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벤허' 한지상, "리더로서의 책임감, 깨달았다"
[인터뷰] '벤허' 한지상, "리더로서의 책임감, 깨달았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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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에서 노예, 그리고 모든 유대인을 이끄는 리더까지
"'넥스트 투 노멀' 남경주 선배님 멘토링, 내 인생 바꿔"

뮤지컬 '벤허'가 재연으로 다시 찾아왔다. 뮤지컬 '벤허'는 동명의 소설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국내 창작진들이 힘을 모아 제작한 창작뮤지컬이다. 작가 루 월러스의 1880년 작품인 소설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뮤지컬 '벤허'는 귀족 가문의 자제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기구한 운명을 지닌 유다 벤허라는 남성의 삶을 통해 인간이라면 가질 수 밖에 없는 고난과 사랑 그리고 그를 이겨내는 역경과 헌신 등을 담아내고 있다. 재연으로 올라가는 이번 작품에 새로운 '유다 벤허'로 참여하게 된 배우 한지상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Q. 반갑다. 첫 공연이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다. 공연에 참여한 소감을 듣고 싶다.

A. 일단 이 작품을 하기를 잘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 한국 창작 작품이라는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A. 일단 극 중에 '살아야 해'라는 노래가 있어요. 이 노래가 주는 의미가 재연 벤허에 참여한 저의 명분이고 제가 맡은 유다 벤허의 삶, 그 라인을 풀어가는 열쇠인 것 같아요. 그 노래가 담고 있는 감정선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거든요. 처절함이랄까요. 뮤지컬 벤허로서의 특수성에 있어서 큰 뼈대를 풀어나가는 게 숙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노래를 부름으로써, 나의 각오를, 유다 벤허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친절함'이라는 끈을 놓게 되고 변화하는 지점까지의 모든 부분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므로 저한테 있어서 정말 중요했던 부분이었어요.

Q. 이후 벤허의 삶은 전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죠. 

A. 유다 벤허라는 인물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자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큰 틀 안에서 노선을, 성향을 바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전까지는 '온순함' '유함'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더욱더 강경하게,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게 된 거죠. 강경하게 성향이 바뀐 것 같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벤허라는 인물은 배움을 갈구했다. 필요로 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그를 바꾼 힘은 배움이었거든요. 어린 티토와 어머니, 양아버지 그리고 친구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죠.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상의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버리거든요. 그렇게 변화하면서 유다 벤허는 리더라는 위치까지 올라갔죠. 

Q. 유다 벤허, 캐릭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A. '벤허'라는 작품은 주옥같은 대사와 가사, 음과 멜로디가 엄청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서 그 부분들만 잘 따라가도 80%, 90%는 채워지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작은 부분들은 제가 만들어야 하는 부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는 다르게 연출님의 디렉팅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풀고 싶은 지점이나, 해결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연출님께서 그런 부분들보다 차이점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주셨어요. 한지상이 사는 지금과 작품 속 그 시대에 살았던 유다 벤허 간의 차이점을요. 그런 부분들을 캐치하고 나서 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포기한 부분들에서 또 다른 싱크를 찾기도 했었어요. 닮은 점을 꼽자면, 좀 전에 이야기한 배워나가는 부분인 것 같아요. 벤허도 배움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느꼈듯이 저도 배워나가는 사람이거든요. 

Q. 연습 과정에서 고비가 왔던 지점이 있다면

A. 벤허의 아픔, 그리고 벤허가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에 있어서 관객들에게 이 감정이 잘 전달될까 하는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아픔과 극복의 라인이 재밌을까 하는 부분이요. 만약 초연이었다면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힘들어서 못 했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재연에서 새로 추가된 '살아야 해'라는 넘버를 듣고 나서 생각이 변했어요. 이 넘버 속에서 표현되고 있는 처절함이 극복의 키워드였어요. 앞에서부터 계속 말했지만, 이 넘버가 제가 어려움을 느꼈을 때마다 고비를 풀게 해줬던 것 같아요. (웃음)

Q. 힘들었을 때 의지하는 부분이 있다면?

A. 제가 들었던 말 중에 한 번 꽂힌 건 평생가거든요. 그중에 저를 가장 많이 변화시킨 건 예전에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 작품을 하면서였던 것 같아요. 그 작품을 할 때 남경주 선배님이 카니발 차량으로 저를 집까지 태워다 주셨거든요. 그때 차를 타고 가면서 선배님이 "지상아, 너는 너무나 빛나는 개성이 있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 그것과 함께 보편성을 곁들여야 한다"고 말해주셨거든요. 제가 선배님의 말씀이 딱 꽂혔고, 그다음부터 변하려고 노력했고 조금씩 변해왔던 것 같아요. 그 작품 뒤로 톤도 많이 변했고, 연기하는 부분들에서도 세세한 부분들이 변했어요. 배우들은 다들 각자 가지고 있는 톤이 있거든요. 노래한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심지어 눈빛, 목소리, 호흡, 손짓까지도 각자의 톤이 있어요. 선배님과 만났던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 작품을 할 때까지만 해도 저는 높은 톤을 가지고 있었었죠. 최근에 과거 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톤 자체가 한 다섯 톤은 더 높더라고요. 지금은 고음을 내려두고 중간음, 그 중심을 찾아서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선배님의 말 마따라 특수성만 가지고 있는 저였다면 지금의 작품도 하지는 못했겠죠. 

Q. 남경주 배우는 이 사실을 알고 있나

A. 선배님은 모르실 거예요. 선배님의 말이 저한테 이렇게 큰 영향을 주었는지 말이죠. 사실 지금도 선배님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요. 지금도 꾸준히 연습하고 개발하고 계시거든요. 

Q. 내가 지향하는 인간상은?

A. 아집을 경계하자. 제가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 아집과 독단을 경계하고 피하는 것 같아요. 아집이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확신'을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경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마이너 성향이 강하고, 남과는 다르게 보고 싶은 욕구가 컸었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절충했어요. 연출님도 제가 원한 디테일 적인 부분들에서 여러 의견을 내주셔서 서로 따라가고, 이끌어주는 사이가 됐죠. 다른 건 다른 거지 틀린 건 아니 다라는걸 다시 깨달았죠. 답은 여러 개니까, 개인 취향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뮤지컬 '벤허'를 소개하자면

A. 뮤지컬 '벤허'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한국 창작 뮤지컬입니다.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요. 저 자신에게 큰 기회를 준 작품입니다. 벤허가 추구하고 있는 정의, 그리고 그 정의를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우회의 길이 있거든요. 제게 벤허는 이러한 길을 찾을 수 있게, 관객분들이 찾을 수 있도록 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아야 해'라는 노래가 좋습니다. (웃음)

한편, 배우 한지상이 '유다 벤허'로 분해 기구한 운명의 길을 걸어나가게 되는 뮤지컬 '벤허'는 오는 10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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