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시아의 탄생' 경정호, "거창한 이야기? 문제를 꼬집는 작품"
[인터뷰] '메시아의 탄생' 경정호, "거창한 이야기? 문제를 꼬집는 작품"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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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야기는 아냐… 문제에 대한 문제를 던지는 중"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배우가 있다는걸 알아줬으면"
문제적 연극 '메시아의 탄생', 그 분 역을 맡은 연극배우 경정호와의 인터뷰

"모두의 메시아, 공간을 가로질러 그 분이 내려왔다"

정치·사상·지역·세대·계층간 반목 등 사회를 가로지르고 있는 문제들을 한 곳에 모은 연극이 개막했다. 연극 <메시아의 탄생 - 지옥의 문이 열리다>가 바로 그 작품이다. 맹신(盲信)으로 인해 상식의 잣대가 고장 난 사이비 신앙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촌극과 사건들을 은유로 오늘의 부조리한 현실 세계를 통렬히 파헤친 극단 풍산의 창작 초연극으로, 지난 6일 대학로스튜디오76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동안 눈을 뗄 수 없는 구성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이번 연극은 <고린내>, <엄니인력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 등을 통해 동시대 인간군상들의 조금은 특별한 삶에 관한 깊은 천착으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몰입감과 담담한 위로를 전해 온 극작가 황대현과 연극배우 경정호가 손을 잡은 세 번째 작품이다. 작가겸 연출 황대현 작가의 이야기를 무대위에서 펼치고 있는 연극배우 경정호와 만나 이번 연극과 그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Q. 반갑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반갑습니다. 올해로 28년 정도 연극을 하고 있는 배우 경정호라고 합니다. 

Q. 정말 오랜 기간 활동했다. 연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A. 애정이라기보다는 마약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게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다 보면, 그걸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하거든요. 저희끼리. 연극이라는 게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삶의 어떤 문제에 대한 돌을 던지고,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커다란 사회에서 큰 벽이 있는데, 우리는 그 벽을 넘거나 부술 수는 없지만 벽이 어디에 있고 우리가 어느 벽을 대하고 있는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큰 거창한 이야기보다, 어떤 문제에 대한 목적을 가지고 끊임없이 문제를 던지고 있어요. 우리가 영화나 방송 매체들처럼 큰 시스템과 힘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누군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온몸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말을 이렇게 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몇 번씩 도망도 쳤었어요. 그런데 막노동을 하고, 일을 하면서도 공연에 대한 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일을 하고 집에 들어가면 공허함이 저를 감싸더라고요.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에 이 공허함이 눈덩이를 굴린 것처럼 커진걸 느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 연출가님이 연극을 해보자고 연락을 주셔서 이번 연극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이번 연극은 어떤 작품인가.

A.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맹신과 광신에 대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랄까요. 일단 크게 보자면 어떤 한 종교 집단의 교주가 죽고, 종교 집단에 새로운 교주 찾기에 나선 부교주와 전(前) 교주 자식들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에요. 제가 맡은 배역은 이들이 찾게 된 새로운 교주 역할이죠. 이들은 자신의 욕망과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무릎을 꿇기도 하고 소리치고, 웃어요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이죠. 제가 이야기 하는 것보다 우리 작품을 한 번 봐주시면 이해하기 편할 거에요. 정치나 사회의 한 부분을 우리 작품에 빗대어보면 정말 딱 들어맞는 면들이 있어요. 그래서 작품을 맡았고 대본을 읽었을 때,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떤 면을 보여주고 비춰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Q. 맡은 배역은? 

A. 배역의 이름이 '그분' 이라고 되어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 기득권층을 나타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한 종교의 주교이자 신을 나타내는 것 처럼 보이죠. 기존의 성존이라는 주교가 죽고 나서 전주교의 아들과 부주교가 만나면서 극이 시작해요. 이들은 서로 더 큰 이득을 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쓰죠. 사실 부주교는 모든걸 계획하고 있었어요. 주교의 죽음부터 그이후에 새로운 주교가 오는거 까지를요. 계획을 세우고 곧바로 어느 정신병원에서 한 명의 메시아를 데리고 오거든요. 메시아는 자기 자신이 진짜 메시아라고 믿고 있는 정신 이상자인데 그의 이야기가 신도들에게 먹히죠. 사람들의 마음은 믿고 싶어하는걸 믿게되잖아요. 정말 강인한 사람들은 얼마 되지않죠. 메시아는 그들이 믿고싶은걸 보여줘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영감을 느끼죠. 부주교와 전주교의 아들은 이를 이용해 신도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그들의 맹신을 강요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신도들이 메시아에 대한 믿음이 커지자 이제 그만 그를 보내야될 때란걸 알게되고 메시아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움직여요. 그런데 메시아도 자신이 변화하는걸 느끼죠. 공연을 보시면 어떤 이야긴지 확실하게 보실 수 있을거에요. 

