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농지이용실태 고발, 농사 안짓는 국회의원 농부가 '97명'
PD수첩 농지이용실태 고발, 농사 안짓는 국회의원 농부가 '97명'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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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21조에는 농사를 짓고있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3월 28일 공개된 ‘2018년도 국회의원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에 따르면 국회의원 289명(2018년 재산공개 기준) 중 97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말그대로 세 명 중 한 명 꼴로 농지를 소유한 농부라는 이야기다.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농부가 됐을까.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 엄용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실제로 본인이 직접 경작을 하지 않거나 지인의 손을 빌리고 있다. 

이들 국회의원과 배우자 등은 과수·벼·콩·채소 등의 농사를 직접 짓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하고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원들이 소유한 농지의 인근 주민들은 하나같이 의원이나 배우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97명의 의원들 중 45명의 의원들은 본인이 속한 지역구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PD수첩은 본인의 지역구에 농지를 소유한 의원들의 땅과 공약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경기도 안성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2008년부터 고삼호수 수변개발 사업과 서울-세종 고속도로 고삼호수 휴게소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고삼호수휴게소 설치가 공표된 1년 뒤인 2017년, 김 의원은 고삼저수지 인근 농지를 매입해 주택을 건설했다. 

인근 주민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의원이 농지를 매입했을 때보다 호가는 2배가량 뛰었다고 했다. 심지어 부동산에서는 국회의원도 매입한 땅이라고 홍보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었다. 김학용 의원은 "지역개발정책과 자신의 농지매입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부인 정 모 씨는 지인과 공동으로 인천광역시 계양구 다남동에 3,528㎡(1,067평) 크기의 농지를 매입했다.

농업경영계획서에는 ‘벼 및 고등채소’를 재배하겠다고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의사인 정 씨는 이곳에서 농사를 짓지 않았다. 임차농을 두고 대리 경작하던 정 모 씨는 2016년 다세대주택을 건축했다.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137,831.1㎡(41,693평)를 소유한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이다. 

박 의원의 배우자 최 모 씨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수년에 걸쳐 강원도 홍천군 구만리 일대에 가시오갈피 등의 농사를 짓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와 임야를 매입해왔다. 

마을주민들에게는 가시오갈피 농장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마을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최 모 씨가 소유한 ‘ㅇ’레저 측은 용역을 동원하고 주민들에게 약 1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결국 강원도가 사업계획 승인을 취소했다. 

박덕흠 의원의 가족이 대주주인 ‘ㅇ’레저 측은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대법원의 판결에서 승소했다. 다시 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PD수첩이 취재·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과수·벼·콩·채소 등의 농사를 하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우선적으로 농지와 임야를 매입해 임차농을 두던가 해당 지역에 다세대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법을 잘 알고, 그를 이용하는 국회의원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당하고 있는 국민들이 잘못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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