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27화- 까다로운 새들의 정사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27화- 까다로운 새들의 정사
  • 이상우
  • 승인 2019.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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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으나 이규명 대리는 회답을 주지 않았다.
조민지는 다음 단계로 액션을 취할 준비를 했다.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야 이규명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핸폰을 못 쓰니까 컴으로 왔다.
‘조 차장님 죄송합니다. 사보 편집 팀에서 그런 광고는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안 된다는군요. 죄송합니다. 사내 사이트에만 올리면 안 될까요?'
메일을 읽고 난 조민지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게 아주 뱃장이구먼. 찾아오지도 않고 메일로 찍 갈겨? 어디 두고 보자.’
조민지는 퇴근 시간 직전에 김영호 부사장을 만나러 갔다.
“여, 우리 회사 호프. 조 차장이 웬 일이요?”
김영호가 황급히 데스크 탑 모니터를 끄면서 말했다. 아마도 회사 기밀문서 결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야동을 보고 있거나.
“꼭 좀 상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5분만 시간 내 주시겠습니까?”
“조 차장이 시간 달라면 우리 회사 돈 벌 일이 생기는데 어디 5분 만 내겠어요?”
조민지가 소파에 앉았다.
“소파가 좀 딱딱하네요.”
“그래도 그게 비싼 겁니다. 소파가 너무 편안하면 오신 손님이 좀체 일어날 생각을 안 해서  ㅋㅋㅋ...농담.”
김 부사장이 회장의 동생이기 때문에 실세임이 틀림없다. 실세를 찾아온 사람들은 떼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말이 있을 법도 했다.
“소파가 너무 딱딱하면 다른 일에 지장이 있으실 텐데. 저도 기왕이면 푹신한 소파에서 김 부사장을 모실 생각이거든요. ㅋㅋㅋ... 저도 농담입니다.”
김 부사장은 조민지의 농담을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라 어리둥절하다가 한참만에야 소파승진 소동이라는 것을 알고 파안대소 했다.
“조 차장이라면 소파 보다 특급호텔이 낫지. 하하하. 이규명 대리가 혼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김 부사장은 갑자기 얼굴이 약간 상기되었다. 조민지는 부사장의 시선이 자기의 가슴과 다리로 바삐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느꼈다.
“실은 그 일 때문에 왔는데요. 이번에 다시 이규명 대리가 장난 친 것 보셨죠?”
조민지는 말을 던져놓고 부사장의 얼굴을 살폈다.
“뭐야? 그 장난도 이규명의 짓이야?”
부사장의 얼굴이 이번에는 엄청 붉어졌다. 회가 난 증거였다.
“틀림없습니다. 저와 박민수 연구원이 확증을 잡았습니다.”
“음~ 그래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불러다가 야단을 칠까?”
“그보다는 공식적으로 처리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공식적으로?”
“저야 뭐 헛소문에 시달려도 괜찮습니다만 부사장님이 연루된 것은 좀 다릅니다. 상사에 대한 모함이고 명예 훼손 나아가 해사행위입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내가 그 일로 사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할 수야 없지 않을까요?”
“명예 훼손은 사적인 처리니까 부사장님 결심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가 공식적으로 처리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해사행위로 회사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주십시오. 제가 증인으로 나가겠습니다.”
부사장은 눈을 감고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사장님과 상의 할게요. 다만 징계위원회를 열 경우 내가 징계 위원장이 되는 게  좀...”
“그야 제척의 관례가 있으니까요.”
조민지는 그쯤 되면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고 그 결과는 사이트에 공개 될 테니까 개인 사과문 보다는 훨씬 낳아 보였다.
이튿날 조민지는 백삼식 회장의 부름을 받고 급히 강원그룹으로 갔다. 비누 공급 계약서에 서명을 하자는 것이었다.
조민지는 서류를 갖추어 백 회장 사무실로 갔다.
“아이구, 이런 일 없으면 조 차장 얼굴 못 볼 번했어. 어서 와요.”
“죄송합니다. 자주 모셔야 하는데 무심했습니다.”
“무심한 것은 아니겠지. 자 빨리 서명 하고 우리 새 보러 가자.”
백 회장은 자기가 직접 사인하기 위해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미리 책상위에 꺼내 놓은 서류에 여러 군데 도장을 찍고 서명을 했다, 그리고 조 민지 앞에 서류를 내 밀었다.
