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에 일본계 저축은행 '노심초사'
日 불매운동에 일본계 저축은행 '노심초사'
  • 한승훈 기자
  • 승인 2019.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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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에서 일본 기업상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계 자본으로 설립된 저축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노노재팬’ 사이트에서 ‘금융’ 카테고리로 들어가 보면 SBI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 등 업체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사진=홈페이지캡처)

특히 저축은행 업계 1위이자 일본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과 업계 7위인 JT친애저축은행 등이 일본 상품 불매 리스트 안내 사이트인 ‘노노재팬’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나라에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계 기업 리스트를 안내하는 ‘노노재팬’ 사이트에서 ‘금융’ 카테고리로 들어가 보면 SBI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 등 업체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노노재팬 사이트에 올라온 기업들이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되는 현실에서 이들 업체는 일종의 ‘살생부’에 오른 셈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일본계 자본(대주주가 일본계)’으로 분류되는 곳은 SBIㆍOSBㆍJT친애ㆍJT저축은행이다. 이들 4개 업체의 총 대출 잔액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11조4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저축은행 대출 잔액(59조5,986억원)의 18.5%에 해당한다. 특히 SBI저축은행의 경우 대출 잔액이 6조3,728억원으로, 업계 1위다. JT친애(1조8,437억원)와 OSB(1조8,071억원)도 잔액 기준 8, 9위인 대형 저축은행이다..

SBI저축은행은 2013년 일본 SBI그룹이 부실에 빠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세웠다. SBI저축은행은 일본 금융그룹 SBI홀딩스가 지분 84.27%를 보유한 대표적인 일본계 저축은행이다. SBI홀딩스는 80여개 금융 자회사를 거느린 일본의 대형 금융사로 우리나라에는 SBI저축은행과 SBI인베스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에 논란의 중심에는 카와시마 카츠야 SBI저축은행 이사회 의장이 있다. 그는 일본 SBI그룹 부사장과 한국 내 회사인 SBI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겸직 중이며, SBI그룹 2인자로 알려져 있다.

카츠야 의장에 대한 논란은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는 과정부터 불거졌다.

꼼수에 가까운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게된 카츠야 의장은 SBI저축은행의 경영과 관련된 대부분의 권한을 이사회에 집중시켰다. 역시 정관을 변경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SBI저축은행은 2015년 카츠야 의장 취임 후 △저축은행 지배구조 정책 및 원칙 전반에 관한 사항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 정책 수립에 관한 사항 등 심의·의결 권한을 추가했다.

2017년 3월에는 △정관 변경에 관한 사항 △해산·합병·영업양도 등 조직의 중요한 변경에 관한 사항 △예산 및 결산에 관한 사항 △대출운용기준 등 위험관리에 관한 사항 △대주주 및 임원 등과 저축은행 간 이해상충 행위 감독에 관한 사항 △내부통제기준 및 위험관리기준의 제정·개정 및 폐지에 관한 사항 △준법감시인과 위험관리책임자의 선임 및 해임 등에 대한 심의·의결권도 더했다.

주목할 부분은 대표이사의 보좌역까지 이사회에서 선임한다는 점이다. 통상 회사의 대표이사는 대표권, 업무집행권, 업무결정권, 인사권, 예산 집행 등 다양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SBI그룹은 그 권한을 최고 상설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편중시켰다.

2017년 3월 변경된 정관을 살펴보면 "대표이사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업무집행자는 이사회에서 정한 바에 따라 업무를 분장받아 집행한다. 업무집행책임자의 수, 임기, 직책, 보수, 선임 등은 이사회서 정하는 바에 의하고 업무집행책임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대표이사의 권한에 대한 부분을 이사회에서 선임한 보좌역이 감시하는 구조다. 당연히 대표이사는 이사회와 의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BI저축은행의 경영을 맡고 있는 정진문·임진구 공동 대표는 허울뿐인 대표가 아니냐는 평가가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외관상으로 한국인인 두 대표가 경영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사회가 정관을 통해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일본인인 카츠야 의장이 있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 측은 이에 대해 "이사회가 의사결정기구는 맞지만, 모든 결정을 이사회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경영에 대한 부분은 대표이사와 본부장의 의사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JT친애저축은행의 전신은 미래저축은행이다. 2012년 일본 J트러스트그룹이 영업 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의 채권을 인수하면서 친애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2014년에는 스탠다드차타드(SC)가 SC캐피탈과 SC저축은행을 J트러스트그룹에 매각해 각각 JT캐피탈, JT저축은행이 됐다. 친애저축은행은 2015년 JT친애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JT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본계 저축은행은 맞지만, 한국직원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고용을 비롯해 사회공헌, 금융발전 등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일부에서 안 좋은 시각으로 봐서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OSB저축은행의 경우 일본 오릭스 계열의 저축은행이다. 푸른저축은행의 자회사였던 푸른2저축은행을2010년 인수해 탄생했다.

OSB저축은행의 경우 오릭스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오릭스 인수당시 몸값은 약 1100억원이었으며, 최근 시장에 거론되는 몸값은 3000억원 수준이다. M&A를 통한 자금회수 전략이 이번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지 주목된다.

OSB저축은행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일부 누리꾼은 “일본자금이 쓰러져가는 한국 금융사를 사들인 뒤 고금리 대출 장사를 해왔다”며 “이번 불매운동 목록에 오른 일본 금융사에 돈을 넣을 수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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