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경제 좋다’ ‘나쁘다’, 누가 신기루에 홀렸나?
[이원두 경제비평] ‘경제 좋다’ ‘나쁘다’, 누가 신기루에 홀렸나?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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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향과 운용결과를 둘러싸고 전혀 상반되는 두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은 현실이 아니라 신기루에 홀린 것으로 봐야 한다. 신기루에 홀 린 것이 누구였든 시장에 잘 못된 메시지를 전하거나 착시 현상을 부추김  으로써 가뜩이나 악화된 내외 환경에 대한 대비와 적응력을 훼손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8월13일)에서 ‘우리경제 기초체력은 튼튼하며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엄중한 경제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하되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엄중한 경제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갖추자는 의미에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증거로 제시한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두 단계 높은 ‘AA-’를 유지한 점을 들었다.

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저임금 노동자가 줄어들고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고 있다’는 요지의 경제성과 성과 홍보성 SNS를 1주일에 한 번 골로 올리고 있다. 여기서 지적할 것은 국가신용등급이 경제기초체력을 가늠하는 잣대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 신용등급은 ‘특정 국가가 채무를 적기에 상환할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신뢰성에는 종종 문제점을 노출하는 약점이 있다. 1997년 11월 22일 우리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사흘 뒤인 11월 25일까지도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골드만 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한국 성장률을 1.9%로, 모건 스탠리가 1.8%로 낮춘 것을 더욱 주목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신용평가사나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이나 평가보다 우리 정부의 진단부터 진솔하게 살피는 것이 순서이자 도리라고 하겠다. 기획제정부가 매달 국내외 경기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판단을 담아 발행하는 그린 북 8월호는 5개월 계속해서 실물지표를 ‘부진’으로 진단했고 해외여건의 불확실성은 ‘상존’이 아니라 ‘확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을 비롯하여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이 성장률을 연달아 하향조정하는 이유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정책 패러다임으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임을 각종 지표가 말해주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과 친 노동으로 집약이 가능할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의 강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훼손 된 고용의 유연성을 메우기 위해 재정 살포를 통한 복지 성 일자리 마련 등을 꼽을 수 있다. 통계 지표만을 본다면 적지 않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도 사실이다. ‘저임금 노동자가 줄고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7월에 30만 명이 늘었다는 취업자의 내용을 보면 28만 명이 재정을 풀어 마련한 초단시간 일자리일 뿐 제조업을 비롯한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업자가 1백만 명을 넘어서 실업률 역시 3.9%로 나타나고 있다. 그 밖에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7.8%나 줄어들었고 수출 역시 주력품목인 조선(-19%),반도체(-22%) 정보통신기술(-18%), 석유화학(-13%)등 하나같이 저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줄었다고 하지만 올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작년보다 8.2%증가한 3만 건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도산, 체불된 임금과 퇴직금을 고용노동부가 대신 지급한 체당금(替當金)이 올 상반기에만 1천 8백 69억 원에 이르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경제는 생물이며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도 있다. 나쁘다, 나쁘다고 하면 정말 나빠지는 것이 경제이며 좋아진다, 좋아진다고 하면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 경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상황에 적절한, 효과적인 정책이 뒷받침 될 때 비로소 기대할 수 있고 또 가능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경제 현실 앞에서 신기루를 보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경제를,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그룹일까, 아니면 지표와 현실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그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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