“원래 이런 서류는 대표이사끼리 하는 것인데 내가 특별히 조 차장을 대표이사 대리인으로 해달라고 했지.”
백 회장은 모든 공로를 조 차장에게 돌아가도록 배려를 했다는 것을 조 차장은 알고 있었다.
-영종 유지 대표이사 홍원전 대리 차장 조민지
서류에 서명을 하던 조민지가 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강원그룹의 대표가 백삼식이 아니고 박운혁(朴雲赫)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서명을 백 회장이 하지 않았는가?
“회장님, 박운혁 대표님은 누구세요?”
조민지는 그냥 넘어가려고 하다가 물어보았다.
“내가 그 이야기를 안했나? 그게 바로 나요.”
“예?”
“내 본명, 아니 개명한 것이지.”
“성씨도 개명이 되나요?”
“하기 어렵지. 나한테 그만한 가족사가 있다네. 가슴 아픈 일이었지.”
백 회장이 갑자기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죄송해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괜찮아요. 자, 이제 끝났으니 오늘은 내가 가자는 대로 가요.”
백회장이 서류를 챙겨 주면서 일어섰다.
두 사람은 백회장의 SUV를 타고 강원도로 향했다. 백 회장이 운전사를 내리게 한 뒤 직접 운전을 했다.
“오늘은 송지호 철새 관망타워로 가는 거야,”
그들은 속초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송지호로 향했다. 백 회장은 여러 번 다녔는지 길을 잘 알았다.
“송지호 철새 관망 타워에 오는 중요한 철새는 학인가요?”
“학, 그렇지 두루미 과에 속하는 새가 많지.”
“희귀한 새도 있어요?”
“많지, 아주 특별한 새는 말이야, 두루미 종류 말고 느시라는 새가 있어.”
“느시요? 이름도 괴상하네,”
조민지가 쿡쿡 웃었다.
“남한보다는 북한 함경북도와 평안북도에서 주로 사는데 남쪽에서도 더러 관찰이 되어요. 거기선 너화라고 하지. 송지호에서는 내가 처음 발견하고 군청에 기부금을 주고 보호에 힘써 달라고 했지. 원래는 천연기념물 201호로 지정되어 있는 귀빈이야.”
“새가 커요?”
“길이가 1미터 넘으니까 큰 편이지, 붉은 빛이 도는 다갈색 털에 목 주변은 푸른색이 돌아 아름다워. 근데 이놈의 특징은 교미에 있거든.”
백회장이 교미라는 말을 하면서 혼자 히죽 웃었다. 조민지는 못 본척했다.
“신부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한번 하자면 온갖 수모를 다 겪어야해. 왜 사람도 까다로운 아내들은 그렇잖아. 샤워 했느냐? 이 닦았느냐? 그 곳은 박박 문질러 씻었느냐 그런 거 따지잖아. 남자는 급한데 그 투정 다 듣다보면 섰던 물건도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지. 하하하”
“아이 회장님도..ㅋㅋㅋ...”
조민지는 회장이 민망해 할까봐 웃어주었다.
“느시 신부는 말이야 우선 대 주기 전에 신랑의 물건부터 철저히 검사를 하지.”
“검사를 해요?”
“응, 우선 신랑 거시기를 코앞에 들이밀게 하고는 뭐가 묻었나, 깨끗하나, 샤워는 잘했나, 소독약은 제대로 썼나 그런 걸 검사하지. 부리로 톡톡 쪼아가며 정밀 검사를 하는 것이지"
“아프겠는데요. 발기된 생식기를 쪼아대면...ㅋㅋㅋ,,,”
“별로 아프지 않아요. 느시의 생식기는 따로 없어요. 남자나 다른 동물들 수컷은 방망이 모양의 생식기를 가지고 있지만 느시는 생식기가 따로 없고 항문 겸 배설물 출구인 총배설강이란 게 있는데 항문 모양의 이것을 신부의 항문에 가져다 대는 것이야. 1초면 끝나지. 그때 정액을 쏘거든.”
“배설강이라뇨? 관이 아니고요?”
“강(腔)은 속이 빈 것을 말하지 그냥 구멍만 있는 거야.”
“정말 웃기네, 그래도 쾌감을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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