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신- 제25화 ‘다시 퍼지는 스캔들’
[기업소설] 직장의신- 제25화 ‘다시 퍼지는 스캔들’
  • 이상우
  • 승인 2019.0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러나 소파승진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내 게시판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박민수 연구원과 조민지 차장이 남산 한강변의 H호텔 로비에서 손잡고 나오는 사진이었다. 그뿐 아니라 사옥 옥상에서 두 남녀가 포옹한 장면의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얼굴이 안보여 누군지 확실히 분간하기는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뒷모습이 조민지와 비슷했다.
이 사진 두 장은 금세 사원들의 뒷담화에 올랐다.
“조민지가 또 흔들었구먼. 크크크.”
“이젠 묘목까지 건드리는구나.”
“이규명 대리만 븅신되었네”
“얘. 박민수 뿐이겠니? 여영진 박사 오피스텔에도 들락거린대.”
“뭐야? 여영진은 내가 찜했는데.”
“여영진의 잠자리 기술이 죽여준대.”
“누가 해 봤대?”
“그 남자 거시기는 쬐끄만데 테크닉이 명품이래.”
“인프라의 성 박사가 경험담을 털어났대.”
“설마...”
“그 사진 이규명이 올리지 않았을까?”
“복수 차원에서?”
사내의 뒷담화는 대강 이런 찌라시 수준이었다. 그러나 조민지는 그냥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박민수와는 실제로 며칠 전 H호텔에서 만나 일이 있었다.
조민지의 흑색 스캔들이 회사를 휩쓸고 지나 간지도 두어 달이 넘은 며칠 전이었다.
그동안 조민지는 또 다른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영종 그룹이 더 뻗어 나가려면 몇 가지 신규 사업을 벌여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중 한 가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를 했다. 레저산업과 연관된 신소재 개발에 관련된 것이었다.
조민지는 아이디어를 더 얻을 생각으로 박민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두 사람은 한강변이 잘 내려다보이는 H호텔 스카이라운지 양식당에 마주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박 선배.  나와 주어서 고마워요.”
회사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조민지가 말을 꺼냈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올림픽 도로에는 벌써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꽉 차 있었다.
강 위에는 바람이 있는지 검은 파도가 제법 높게 출렁 거렸다.
“이 대리한테는 너무 한 것 아닐까요?”
박민수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강변 경치가 참 좋지요?  난 해가 지고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항상 이유 없이 슬퍼져요. 내가 어릴 때는 땅거미라는 게 진짜 어둠을 몰고오는 커다란 우주 거미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처럼 이렇게 강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런 서글픈 감정은 없네요. 박 선배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민지는 너무 속을 드러내 보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얼굴이 약간 상기 되었다.
“세상을 너무 특별하게 살려고 하지 말아요, 직장도 하나의 조직체이고...”
박민수는 조민지를 교육시키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양고기 스테이크 어때요?”
그러나 조민지는 계속 빗나가는 이야기만 했다. 어려운 이야기는 덮어두고 싶었다. 박민수와 마주 앉아 고급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 식사와 함께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그들은 프랑스산 모젤 포도주를 반주로 뉴욕 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다. 돈이 꽤 나올 것이란 계산을 잠깐 해본 조민지는, 그러나 이렇게 로맨틱한 밤을 위해서라면 저녁 값 좀 쓰는 게 아까울 것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왔다.  박민수가 카드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저녁 값은 제가 낼 거예요.  제가 초대한 거니까요.”
조민지가 박민수의 팔을 잡았다. 팔을 잡는다는 것이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 실박한 그의 피부로부터 온기가 손바닥에 전해왔다.
“이러지 말아요. 여자하고 밥 먹은 뒤 여자가 돈 낼 동안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의 심정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아요?”
“요즘 남자 아니네. 그런 생각하는 걸 보면.”
그러나 박민수는 막무가내로 조민지를 뿌리치고 계산을 했다.
“잘 먹었어요.”
식당을 나서며 조민지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왼지 박민수에게는 그런 말을 자꾸 걸고 싶었다.
“이제 어디로 가지?”
“오늘 스케줄은 제가 잡은 것이니까 따라와요.”
조민지가 박민수를 끌고 다음에 간 곳은 엉뚱하게도 인도어 골프장이었다.
“난 또 분위기 좋은 모텔이나 가는 줄 알았잖아?”
박민수가 마음이 좀 풀어져서 농담을 했다.
“피이, 홀랑 벗고 나 잡아 잡수시오 해도 도망가는 남자가 누군데?”
조민지가 집에서 인사불성 되게 술 마시면서 있었던 일을 기어하고 한 말이었다.
“그런 일이 언제 있었어요? 전혀 기억이 없어요.”
박민수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인도어 골프 연습장은 서른 개도 넘을 것 같은 연습 타석이 꽉 차 있었다. 대낮처럼 밝은 조명아래 딱딱 소리를 내며 골프공을 치느라고 땀들을 흘리고 있었다.
뒤의 간이 의자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남녀로 붐비고 있었다.
“자리가 없는데요. 한 시간쯤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공 상자를 나르던 알바 학생이 조민지와 박민수를 보고 말했다.
“난 골프 칠 줄 모르는데 여긴 왜 왔지요?  조민지씨 요즘 차장 되더니 골프 시작했나요?”
박민수가 아주 못마땅한 투로 말했다.
“어때요? 굉장하지요. 저녁인데도 골프 연습하려는 사람이 이렇게 몰려드니...”
조민지는 엉뚱한 대답만 했다.
“여긴 너무 붐벼 담에 오기로 하고, 그럼 우리 옛날에 가던 그 카페에 가서 커피나 한 잔 해요.”
조민지는 다시 박민수를 끌고 대학로의 조그만 카페에 들어갔다.
이날 밤 누군가가 두 사람을 미행하고 사진을 찍은 것 같았다.
조민지는 사진의 출처를 알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사진이 올라온 서버를 알아내고 올라온 위치를 찾으면 짐작 할 수 있었다.
조민지는 이 방면에 특출한 기술을 가진 여영진을 만나 부탁했다.
“그거라면 쉽게 찾아 낼 수 있습니다. 사내에서 원한을 가진 누군가가 올렸을 테니까 뻔해요.”
여영진은 일거리 생겼다는 듯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했다.
“근데 한 가지 물어 봅시다. 꼭 대답을 듣겠다는 조건부는 아닙니다만...”
여여진이 역시 짓궂게 웃으면서 말했다.

“말씀 하세요.”
조민지가 약간 긴장했다.
“박민수와 잤습니까? 걔 것이 내 것 보다 나아요?”
“잔일은 없지만 본 일은 있어요. 근데 박민수 것이 훨씬 훌륭해요.”
조민지는 만만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정면으로 받아치는 것이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아하. 그렇게 보셨군요.”
여영진도 만만치는 않았다.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김 부사장 물건도 보셨습니까?”
“그걸 꼭 대답해야 제 청을 들어 주실 겁니까?”
조민지가 이번에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