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최저임금 조절만으론 위기 해결 못 한다
[이원두 경제비평] 최저임금 조절만으론 위기 해결 못 한다
  • 최남일
  • 승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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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2.9%인상에 그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특히 임금을 비롯하여 근로조건 문제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노동계, 특히 민노총도 최저임금위원회 표결에 참석한 점도 주목할 만 한 변화다. 비록 스스로 공약한 ‘1만원 실현’에는 이르지 못해 대통령이 사과 하는 등 집권여당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이번 최저수준 인상은 대통령 담화에서도 밝힌 것처럼 ‘경제 환경, 고용 상황, 시장 수용성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러면서도 정책 당국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는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 경제상황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만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주성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노동계, 그 중에서도 민노총이었음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속노조의 핵심이자 기간산업의 한 축인, 연봉이 1억 원에 가깝다는 현대자동차 정규직조차 최저임금에 미달이라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우리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만으로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감당해 낼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이룩하지 못한 이유로 대통령이 꼽은 ‘경제 한경’ 가운데는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도 물론 염두에 둔 발언으로 봐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과 대기업 그룹(재벌)의 저력을 정치권, 특히 집권여당과 그 배경의 한 축을 이루는 시민단체가 과대 포장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 경제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 곳곳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연구 개발(R&D)을 비롯한 특수 분야는 ‘주52시간 근로’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커녕 제 앞가림에도 급급할 정도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속출한 것이나 이로 인해 청년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 든 것은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이다.

또 세계 10위권이라고 자랑하던 우리 경제가 일본의 반도체 핵심 부품 3종에 대해 수출 규제에 들어가자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다. 만약 일본이 예고한대로 한국을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1천여 종에 달하는 소재 부품의 원활한 공급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 경제의 목줄을 일본이 쥐고 흔드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남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 기초체력은 이처럼 취약하고 ‘혁신의 대상’, ‘손봐주어야 할 상대’로 몰리는 대기업군 역시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이처럼 기초체력이 취약한 경제와 대기업 군을 그대로 안고 가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조차 유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오직 정부 여당만이 이를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굳이 내색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홍 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서 ‘지난 2분기를 시작으로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고 하반기 경제를 낙관했다. 그러나 국내 민간 경제연구 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은 오히려 하반기 성장률을1‧8%~2‧2%로 낮춰 잡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만이 2‧5%로 전망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제외, 수출규제가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 된다면 성장률을 전망하는 자체가 무의할 수도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또 그로 인해 우려가 심화되는 것은 집권 여당의 중진과 산업자원부 장관이 소재 부품의 대일본 의존 책임이 국산화를 지원하지 않은 대기업 군에 있다고 보는 점이다. 일본에 의존도가 깊은 것은 우리 경제개발의 출발점이 한일 협력에 있기 때문이며 특히 지금은 이른바 ‘부품공급망’(Supply Chain)경제 시대이다. 어느 한 나라가 소재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전부 국산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업 또는 분업으로 유지되는 것이 국제경제 현실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유지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의 외교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지금 일본의 대한 압력의 원인이 어디 있든 중장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한국이다. 사드 문제로 이른바 ‘한한령’으로 우리가 당한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데도 정부가 여기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이런 자세로 임한다면 우리 경제의 내일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외교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명분을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통상경제 외교에서 가장 큰 명분은,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명분은 국민이 먹고 사는, 삶의 질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여당은 정치적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당장이라도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가동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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