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서 신한證 성공투자법] 잭슨홀에서 듣고 싶은 말
[김윤서 신한證 성공투자법] 잭슨홀에서 듣고 싶은 말
  • 김윤서 신한증권 수석연구원
  • 승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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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ECB총재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

“Whatever it takes”.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존 위기 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 공언할 때 사용한 어구다. 그 후 ECB는 MT(취약국 국채 무제한 매입)를 선포해 적극적 시장 개입 의지를 표명했다. 슈퍼 마리오 드라기라는 별칭이 생긴 것도 이 때 부터다. 2012년 5월이었으니 벌써 7년전 일이다.

Fed(연준)와 BOJ(일본 중앙은행)도 동참했다. 인플레이션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 중앙은행들의 눈물겨운 노력 덕에 글로벌 금융자산 가격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채권에서 시작된 랠리는 부동산과 주식시장까지확산됐다. 지난 7년간 세계 금융자산 가격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변화에 등락을 거듭했다고 단정지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G2 패권전쟁 여파로 “R(침체)의 공포”가 드리운 위기 상황을 중앙은행이 다시 한번 해결할 수 있을까?

시장 기대대로 Fed와 ECB가 각각 50bp(기준금리),30bp(예치금금리) 연내 인하를 단행하면 침체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트럼프, 아니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 충격으로부터 개방 무역경제를 수호할 수 있을까? 오사카 협약 후 글로벌 위험자산 회복에 대한 희망찬 전망이 허망하게 무너졌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양적완화 ‘약발’이 과거대비 현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물은 이미 1.5%대다. 장기금리를 얼마나 더 낮춰 경기를 부양할지 의문이다.

유럽과 일본은 더 심각하다. 정책 여력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금리도 기록적으로 낮다. 유로 회사채 역사상 최초로 10년물 마이너스 채권도 등장했다(네슬레). 7~10년 만기 회사채 600억 유로가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인하, 양적완화가 유효한 정책일까.

BOJ는 통화정책 통제력을 잃었다. YCC(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 목표는 단기물을 많이 사고 장기물을 덜 사 수익률 곡선을 가파르게 만드는 것이다. 전주 장기물 매입을 300억엔 줄이고 단기물을 20억엔 늘렸지만 10년 수익률이 오히려 급락해 통제 범위(-0.20%)를 이탈했다.

잭슨홀 연설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제는 “통화정책이 직면한 도전이다.” 연내 금리 인하가 한 번일지 두 번일지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통화정책이 직면한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기존 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Whatever it takes”가 절실하다. 버냉키 전 의장의 제안이 떠오른다. “중앙은행은 정부에게 재정지출용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줘야 한다.” 통화정책의 미래가 MMT(현대화폐이론)로 귀결될 것임을 예견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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