亢龍有悔
항룡유회
끝까지 올라간 용이 후회를 한다
용의 눈물. KBS-TV대하사극의 제목이다. 1996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해 2018년 5월 31일에 종영했다. 159부작이다. 조선 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1935.10.27.-1408.06.18.)의 위화도 회군으로부터 시작된 개국-태종 이방원(1367.6.13.-1422.5.30.)의 사망까지를 다루고 있다. 고려 말의 무신이자 정치가인 이성계는 조선을 세우고 초대 왕이 된다. 태조는 제 1차 왕자의 난이 발생한 뒤, 왕위를 둘째 방과(정종)에게 물러주고 상왕에 물러난다. 제2차 왕자의 난이 발생하면서 태종이 등극하고, 형(兄)인 정종이 상왕에, 부(父)인 태조는 태상왕으로 물러난다. 권력은 결코 혈육(血肉)간에도 나눠 가질 수 없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용은 결국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용(龍)의 눈물’은 주역(周易)의 ‘항룡유회(亢龍有悔)에 나오는 건괘(乾卦)에 나온다. 건괘는 용의 변화를 이용해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잠룡(潛龍)은 물속에 숨어 하늘에 오르기 위해 힘을 기르는 용이다. 현룡(見龍)은 막 세상 밖으로 나와 능력을 발휘해 비상하려는 신출내기 용이이다. 비룡(飛龍)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하늘높이 날아가는 용이다. 항룡(亢龍)은 더 이상 오를 것이 없어 내려올 것을 걱정하는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다.
용이 가진 장엄하고 화려한 성격 때문에 왕권이나 왕위를 상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천자(天子)에 대해 그 얼굴을 용안(龍顏), 지위를 용위(龍位), 의복을 용포(龍袍)라고 한다. 용포의 가슴, 등, 양어깨에는 발톱이 5개인 오조룡(五爪龍)을 금실로 수놓았다. 임금이 앉는 평상을 용상(龍床)이며, 수레는 용가(龍駕)·용거(龍車), 배는 용가(龍駕)라고 했다. 또 임금이 흘리는 눈물을 용루(龍淚)라 했다. 임금과 관련되는 것에는 거의 빠짐없이 ’용‘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호칭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2017.5.10.-2022.5.9.)가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주역의 ’항룡의회‘가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권자에까지 올라갔다. 더 이상 높이 올라 갈 곳이 없다. 이젠 내려갈 일만 남은 상태이다.
문 대통령은 학생운동→투옥→사법시험합격→변호사→정치인→대통령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치열한 삶을 통해 최정상의 자리에 섰다.
오는 2022.5.9. 임기를 마치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오게 될 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 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에 대해 후회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임 대통령들도 청와대를 떠날 때쯤에 회한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대선까지는 2년 반 이상 시간이 남았다. 총선의 바로미타가 될 추석 밥상머리 민심을 겨냥한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상을 노리고 있다. 경제 실정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이슈가 밥상머리 민심을 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후보자는 여권 내 유력 잠룡 군에 속해 있다. 국회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족문제, 사모펀드 등 온갖 의혹으로 발가벗겨 졌다. 조 후보자 반대 여론이 50%를 넘어섰다.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정작 임명권자와 본인은 비판여론에도 당당하다.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정치개혁을 실현할 인물이 조 후보자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패 세력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검찰의 칼날 위에 선 조 후보자가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 후보자가 무슨 생각에서 이 같은 수모를 겪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를 할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지식인들에 목소리다.
조 후보자와 관한 민심은 결국 문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룡은 눈물을 흘리는데 왜 그렇게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려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무서울 것 없는 권력과 힘을 휘두르겠지만, 권자에서 물라나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퇴임이후가 행복한 권력자가 단 한명도 없다. 측근 비리로 곤욕을 치렀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불행이 국민의 불행이었다. 대통령의 불행은 더 이상 반복이 되선 안 된다. 성공이 최고가 아니라 최선이 최고가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공정·공평·공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선 권력에 있을 때 더 겸손하고 소통해야 한다. 노자는 늘 겸손의 미학을 강조했다. 명심해야 한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조성구 (영화감독, 배우, 제작/기획)
감독: 깡패수업2,3, 하몽하몽서울, 배꼽위의 여자, 서울 통화중, 이웃집남자, 오색의전방
대학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최현민 감독의 <남녀공학>으로 영화계 입문했다. 그 후 1989년 <이웃집남자>로 감독 데뷔했다.
그 이후 자신의 영화세계를 대표할 만한 <오색의전방(五色醫典房>을 연출했다. 현대의학을 고전적인 해학의 방식으로 풀어낸 사극 코미디이다.
그 이후 <서울 통화중>(1989), <배꼽위의 남자>(1993), <하몽하몽 서울>(1997) 등 성애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깡패수업2>(1999)와 <깡패수업3>(2000)을 연출하면서 멜로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영화 제작과 기획을 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