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박성택 10월 판결...김기문 재판 영향 ‘무사할까?’
‘선거법 위반’ 박성택 10월 판결...김기문 재판 영향 ‘무사할까?’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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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선거 막자” 중기중앙회 선거법 개정 지연 속내
朴 선거법 재판 진행 중... 김기문 現 회장 수사 ‘영향’ 미칠까
검찰 칼끝, ‘주식 불공정거래·금품선거 혐의’ 김 회장 겨누나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진통을 겪고 있다. 선거 후유증이다. 돈 선거가 문제다. 박성택 전 회장이 2015년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한국아스콘협동조합연합회 법인카드를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련자에게 금품을 살포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받고 있는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임기 4년을 재판으로 보내면서 중기중앙회를 농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난 2월 당선된 김기문 회장도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회장 역시 선거 당시 금품 살포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박 전 회장 4년에 이어 김 회장까지 재판을 받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 박성택 전 중기중앙회장. (사진=뉴시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 박성택 전 중기중앙회장. (사진=뉴시스)

 

선거법 개정 시급
중소기업중앙회의 회장 선거는 비리복마전이다. 회장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금품 선거가 중앙회의 위상을 떨어트리고 있다. 박성택 전 회장에 이어 김기문 현 회장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회장이 임기 4년 내내 재판을 받다보니 회장 직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문 회장 역시 당선되기 전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경찰이 검찰로 기소의견으로 넘긴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거법 개정 요구가 거세다. 중앙회 이사장 가운데 ‘소장파’들이 지난달 혁신연구회(김영철 한국캐릭터산업조합 이사장)를 발족하고 중앙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거법 개정, 홍보실 운영 광고비 배당 의혹 등 중앙회에 문제점들을 개선하기로 했다.

중기중앙회가 추진하던 선거법 개정 작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김 회장이 당선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개정안 논의가 없었다. 선관위가 초안을 만들고 선관위 소집을 요구했지만 참석이 저조해 회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선관위가 지난 3월 마련한 선거법 개정 초안에는 회장 후보자와 관련된 가족, 선거보좌관 등이 선거법 위반하면 후보자가 연대 책임을 지도록 했다. 보좌진 수도 제한하고 조합원과의 식사도 금지했다. 돈 선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은 또 다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11월 선거관리위원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리복마전 ‘왜’
중기중앙회 선거가 왜 비리복마전이 될까? 회장은 경제 6단체장의 하나로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회장에 당선되면 프리미엄이 있다. 실제 전임회장 때에 회사의 매출 규모가 매년 1백억 원 이상으로 뛰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과거엔 지배회사인 홈앤쇼핑을 통해 거액의 급여를 셀프 수령을 했다.

회장에 당선되면 한마디로 부총리급 의전을 받고, 회사도 키우는 일석이조의 꿩 먹고 알 먹는 일인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과열된다.

지난달 31일 박성택 전 회장은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로부터 조합 법인카드로 선거 운동을 한 혐의(업무상배임)가 인정되어 원심과 같은 벌금 1000만원을 확정 받았다.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법인카드 사용 일부가 업무를 위해 쓰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형량을 낮췄다.

이 판결은 박 전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지 4년 만에 나왔다. 4년 임기를 꽉 채운 뒤에 나온 것이다. 중기회원들은 재판 소식에 패닉 상태다. 임기 4년 동안 재판에 끌려 다니며 식물 회장으로 지내면서 온갖 의전을 다 받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2일 오후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련자에게 금품을 살포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한 혐의(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 2015고단2899)로 서울 남부지법에서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대법원에서 선거과정에 법인 카드를 사용한 범죄사실이 인정된 만큼 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기법상 처벌규정 허점
박 전 회장 관련 재판이 일단락되면서 후임인 김기문 현 회장에 대한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난 2월 치러진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김 회장이 선거인들을 대상으로 현금과 시계, 식사 접대 등 금품을 살포한 혐의다.

여기에 김 회장의 비서실장이 선거 과정에서 한 언론사 기자에게 유리한 기사를 작성해 줄 것을 부탁하며 금품을 건넨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김 회장은 피고발인 신분으로 송파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성북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 14일 김 회장의 비서실장에 대해 약식기소됐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임원 선거 규정상 후보자 이외에 돕는자의 인원수나 자역과 책임은 명시하지 않았다. 또한 예비등록기간 동안 사전선거에 대한 명시한바가 없다.  후보등록 이전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선거와 연관지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법률적 판단으로 보인다.

이 같은 허점은  측근인 비서실장이 유죄를 받아도 김 회장은 어떤 처벌도 받지않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139조(당선인의 선거범죄로 말미암은 당선무효)에 따르면 ‘조합, 사업조합, 연합회 또는 중앙회의 임원선거의 당선인이 그 선거에서 규정된 죄를 범하여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규정된 죄란 같은 법 53조(선거운동의 제한)에서 규정한 ▲선거인에게 금전·물품·향응·재산상의 이익,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제공 의사표시·제공 약속하는 행위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도록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려는 자나 후보자에게 금전·물품·향응·재산상의 이익,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제공 의사표시·제공 약속하는 행위다.

하지만 본인이 아닌 측근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법의 허점 때문에 중기 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가족이나 측근들의 금품 살포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공직자 선거 관리 규정에 준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선거 사무장과 회계책임자의 유죄가 인정될 경우 바로 그 직을 상실하는 국회의원이나 지방 자치단체장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지난 3월 김기순 중기중앙회 선거관리위원장은 각계 각층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선거법 개정 초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김기문호(號) 중기중앙회’ 출범 5개월이 지나도록 중기중앙회 선관위의 개정안 논의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중앙회의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중소기업중앙회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선거법 개정 대세
박·김의 선거법을 지켜본 중기 이사장들의 선거법 개정요구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젠 칼을 쥔 김기문 현 회장의 몫이 됐다. 대세인 선거법을 개정할 것인가, 아니면 현행 선거법을 그대로 둘 것인가는 순전히 그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게 중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중기는 위기다. 김기문 회장 재판이 시작되면 중기의 현안문제인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주휴수당 등은 묻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서 중기중앙회를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 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일까에 세인들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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