(人生)이 허망(虛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항룡유회(亢龍有悔, 끝까지 올라간 용이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오를 것이 없는 용은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다. 세상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세상의 이치가 곧 물 흐르듯 무리 없이 흘러가는 ‘상선약수’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법무장관도 그 자리에 언제까지 머물 수 없다. 언젠가 내려올 것이다.  국민을 통합하는 ‘상선약수’의 정신으로하는 성정(盛政)을 기대해 본다. 

 

조성구 영화감독
조성구 영화감독

조성구 (영화감독, 배우, 제작/기획)

감독: 깡패수업2,3, 하몽하몽서울, 배꼽위의 여자, 서울 통화중, 이웃집남자, 오색의전방

대학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최현민 감독의 <남녀공학>으로 영화계 입문했다. 그 후 1989년 <이웃집남자>로 감독 데뷔했다.

그 이후 자신의 영화세계를 대표할 만한 <오색의전방(五色醫典房>을 연출했다. 현대의학을 고전적인 해학의 방식으로 풀어낸 사극 코미디이다.

그 이후 <서울 통화중>(1989), <배꼽위의 남자>(1993), <하몽하몽 서울>(1997) 등 성애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깡패수업2>(1999)와 <깡패수업3>(2000)을 연출하면서 멜로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영화 제작과 기획을 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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