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일의 수출규제는 외교부재기 부른 재앙
[이원두 경제비평] 일의 수출규제는 외교부재기 부른 재앙
  • 이원두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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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치명적인 위기로 인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남느냐 아니면 도태 되느냐’를 가름하는 역사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아베 일본이 준비해 온 카드가 반도체 핵심소재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모든 상품에 대해 수출규제를 할 수 있는 이른바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대량살상무기로 전용 될 수 있는 부품 가운데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최종용도 통제(end use control)’로 불리는 캐치 올(catch all)규제를 받게 된다. 일본이 북한 리비아 시리아 등에 적용해 온 규제다. 일본정부는 한국이 백색국가로 지정된 것이 2004년부터임을 상기시키면서 캐치 올을 적용하게 되더라도 2004년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가 설계한대로 ‘백색 국가’에서 제외된다면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출발점으로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우리 경제는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비록 세계 10위권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는 소재 부품을 수입해서 완제품을 만다는 이른바 ‘조립생산 형’이다. 기술과 자본이 거의 없는, 그러나 양질의 노동력만은 충분히 갖추고 있던 60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속성 성장’경제의 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그 덕분에 한국경제는 거의 20여년에 걸쳐 두 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조립생산형, 속성 성장 경제의 최대 약점은 핵심 소재 부품과 기술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본과 기술 협력 상대국인 일본은 조선, 가전, 반도체 등에서 한국의 추월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아베 일본이 노린 반도체 3대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선 것은 단순히 한국경제에 압력을 가하자는 수준을 벗어나 뿌리를 흔듦으로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동북아 동맹의 한 축인 한국을 ‘백색국가’에서까지 제외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태를 여기까지 악화시킨 것은 한마디로 사실상의 외교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 위안부, 강제 징용 문제 등은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해결되었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배상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한일 수교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외교현안’이며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사태를 미봉해 왔다. 박근혜 정부 때 대법원이 징용배상판결을 미룬 것이나 ‘위안부 재단’에 합의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형 정부가 들어 선 이후 ‘위안부 재단’은 없었던 일로, 대법원은 일본 해당 기업은 징용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함으로서 양국은 극한 대립이 이어져 왔다. 지난번 오사카 G20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수상이 8초간 악수만 나눈 것이 양국관계의 단적인 상징이며 일본의 대한수출규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미 한국이 WTO제소를 여두에 두고 수출규제가 ‘보복’이 아니라 안보와 연관된 문제임을 천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베의 간교한 지혜, 궤변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으나 국제 여론은 어느 나라 손을 들어 줄지 예단 할 수 없다. 양국의 외교역량 문제도 있지만 일본이 얼마나 치밀하게 사전준비를 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에 한국은 일을 당하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에 나서는 것이 국민 눈에는 허둥대는 것으로 비칠 수 도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트럼프 이후 각국이 ‘자국 제일주의’레 주력하는 이른바 트럼프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식가에 따라서는 트럼프 현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나 상황아래서 일본을 비롯한 우방 외교에반드시 최선을 다 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전략물자 수출관리 회의가 지난 3년간 단 한번 밖에 열지 못한 것은 이 oTek소홀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더라도 물론 한국도 몇몇 전략품목으로 일본에 맞대응할 수도 있으며 반도체 수요국인 일본 기업가 미국 기업과 협력하여 국제여론전을 벌일 수도 있다. 대한 수출규제 이후 아메 지지도가 2%포인트나 떨어진 것도 유리한 요소의 하나다.

그러나 한 일 양국의 경제력은 체급이 다르다. 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하여 자동차 조선 등 몇몇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로 먹고 살지만 일본 역시 수출형 경제라고는 하더라도 다채다양하며 기초 기반 기술력에서는 세계 정상 수준이다. 양꾸이 맞대결했을 때 받는 타격의 심도 역시 큰 차이가 난다. 장기화 할수록, 규제 범위가 확대될수록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치명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보고 당국은 단기간에 매듭을 풀 수 있도록 외교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삼성전자 부회장이 홀로 일본을 찾아갔을까 깊이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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