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기업 조달창구로 전락...벤처업계는 ‘한 숨’
증권사, 대기업 조달창구로 전락...벤처업계는 ‘한 숨’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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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벤처업계가 한 숨을 쉬고 있다. 증권사가 1년간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이 약 9조원 가까이 되지만 벤처업계에 제대로 된 투자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

26일 금융감독원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발행어음 1·2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각각 5조2641억원과 3조3천99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7년 11월 발행어음 사업 첫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조달자금 중 3조6569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중견기업 투자금이 2조8432억원이고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에 7319억원, 중소기업에 817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이내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되지 않았다.

이들 증권사가 벤처업계에 투자하지 않는 행태는 발행어음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허용됐다. 벤처업계와 스타트업에 제대로 된 투자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선정된 증권사에 허용된 발행어음이 제도 미비로 대기업·중견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해준 발행어음 자금이 실제로는 SPC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대출에 쓰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김종석 의원실에 별도로 제출한 자료에서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자금이 성장 잠재력이 있는 혁신형 기업으로 투입되는지 지속해서 점검하고 필요하면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건전성 규제 등 관련 규제를 합리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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