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를위한글자' 강필석 "날 서 있는 시대, 따뜻한 이야기 하고싶어"
[인터뷰] '너를위한글자' 강필석 "날 서 있는 시대, 따뜻한 이야기 하고싶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인을 위해 타자기를 발명했다'는 단 한 줄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뮤지컬
"발명가 투리에 대한 알려진 내용이 없어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했다"

이탈리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져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개막했다. 19세기 초 실존인물인 이탈리아 발명가 펠레그리노 투리를 모티브로 삼은 창작 뮤지컬이다. 투리는 타이핑 기계 중 한 종류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어촌 '마나놀라'다. 그곳에서 이상한 발명품만 만드는 투리, 시계 초침처럼 규칙적인 투리의 생활에 갑자기 끼어든 작가 지망생 캐롤리나와 유명작가 도미니코, 자신들 만의 세상에서 살아오던 세 사람이 사랑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자국 내딛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2017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 동반사업 쇼케이스 '데뷔를 대비하라'에 선정된 작품이다. 더블케이필름앤시어터가 후원, 창작 분야의 현장 전문가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정과 보완을 거쳐 이번에 초연하게 됐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광화문 연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아랑가> 등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 강필석이 이번 초연에 주인공 '투리'역에 캐스팅됐다. '동료 배우들에게 좋은 배우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던 강필석과 이번 작품 <너를 위한 글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초연창작극은 오랜만인 것 같은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A.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회사에서 제안을 해주셔서 처음 알게됐어요. 앞서 리딩까지 했었던 공연이었다고 들었죠. 일단 제안이 들어와서 대본을 읽게됐고, 너무 재밌어서 참여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의 매력이요? 일단 다른 무엇보다 저에게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그거 였어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재밌다는 점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따뜻한 극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작품이 지금의 관객분들에게도 필요한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헀고, 저에게도 필요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Q. 첫 공연 이후 많은 관객들이 현장을 찾아오고 있다.

A. 창작 초연이고, 사실 배우들이나 연출, 스태프 모두 오랜 기간 작품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어요. 특히 배우들 같은 경우에는 두 달여 시간 동안 연습을 하면서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크게 생각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개막 전에는 다른 작품을 할때와는 다르게 조금 긴장을 했었어요. 모든 작품을 쉽게 다가가진 않지만,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맡아왔던 배역들과는 다른 호흡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무대에 오르고 나니까 모든 걱정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짜릿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고, 제가 이런 기분인걸 관객분들도 다 느껴주셔서 즐겁게 공연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맡은 배역 '투리', 정보가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A. 맞아요. 정보가 사실 없죠. 연출부에서도 실화를 모티브로 할 작품이니까 조사를 많이 했는데 투리에 관한 정보가 많이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작품을 집필한 작가님도 처음 작품을 만들 때 문구 하나로 출발했다고 했었거든요. 뭐냐하면 "이탈리아에 사는 투리라는 인물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타자기를 만들었다"라는 문구를 보고 너무 로맨틱해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사실 투리라는 인물이 괴짜였는지, 정말 발명을 많이 했었는지, 기계공이었는지, 발명가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작가님은 투리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작품의 투리라는 인물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번 배역을 맡으면서 조사도 조사지만, 텍스트를 베이스로 많은 부분에 있어서 한 명의 인물을 만들어가면서 준비했었어요. 

Q. 내가 바라본 투리는?

A. 일단은 조금 사람들과의 소통을 두려워하는 그래서 더 발명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괴짜같이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었죠. 그리고 그런 인물이 캐롤을 만나고, 그녀로 인하여 조금씩 변하게 되죠. 그리고 이들 사이에 도미닉이라는 인물도 나오는데, 저는 무엇보다 이 세 명이 그리고 있는 관계에 집중하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투리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 명의 인물들이 어떤 사건을 두고 미묘하게 움직이는 감정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캐릭터가 상황을 잡아먹는 것에 대한 부분을 줄이려고 했어요. 어느 부분들에서 캐릭터가 돋보이면 상황이 없어진다거나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끊기더라고요. 그래서 상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Q. 상황에 집중한다는 게 쉬워 보이지는 않다

A. 그렇죠. 우리 작품 같은 경우엔 엄청난 서사가 있다거나 스펙타클하게 진행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했던 것 같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들이 사는 장소만 봐도 정말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는 마을에 살고 있거든요. 여기에 출연인물이 한정되어 있어서 우리가 그리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연출진과 동료 배우들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무대에 표현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었죠. 사실 쉽지는 않은 부분이죠. 

Q. 이봄소리 배우 같은 경우에 투리라는 인물이 문을 닫고 있는 친구였고, 캐롤은 그런 투리의 닫혀있는 문을 열어보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투리가 바라본 캐롤리나라는 인물은 어땠을까?

