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김정태, '신남방금융' 선도 나서나
하나금융 김정태, '신남방금융' 선도 나서나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EB하나은행이 베트남 자산 규모 기준 1위 은행이자 4개 국영 상업은행 중 하나인 '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EB하나은행이 정부가 제시한 '신남방정책'에 따라, 베트남 금융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번 BIDV의 지분 인수는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이 선두에서 진두지휘했다. 김정태 회장은 베트남 중앙은행이 대주주인 만큼 외국계 하나은행이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았지만, 직접 베트남 금융당국 책임자를 만나 영토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 은행이나 최근 베트남 내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일본 은행보다 한국 은행이 더 적합한 사업 파트너란 점을 강조하며 문제 해결에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BIDV가 신주를 발행하면 하나은행은 이를 총 1조249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이번 베트남 진출은 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 대표 국가인 베트남에서 하나은행이 금융 한류를 본격적으로 주도하기 위한 투자 및 전략"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20년 전 외환은행이 개설한 하노이 지점을 필두로 운영하고 있지만 주 고객은 여전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BIDV 지분 인수로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어 베트남 현지 소매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BIDV는 1957년 설립돼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지분 95.3%를 보유한 국영 상업은행으로, 증권사 리스사 보험사 자산관리회사 등을 거느렸을 뿐 아니라 러시아 라오스 캄보디아에도 진출해 있는 초거대 IB들 중 한 곳이다. 

비엣콤뱅크·비에틴뱅크·아그리뱅크와 함께 베트남 4대 상업은행으로 꼽히고 있는 BIDV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는 베트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은행이다. 2018년 말 연결기준 총자산 규모는 66조3000억원에 달하며 순이익은 3809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현 상태로도 안정적인 배당은 물론 자본 이득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투자처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소식에 국내 투자자들 또한 하나은행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BIDV가 하나은행과 손잡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소매금융 서비스 분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인 것으로 파악됐다. BIDV는 대출자산 중 70% 이상이 기업대출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성장성 잠재력이 높은 소매금융 확대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 PB를 중심으로 한 소매금융과 디지털 뱅킹, 리스크 관리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하나은행을 전략적 투자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BIDV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향후 하나금융그룹의 다른 관계사와도 점진적인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확대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베트남에서 하노이·호찌민 2개 지점을 통해 주로 한국계 기업 위주 영업을 해왔지만 이번 계약으로 BIDV가 보유한 베트남 전역 1000여 개 지점과 사무소, 5만8000개에 달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방대한 영업망을 활용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높이는 하나금융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강조했다. 김 회장의 계획대로 하나금융지주는 글로벌 금융에 집중하는 모양세다. 지난 2월 멕시코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중남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데 이어 인도와 일본에 그리고 베트남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신남방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해외 네트워크 부분에 있어서 19개를 추가로 확장시켰다. 2014년 말 146개였던 하나금융의 해외 네크워크는 매년 급증해 올해 6월 말 기준 197개로 확대됐다. 200곳 고지가 눈앞까지 다가온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공격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해외에서도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익이 3105억원 규모였다. 전년도 2017년과 2016년에도 각각 3380억원과 333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매년 3000억원대 순익을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신한금융지주가 해외 순익으로 지난해 3423억원을 기록했지만, 앞서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1592억원과 2049억원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의 해외 실적이 금융지주사 중 앞서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금융지주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국내 금융사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중남미 지역에도 사업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이미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들에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올해에만 멕시코·일본·인도·베트남 등에 진출하는 성과를 내보이고 있어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해 2월 멕시코 법인을 신설하고 중남미 시장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한 멕시코 법인은 한국계 기업 지원과 함께 현지 기업에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파나마·브라질에 더해 멕시코까지 진출하며 중남미 지역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인도 구르가온 지점에 대한 예비인가를 취득했고, 5월에는 일본 후쿠오카 출장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가를 획득했다. 구르가온 지점은 10월에 개점될 예정이고, 후쿠오카 출장소도 연내 지점 전환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지점 설립이 완료되면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