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베란다 확장' 필수?…"건설사의 꼼수"
새 아파트 '베란다 확장' 필수?…"건설사의 꼼수"
  • 한승훈 기자
  • 승인 2019.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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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선택사항 사실상 1000만원 웃돈 부담
인테리어업자 "시공단계 적용 500만원이면 충분"

아파트 분양을 받은 입주민들 사이에 발코니 확장비용을 둘러싼 분양가 부풀리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발코니 확장비용이 선택사항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반 강제적으로 이뤄지면서 높은 분양가에 더해진 발코니 확장비용이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시공업자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가기 위한 편법으로 확장비용을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과거에는 발코니 확장을 통한 주거면적 넓히기가 법적으로 금지됐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발코니 확장 수요가 높아지자 결국 2006년 1월 1일부터 합법화 됐다. 현재는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필수선택 항목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대중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이를 이용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이다. 아파트 시공 시 설계단계부터 발코니 확장을 감안하는 건설사들이 하나 둘 늘면서 거실 외의 방 넓이가 지자치게 좁아졌다.

발코니 확장비가 과도하게 책정된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같은 면적이라도 건설사, 지역 등에 따라 발코니 확장비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은 전용면적 84㎡(약 34평) 기준 발코니 확장비가 1200만~1510만 원이다. 같은 면적대라도 주택 구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이 함께 시공하는 세종자이 e편한세상은 전용면적 84㎡(약 34평) 기준 발코니 확장비가 790만~1270만 원으로 책정됐다.

GS건설이 분양하는 과천 자이는 발코니 확장비에 주방 벽면 엔지니어스톤, 작은방 1개소 붙박이장 가격을 포함한 뒤 의무 확장을 공지하고 있다. 전용면적 84㎡(약 33평) 기준 확장비는 884만~981만 원이다. 오히려 좁은 면적의 확장비가 더 비싸다. 59㎡(약 25평)는 742만~1252만 원까지 확장비를 책정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의 발코니 확장비는 84㎡(약 34평) 1300만 원이다. 발코니 확장은 실별, 위치별로 선택할 수 없으며 일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인테리어 업체에 발코니 확장 비용을 문의한 결과 업체 측은 “84㎡(약 34평) 기준 확장비는 700만~800만 원”이라며 “기존 발코니 바닥과 벽면 보강작업, 섀시 철거 등의 작업을 기준으로 확장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업체 측의 견적과 비교하면 건설사가 제시한 발코니 확장비는 다소 비싸게 느껴진다. 아파트 분양 시 발코니를 확장하면 보강작업 및 철거 비용이 빠져 업체 견적보다 저렴해야하는데 오히려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발코니 확장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비는 명목상 제시할 뿐이다.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있어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발코니 확장비를 추가로 책정한다”며 “소비자는 확장비를 포함한 가격이 원래 분양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발코니 확장을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공지하는 건 부당한 계약이다. 확장 여부는 개인이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며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비 명목으로 받는 돈은 분양가를 올리려는 상술에 불과하다. 신뢰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기본형 건축비의 숫자만 공개하고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기본형 건축비 안에 발코니 확장 비용의 포함 여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건설사의 분양가 부풀리기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근원적 문제는 소비자가 원가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진행되는 선분양 제도에 있다. 개인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후분양 제도를 보편화해야 하며, 각 지자체에서도 건설사의 발코니 확장비에 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발코니 확장 표준 비용안'을 통해 전용면적 85m의 아파트의 확장 비용은 1139만원~1291만원 선이 적당하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시공 재료의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어 의미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발코니 확장 여부를 선택하면 된다"며 "분양가에 발코니 확장비용을 포함시키는 것 역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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