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랑스서 '예비기소'... '노동 짓밟기' 민낯 드러나나
삼성, 프랑스서 '예비기소'... '노동 짓밟기' 민낯 드러나나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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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프랑스에서 노동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 아시아 공장에서 노동자 권리를 침해했으나 거짓으로 홍보한 혐의다. 유럽 수사기관이 삼성 노동환경 전반을 문제 삼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행동주의 프랑스 시민단체 셰르파(Sherpa)와 액션에이드 프랑스(ActionAid France)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랑스 파리 지방법원이 최근 삼성전자 프랑스 법인을 소비자법 위반(기만적 상업행위) 혐의로 예비기소했다고 밝혔다. 운동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기업윤리 공약이 기업에 구속력을 갖는 마케팅 관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사실이 프랑스에서 처음 인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NGO와 인권단체들은 삼성이 16세 이하 어린이를 고용해 직원들에게 학대 근무시간을 강요하고 주거와 노동조건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근로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이 아직 재판에 넘겨진 것은 아니다. 예비기소란 예심에 회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심이란 법원에 소속된 수사판사가 공소권 행사를 전제로 범죄행위자를 특정하고 해당 범죄의 상황과 결과를 확정하는 절차다. 프랑스에서는 중요한 사건의 경우 검사가 수사판사에게 수사를 의뢰하고, 수사판사가 수사와 기소를 맡는다.

르노 반 륌베크 수사판사는 예비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 공장에서 노동자의 인권이 존중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셰르파와 액션에이드 프랑스는 지난해 법원에 삼성전자 프랑스 법인과 한국 본사를 고발했다. 삼성 중국 공장에서 아동노동이 이뤄졌고 공장에서 산업재해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도 삼성이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증진하고 있다’고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취지다.

삼성은 베트남에서도 노동자를 짓밟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17년 지난해 스웨덴 비정부기구 iPen은 베트남 하노이 북부 삼성전자 공장 두 곳에서 노동자들이 건강에 해로운 작업환경에서 일한다는 내용을 조사해 UN에 보고했다.

iPen은 당시 여성 노동자 45명을 인터뷰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이 소음이 심한 작업장에서 12시간 동안 서서 일해야 하고, 화장실 사용이나 휴식 시간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여성들은 피로와 현기증을 포함해 좋지 않은 근무 환경으로 유산 등 건강상의 문제를 겪었다고 밝혔다.

심각한 것은 삼성이 iPen 인터뷰에 응한 여성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 했고 베트남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UN 인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베트남 정부에 우려를 표명함과 동시에 해명을 요구해왔다.

한 인권 전문가는 “대부분의 베트남 20대 여성 노동자들이 현기증이나 실신을 경험했고 일주일에 70~80시간을 일하면서 뼈, 관절, 다리 등에 통증을 경험하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 노동법까지 위반해가면서까지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것은 유산이 매우 정상적이라는 보고가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자산업과 관련된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생식의 피해와 관련 될 수 있다는 최초의 징후는 아닐 수 있지만 주의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 A씨는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20세에서 39세 사이의 여성노동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높은 자연유산과 생리불순이 나타난 연구결과가 있다. 삼성이 베트남 여성 노동자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법원이 다국적기업 국외공장의 노동환경을 정식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 현지에서도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셰르파와 액션에이드 프랑스는 2013년과 2016년에도 삼성을 고발했지만 번번이 무혐의로 끝나거나 기각됐다.

프랑스 법원은 삼성 아시아 공장의 노동환경 실태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만유로(약 4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가 삼성이 이런 기만적 행위로 이익을 봤다고 판단하면 평균 연 매출의 10%까지 벌금을 올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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