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에 골머리 썩는 은행사 금감원 권고 수용할까?
'키코'에 골머리 썩는 은행사 금감원 권고 수용할까?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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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키코(KIKO) 사건’에 대해 분쟁조정안을 내놨다. 재조사를 진행한지 1년만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정안이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달 9일, 늦어도 16일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키코 사태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낼 방침이다.

재조사 대상 기업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곳이다. 이들은 키코 사태 후 분쟁조정이나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은 업체들이다. 금감원이 추산한 전체 피해액은 총 150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코는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기준 환율과 계약 금액을 미리 정한 뒤,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2000년대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기업 732곳이 약 3조3000억원의 피해를 봤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으며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판단해 불완전판매 부분에 대해서만 은행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액 일부를 배상하도록 했다.

금감원의 재조사는 은행이 기업에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불공정 상품을 문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이 키코 판매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어떻게 고지했는지에 따라 피해액의 20~30%를 더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이번 권고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큰 경우 배상 비율이 50%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만약 은행권이 권고안을 수용할 경우, 키코와 유사한 상품으로까지 분쟁조정 범위가 확대된다. 피해 규모가 조 단위로 불어날 수 있으나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은 강제성이 없다.

그러나 은행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담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과의 마찰과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다.

앞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도 자신의 SNS를 통해 “금융분야 주요 적폐 중 키코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이 화두가 됐다”며 “과거 미흡했던 소비자 보호 조치에 대한 시정 및 구제 필요성에서 보면 법적 소멸시효가 완성된 키코 분쟁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구제수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3년 대법원 판결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기반으로 키코 계약이 불완전판매 사례라는 판례도 있으며, 키코 피해 기업 중 불완전판매로 추정되는 150개 기업 모두 피해 구제를 받는다 해도 전체 950여 기업을 기준으로 20%도 안 된다”고 평가하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일 은행 측이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금 진행중인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은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은행들이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판매에 대해 배상책임을 이행하라는 권고조치인데 이마저도 은행들이 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한다면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라는 금융회사의 기본책무를 망각하고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은행들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결과에 대해 결자해지의 자세로 겸허하게 수용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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