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조성구 古典政談③亢龍有悔] 높이 올라간 용은 눈물을 흘린다.
[영화감독 조성구 古典政談③亢龍有悔] 높이 올라간 용은 눈물을 흘린다.
  • 조성구 영화감독
  • 승인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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亢龍有悔

항룡유회

끝까지 올라간 용이 후회를 한다

용의 눈물. KBS-TV대하사극의 제목이다. 1996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해 2018년 5월 31일에 종영했다. 159부작이다. 조선 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1935.10.27.-1408.06.18.)의 위화도 회군으로부터 시작된 개국-태종 이방원(1367.6.13.-1422.5.30.)의 사망까지를 다루고 있다. 고려 말의 무신이자 정치가인 이성계는 조선을 세우고 초대 왕이 된다. 태조는 제 1차 왕자의 난이 발생한 뒤, 왕위를 둘째 방과(정종)에게 물러주고 상왕에 물러난다. 제2차 왕자의 난이 발생하면서 태종이 등극하고, 형(兄)인 정종이 상왕에, 부(父)인 태조는 태상왕으로 물러난다. 권력은 결코 혈육(血肉)간에도 나눠 가질 수 없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용은 결국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KBS-TV대하사극<용의 눈물>은 사극드라마의 새지평을 열었다. 조선 왕조의 개국과 초기 권력다툼을 그리고 있다.  권력은 부자간, 형제간에도 치열한 암투가 있음을 보여주는 '용의 눈물'을 통해 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잠룡간의 암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권자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서 소통과 겸손을 강조하고 있다. 태조, 정종, 태종까지 3대에 걸친 권력 다툼을 통해 세종대왕이라는 성군이 탄생했다. 

‘용(龍)의 눈물’은 주역(周易)의 ‘항룡유회(亢龍有悔)에 나오는 건괘(乾卦)에 나온다. 건괘는 용의 변화를 이용해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잠룡(潛龍)은 물속에 숨어 하늘에 오르기 위해 힘을 기르는 용이다. 현룡(見龍)은 막 세상 밖으로 나와 능력을 발휘해 비상하려는 신출내기 용이이다. 비룡(飛龍)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하늘높이 날아가는 용이다. 항룡(亢龍)은 더 이상 오를 것이 없어 내려올 것을 걱정하는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다.

용이 가진 장엄하고 화려한 성격 때문에 왕권이나 왕위를 상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천자(天子)에 대해 그 얼굴을 용안(龍顏), 지위를 용위(龍位), 의복을 용포(龍袍)라고 한다. 용포의 가슴, 등, 양어깨에는 발톱이 5개인 오조룡(五爪龍)을 금실로 수놓았다. 임금이 앉는 평상을 용상(龍床)이며, 수레는 용가(龍駕)·용거(龍車), 배는 용가(龍駕)라고 했다. 또 임금이 흘리는 눈물을 용루(龍淚)라 했다. 임금과 관련되는 것에는 거의 빠짐없이 ’용‘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호칭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2017.5.10.-2022.5.9.)가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주역의 ’항룡의회‘가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권자에까지 올라갔다. 더 이상 높이 올라 갈 곳이 없다. 이젠 내려갈 일만 남은 상태이다.
문 대통령은 학생운동→투옥→사법시험합격→변호사→정치인→대통령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치열한 삶을 통해 최정상의 자리에 섰다.

오는 2022.5.9. 임기를 마치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오게 될 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 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에 대해 후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임 대통령들도 청와대를 떠날 때쯤에 회한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대선까지는 2년 반 이상 시간이 남았다. 총선의 바로미타가 될 추석 밥상머리 민심을 겨냥한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상을 노리고 있다. 경제 실정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이슈가 밥상머리 민심을 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후보자는 여권 내 유력 잠룡 군에 속해 있다. 국회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족문제, 사모펀드 등 온갖 의혹으로 발가벗겨 졌다. 조 후보자 반대 여론이 50%를 넘어섰다.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정작 임명권자와 본인은 비판여론에도 당당하다.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정치개혁을 실현할 인물이 조 후보자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패 세력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검찰의 칼날 위에 선 조 후보자가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 후보자가 무슨 생각에서  이 같은 수모를 겪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를 할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지식인들에 목소리다.

조 후보자와 관한 민심은 결국 문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룡은 눈물을 흘리는데 왜 그렇게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려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무서울 것 없는 권력과 힘을 휘두르겠지만, 권자에서 물라나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퇴임이후가 행복한 권력자가 단 한명도 없다. 측근 비리로 곤욕을 치렀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불행이 국민의 불행이었다. 대통령의 불행은 더 이상 반복이 되선 안 된다. 성공이 최고가 아니라 최선이 최고가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공정·공평·공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권력에 있을 때 더 겸손하고 소통해야 한다. 노자는 늘 겸손의 미학을 강조했다. 명심해야 한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영화감독 조성구
영화감독 조성구

조성구 (영화감독, 배우, 제작/기획)

감독: 깡패수업2,3, 하몽하몽서울, 배꼽위의 여자, 서울 통화중, 이웃집남자, 오색의전방

대학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최현민 감독의 <남녀공학>으로 영화계 입문했다. 그 후 1989년 <이웃집남자>로 감독 데뷔했다.

그 이후 자신의 영화세계를 대표할 만한 <오색의전방(五色醫典房>을 연출했다. 현대의학을 고전적인 해학의 방식으로 풀어낸 사극 코미디이다.

그 이후 <서울 통화중>(1989), <배꼽위의 남자>(1993), <하몽하몽 서울>(1997) 등 성애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깡패수업2>(1999)와 <깡패수업3>(2000)을 연출하면서 멜로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영화 제작과 기획을 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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