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살롱, 김진성 개인전 '바람이 불었으면' 개최… 오는 25일까지
도로시살롱, 김진성 개인전 '바람이 불었으면' 개최… 오는 25일까지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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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색선으로 그려낸 부드러운 풍경 안에서 살랑이며 우리를 다독이는 시원한 바람
김진성 개인전 “바람이 불었으면Wishing the Wind Blows”
삼청동 도로시 살롱에서 오늘, 8월 8일부터 25일까지

 

김진성 작가는 유화와 아크릴물감, 그리고 색연필로 무수히 많은 선을 켜켜이 쌓으며 풍경을 그린다.

김진성_내일이오고_2019
김진성_내일이오고_2019

 

그의 풍경에는 푸르른 나뭇잎들로 무성한 키 큰 미류나무, 자작나무들이 드넓은 초원이나 들판 혹은 광활한 숲을 무대로 맘껏 자태를 뽐낸다. 무엇보다도, 가볍게 일렁이는 혹은 힘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그 사이로 어딘가로 우리를 이끄는 길이 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때로는 산책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쉬어가기도 하며, 때로는 그냥 차분히 앉아서 꽃을 구경하기도 하고, 나무 사이로 숨어 있는 인형같은 강아지를 찾아보기도 하고, 종이상자를 줏어 쓰고 소낙비를 피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 안에서, 내가 갈 길을 찾는다.

내가 만날 수 있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풍경들 안에서 주어진 길을 걷기도 하고 – 오래 먼 길(2019), 가는 길(2018), 주어지지 않은 길을 찾아 헤매기도 하며 – 하얀 안개(2019), 밤이 새도록(2019),  그 안에서 가만히 주변 풍경을 관조해 보기도 한다 – 길을 걷다가 (2019), 두근거렸지(2019). 그러다가 우리에게 주어진 길이, 내가 가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그 어떤 길이 나를 붙들고 있음에 허망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 망망대해에 나를 붙들고 있는 줄이 있기에 때로는 안심이 되기도 한다 – 콧줄(2019). 그렇게 그 모든 풍경들은 작가의 마음이고, 주변이며, 그리고 또 그의 오늘이고 내일이다.

가야 할 길이, 가고 싶은 길이 많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그리고 그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때로는 고요하고 평온한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다가도, 그 고요함이, 그 잔잔함이 지루하다 못해 두렵기도 하다. 언젠가는 바람이 불어 올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아니,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일까. 주어진 대로 줄을 잡고 가는 것이 옳은지, 혹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 바람에 저항하며 다른 길로 나아가야할지. 작가는, 아니 우리는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불어오는 바람이 때로는 어디로 우리를 이끌지 몰라 두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바람이 불어와서 이 우리의 일상을, 풍경을, 빨래에 그려져 널린 풍경을 일렁이게 해주기를, 그런 어떤 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바람이 불었으면(2019).

김진성이 2년 넘게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앞으로 어떻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가득 담겨있다. 한참 작업에 몰두하고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에 그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오로지 작업만 하던 비혼 시절과는 다른 생활 패턴에 마주했다. 작가로서는 물론이지만 아내로서, 무엇보다도 엄마로서 충실하고 싶었던 그는 가정생활과 작업을 잘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고, 그래서 아이를 돌보면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작업을 해야했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다룰 수 있고 또 아이에게 유해하지 않은 색연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진성_가는길_2018

 

원래 대형 작업을 선호했던 작가는, 역시 같은 이유로 큰 작업 보다는 10호 이하의 소품 위주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개인전을 할 만큼의 작업량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고, 간간히 다양한 그룹전에는 참여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2013년 이후 작년까지 개인전 준비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아이는 자라나 엄마가 어느 정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도 될 정도가 되었고, 작가는 자연스럽게 다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며 전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간간히 짬날 때 마다 작업을 하는 것과, 개인전을 준비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고, 또한 오랜만의 전시란 당연하게 막대한 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다가간다.

크든 작든 하나의 공간을 자신만의 작업으로 채운다는 것은 작가에게 가슴설레고 벅찬 일이면서 동시에 훌륭하게 완성해야 하는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통 ‘예술가’라고 하면 상상하는 그런 이미지의 상태로, 극도의 예민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오로지 작업에만 매달려서 수 개월을, 때로는 수 년을 준비해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개인전이다. 그런 일을 엄마의 역할을, 그리고 아내의 역할을 해내며 준비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이고 따라서 대단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김진성_널린풍경_2018
김진성_널린풍경_2018

 

그 과정을 겪어낸 처절함과, 고단함과, 고민이, 그러나 그것을 이겨낸 작가의 희열이 지금, 우리 앞에 <바람이 불었으면 Wishing the Wind Blows>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김진성의 풍경은, 그가 그려낸 ‘아름다운’ 풍경은 따듯하고 부드럽고 평온하지만 무언지 모를 슬픔과 쓸쓸함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 의미 없는 막연한 쓸쓸함이나 슬픔이 아니다. 작가의 작업에 대한 절박하고 절실한 열정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에 느껴지는 건강하고 희망적인 슬픔이고 쓸쓸함이다. 그리고 그 풍경에서 살짜쿵 일렁이는 바람은 그 슬픔과 쓸쓸함을 환기하며 기쁨과 희열, 나아가 따스하고 밝은 희망으로 가득하다.

숨이 막힐 듯한 무더위가 우리를 지치게 하는 여름, 작가의 작업에 대한 절실함과 고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김진성 개인전 <바람이 불었으면>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길을 찾아 산책하고 여행하듯, 우리도 함께 그가 일으키는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나만의 그림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끽해보면 어떨까.

전시는 오늘부터 8월 25일 (일)까지 계속되며, 낮에 자유롭지 못한 직장인들을 위해 전시 기간 동안 화요일과, 수요일은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 도로시 살롱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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