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내해도 될 10월 초순까지의 조정
감내해도 될 10월 초순까지의 조정
  • 동원증권 김세중
  • 승인 2004.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는 지난 상승 과정에서 ‘얕은 조정’에 크게 후퇴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수요일에 장대음봉이 워낙 크게 발생해 중장기 조정국면으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수요일의 장대음봉에는 유가 악재가 개입되지 않았다. 유가가 급등해서 50달러를 위협할 것이라는 ‘선견지명’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단지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맞이해야 하는 추석 연휴에 대한 기피 심리, 연휴 이후 중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심리, 10월의 기업실적 발표에 대한 우려 등이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여기에 어제는 설상가상으로 유가 급등이라는 악재까지 덧붙여진 상태이다. 최근의 조정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장대음봉의 발생 배경, 즉 위에서 제시한 세가지 이유를 짚어보자. 우선 추석 연휴에 대한 기피 심리. 주가가 급등한 상태에서 추석 연휴로 인해 국내 증시가 휴장을 하는데 해외 증시가 열린다는 사실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것을 일종의 기간 리스크라고 명명한다면, 다행히도 기간 리스크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악재로서 등장한 것이 바로 중국 불확실성이다. 그 실체는 바로 10월 초 중국의 국경일 기간 동안에 중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할 만하다. 이미 한번 덴 흔적이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말~5월초에 중국의 긴축 정책이 발동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주가가 급락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중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제금융시장에 적지않은 충격파이고 향후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 전개이다. 더구나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어 흡사 지난 4월말~5월초와 유사한 환경, 즉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긴축, 유가 급등이라는 3박자가 갖추어져 한국 증시가 급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걱정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중국의 긴축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불안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현재로선 중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균형성장을 추구하는 후진타오의 전면적인 부상 역시 금리인상 카드를 경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설혹 중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고 시장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상 역시 연착륙을 위한 조치에 불과할 뿐, 고성장하는 중국 경제에 브레이크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당사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수출 역시 중국의 긴축정책이나 선진국 경기의 속도조정으로 인해 증가율 모멘텀은 다소 약화될 수 있지만, 과거와 달리 수출단가 하락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여전히 두자릿수대 증가율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3분기 기업실적 발표도 주식투자에 있어 이제부터 시기적으로 감안해야 될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편이다. 3분기 실적은 2분기 실적 대비 이익 감소가 분명하다. 2분기 실적이 피크였다는 사실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을 시장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에 거의 반영된 것으로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3분기 실적 추정치가 다소 과도하게 하향 조정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3분기 실적 추정치는, 악화된 각종 매크로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알코아를 처음으로 10월 7일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어닝 시즌은 국내외 증시가 반전을 모색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본다. 결국 우리는 세가지 우려가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단지, 단기 급등으로 인해 일견 불가피했던 조정을 설명하는 사후적 재료에 불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가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판결이 당장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10월 초까지 시장은 불확실성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10월 초순까지 증시는 조정기를 거칠 공산이 큰 것이다. 하지만 조정의 마지노선이 800선 이하로 까지 내려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삼성전자를 축으로 하는 IT주들이 바닥을 다졌지만, 그렇다고 증시 급등기에 특별히 불을 뿜은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승을 주도하지 못한 국내 IT주들이 이제 하락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본란을 통해 국내 IT주 전망에 있어 눈 여겨 보아야 할 중요한 변수로서, 급락하고 있는 TFT-LCD 가격의 추이를 지목한 적이 있는데, 9월 초에 집계한 17인치 TFT-LCD 패널 가격이 225달러로, 고점이었던 지난 5월의 298달러 대비 24% 하락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하락세가 진행되어 10월초에 발표되는 TFT-LCD 가격에서는 ‘하락률 둔화’라는 희망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발 업체인 대만 LCD 업체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LCD 가격이 그들의 BEP 수준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 업체의 BEP가 2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면 TFT-LCD 가격은 200달러 언저리에서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최근의 장대음봉을 수반한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10월 초순까지의 조정, 그리고 조정의 깊이를 최대 800선으로 제시한다. 다만 한가지 새롭게 고려해야 할 요인이 등장했다. 국제 유가가 WTI 기준으로 50달러를 돌파해 한동안 50달러대를 유지할 것인가 여부이다. 만약 국제유가가 50달러 이상을 한동안 유지한다면 그것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증시 충격파이다. 50달러 이상의 유가 수준에서는 40달러대를 유지할 때 보여준 증시의 강한 내성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미국 증시는 올해 내내 일정하고도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KOSPI 역시 변동의 폭은 다르지만 미국 증시의 방향성이나 변곡점과 차별화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만약에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못하고 50달러대를 유지하는 국면으로 진입한다면, 박스권의 고점에서 유가 급등이라는 악재를 만난 미국 증시는 다시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앉을 공산이 크다. 박스권의 상단에서 하단으로 이행하는 기간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의 기간 조정이 다소 연장될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