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경인 아라뱃길 민간업체 압박하다 ‘공정위 경고’ 받아
수공, 경인 아라뱃길 민간업체 압박하다 ‘공정위 경고’ 받아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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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부두 임차 업체에 무리한 경영 목표 달성을 강요했다가 공정위로부터 불공정거래라는 지적과 함께 경고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수자원공사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거래상 지위 남용)로 경고 처분을 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수공은 2015년 11월 A사와 아라뱃길 경인항 김포터미널 컨테이너 부두 임대차 계약 체결 과정에서 A사에 터미널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것을 조건으로 요구했다. 이는 2017년까지 A사가 물동량 6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창출하거나 350TEU급 선박을 제조해 운행하는 등이었다.

그러나 A사는 수공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수공은 작년 4월 이를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사는 수공의 계약해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정위에 수공을 신고했다. 수공이 달성하기 어려운 과도한 목표를 제시했으나 계약을 따기 위해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수공이 이같이 경영 목표를 제시하고 강요한 것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A사는 이전 업체가 부두 임대차 계약 도중 사업권을 넘기게 되자 이를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였기에 김포터미널 부두 사업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며 “수공이 제시한 조건은 실현하기 어려운 내용이었고, 계약 당사자가 그런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들이 있었기에 수공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수공의 행위가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번 신고 사건에 국한된 점 등을 감안해 경고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이에 수공 관계자는 “공정위의 처분 내용을 확인하는 대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A사는 수공을 상대로 계약 해지에 불복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인 아라뱃길은 개통 당시만 해도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국내 최초 운하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물류와 여객운송 분야에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전면 개통 이후 작년 5월까지 6년간 화물 404만t을 처리해 사업 계획 4천717만t 대비 8.5%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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