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대응 토론회, 소재부품 자립화 '대기업' 협조 필수
日수출규제 대응 토론회, 소재부품 자립화 '대기업' 협조 필수
  • 조나단
  • 승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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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장비 키우려면 대기업이 일정량 의무로 구입 필요해
과거 日 제조공장 사고, 韓기업들 중국·대만 대체지 찾아 사업이어가


지난 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토론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업계 전문가 400여명이 참석했다. 박재근 학회장은 이날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정책을 소개를 비롯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지난 7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과학기술계 토론회를 통해 경제인들과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선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소재 자립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관심사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는데, 국가별 다변화가 필요한 핵심 소재·부품·장비 품목을 정부에서 지정, 관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된 국산제품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일정량 이상을 구입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나왔다.

중국의 경우 현재 15%에 불과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반도체 제조사에 어느 정도 실적이 있는 자국 생산 소재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박재근 회장는 "국내 생산 핵심 소재·부품·장비 업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키우려면 대기업이 가능성 있는 품목을 어느 정도 구입해 줘야 한다"며 "열심히 개발했는데 안 사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수 메카로 사장도 "대기업에서 중소업체를 이끌어주면 경쟁력 있는 명품을 국산화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R&D(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시간 예외 확대, 공장증축시 세액공제, 해외 소재·부품·장비업체 인수합병(M&A) 세제혜택 등에도 입을 모았다.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이왕 자립화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파격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20년 동안 못했다고 열패감에 빠질 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립화에 대해 우려 섞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장기적으로 자립화할 역량이 충분하지만 이를 위해선 그동안 미진했던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노력이 반드시 동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수 솔브레인 부사장은 "소재·부품 국산화의 의미가 단순히 기술개발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품질과 가격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는 3000여개사다. 소재·부품업체는 2만5000여개사에 달하지만 연간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업체는 거의 없는게 현실이다.

박 교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에선 작은 품질 변화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애국심에 호소해 대기업에 경쟁력이 미달하는 소재·부품·장비를 사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협력업체를 글로벌 1등으로 육성하는 게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일본의 잇단 경제보복 조치를 두고 일본 경제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분석도 제기됐다. 박 회장는 26년 전 스미토모화학 제조공장 폭발사고로 빚어진 소재 부족 사태를 예로 들며, 당시 이 업체는 전세계 반도체 에폭시수지 물량의 60%를 생산했었다. 그러나 제조공장이 폭발사고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자 재고물량이 2개월치에 그쳤던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장에선 국내 반도체업계의 충격이 클 것으로 봤지만 최종결론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삼성전자 등이 중국, 대만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한 반면, 스미토모화학은 공장을 정상 가동한 뒤에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해당 사업을 대만업체에 매각한 것이다.

박 회장는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공급처를 다변화하면 최종 타격을 받는 것은 이번에도 일본 소재업계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일본 IT 업계로도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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