A. 캐롤은 정말로 마음이 깨끗한 친구였을 것 같아요. 궁금증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친구인데,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아요. 굉장히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죠.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Q. 도미닉도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어떤 인물일까

A. 도미닉의 경우에는 투리랑 비교를 해보자면, 투리는 단순하잖아요. 굉장히 아이 같죠. 내가 좋은 감정이 있으면 '너 좋아'라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거든요. 도미닉은 어린아이와 같은 투리와는 다르게 어른의 사랑을 하고 있지 않나 싶었어요. 도미닉이 캐롤을 바라볼 때 '이 사람이 나를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뭔가를 챙겨주고 싶은데 어떻게 챙겨줘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하는 인물인 것 같았어요.

Q. 사실 작품을 보기 전 자극 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따듯한 공연이었다. 강필석이란 배우에게도 정말 잘 맞는 옷을 입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걸 '힐링극'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작품이 스스로에게 잘 맞는 것 같은지 궁금하다.

A. 글쎄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선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좋은 이야기가 있는, 희망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요즘 세상이 너무 날카로워져만 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작품들보다 조금 희망이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날이 서 있어도 그 안에 담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에 대한 부분들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 중이거든요. 이번 작품은 정말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에 제가 느끼고 있는 부분들을 잘 전달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Q. 투리가 캐롤에게 타자기를 만들어 준다. 그녀만을 위한 발명이다. 타자기가 주는 의미가 이번 공연에서 남다를 것 같다

A. 사실 우리 공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도 '널 사랑한다',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심지어 투리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는 도미닉조차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죠. 그게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기는 한데 극 마지막에 둘이 서로 붙잡고 이마를 맞대거든요. 이 부분이 텍스트에서 읽었던 느낌이랑 표현하는 느낌이랑 전혀 다르더라고요. 말하지 않아도 행동에서 보여지는 감정이 정말 좋았어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에서 보여지는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사실 투리에게 있어서 타자기라는 건 큰 의미가 없었을 것 같아요. 타자기가 주는 상징성보다 투리는 '내가 이걸 만들고 발명하면 캐롤이 좋아하겠지'만 생각했을 것 같거든요.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걸 통해 캐롤이 이야기를 해줬으면 하는 그런 생각만 있었겠죠.

Q. 투리가 캐롤을 만나는 게 행운이었을까, 캐롤이 투리를 다시 만나는 게 행운이었을까

A. 제가 생각하기에는 투리가 캐롤을 만난 게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본다면 두 사람 다 행운일 수도 있고요. 캐롤은 눈이 멀어져 가는 상황에서 처음 꿈꾸왔던 일을 끝내기 위해서 어릴적 살았던 마을로 다시 돌아왔는데, 첫사랑이었던 투리를 다시 만났잖아요. 그것 부터가 이들의 운명은 시작됐다라고 해도 과언이아니죠. 이들이 과거에 했던 짝사랑이 현재의 사랑과 이어지는지에 대한 정의는 내릴 수 없지만, 첫사랑이었던 친구를 만나면서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져요. 사실 캐롤이 오기 전 투리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었거든요. 나이가 먹을수록 더욱더 고립됐겠죠. 그런데 캐롤이라는 존재가 나타나면서 마음을 열게 되요. 그런 면에서는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행운의 존재인 거죠. 캐롤에게 있어서는 앞이 안 보여가는 그 순간에도 자신만을 위해 웃어주는 투리가 행운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Q.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 하는 장면이 있다면?

A. 일단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캐롤에게 무얼 선물할까 고민하면서 부터 타자기를 선물하기까지를 제일 좋아해요. 한 사람을 위해서 앙숙 같던 도미닉과 머리를 맞대고, 서로 캐롤을 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든요. 

그리고 결국 투리는 성공하게 되죠. 타자기를 만들어요. 그리고 타자기를 가져와 투리가 캐롤한테 이야기를 해요. 고백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나는 너로 인해서 삶이 좋아졌어, 그러니까 너도 숨지 말고 나와. 당당하게 나와서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할 수 있어"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해요. 이게 어떻게 보면 자기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일 수도 있거든요. 투리 자기가 겪었던 일을 캐롤이 겪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을 할 때 제일 많이 웃었고, 진짜 많이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넘버는

A. 아무래도 '타자기'가 아닐까요? 투리 넘버 중에는 타자기를 제일 좋아하고, 도미닉의 노래 중에서는 '한걸음 뒤에서'라는 게 있어요. 그리고 캐롤의 경우에는 "투리한테, 너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주는 편지 일 거야"라면서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이 세 곡을 좋아합니다.

Q.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공연 소개를 하자면?

A. 요즘 작품들과는 다르게 정말 가슴이 따뜻해질 만한 작품이에요. 재밌기도 하고요.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비롯해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꼭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작품이 여러분께 꼭 필요한 작품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