Q.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A. 사실 인물 간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고정관념 때문에 연출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했죠.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을 나타내고, 메시아가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연출은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부분을 깨기 위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했었어요. 저한테 "아무 생각하지 말고 연기해라, 생각하지 말고 연기해야 된다"라고요. 대사를 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에요. 제가 잡은 캐릭터로 대사를 내뱉으면 메시아라고 보이는 인물에 있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이 부분을 고치기 위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조절했던 것 같아요.

Q.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있다면?

A. 이 부분은 약간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사실 연출은 전체를 보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배우는 자기만 보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나오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도 제일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 있거든요.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캐릭터랑 연출이 바라보고 있는 캐릭터가 달랐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많이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죽음을 대하는 장면에서 어떠한 정서도 넣지 않길 바라는 연출과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감정이 담긴 캐릭터와의 차이였죠. 이 장면이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이에요. 

Q.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것 같다.

A. 맞아요. 저도 사실 이 작품을 올리면 다시 대학로 무대에 못 올라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협박도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작품에 지원해주신다고 하셨던 분들이 다 못하겠다고 해서 작품이 올라가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려움이 많았죠. 그래도 우리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는 분명히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이라는 틀 안에서 신랄한 표현과 관념적인 대사, 그리고 과장된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죠. 호불호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는 사회에서 문제를 꼬집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반전이 일어난다면 많은 관객분이 찾아와주셔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신다는 거겠죠. 그래야 우리 연출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배우들도 연출도, 저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연습하는데 있어서도 시간을 맞추는 게 힘들었죠. 누구는 일을 해야 되고, 어떤 친구는 낮에는 아동극을 하고 밤에는 연습에 참여하기도 헀거든요. 정말 심적으로 힘들겠지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지금 우리 연극이 올라갈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발 잘됐으면 좋겠어요. 

Q. 사회비판이나, 문제를 꼬집는 작품들이 많이 없다. 대학로에서 올라가는 작품들은 대다수가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동성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A. 이번 작품을 쓴 작가가 항상 다루는 주제가 사회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들에 대한 고찰이고, 그들이 갖게 된 편견과 불만일 수도 있죠. 그런데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나름의 희망도 있고, 사랑도 있어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는 글을 쓰죠. 그래서 세작품째 같이 하고 있네요. (웃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크게 사회를 변화시켜야지. 아니에요. 그냥 우리의 이야기가 사회의 어떤 한 부분을 변화시키고,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었으면 하거든요. 그리고 이왕 발을 담갔으면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공연을 준비하면서, 공연에 올라가서도 실수하지 않고 준비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긴장하고 무대 위에 올라서 끝까지 실수 없이 작품을 끝내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그래서 공연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Q. 매년 수천 명의 예비 배우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있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A. 이전에 어떤 선배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해서는 절대 밥 먹고 살지 못한다.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 먹고 살 수 있다"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일이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해왔죠. 그런데 지금 세대의 친구들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지금 세대는 그때와 다르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길이 생겼거든요. 우리 땐 선택이 길이 없었는데, 지금을 사회가 변해서 정말 많은 직업이 있잖아요. 그래서 잘 생각해보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렸을 때 50대 배우들을 보면 정말 할아버지, 할머니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50대 배우들을 보면 다 그냥 나이가 좀 들어 보인다 싶어요. 문화와 사회가 바뀌면서 이런 점도 바뀐 거겠죠. 사실 배우들처럼 선택을 받는 직업군들은 오래 못산다고들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지금도 불안해요. 40~60대 배우들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그런데 대다수가 힘들게 살고 있어요. 무대 위에 올라가고 싶은데도, 오르지 못하는 배우들도 있고요.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친구도 있죠. 그런 아픔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으니까 이 길을 죽으라 팠는데, 지금 친구들은 할 수 있는 폭이 넓으니까 많은 생각을 가지고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만약 정말 각오를 다지고 온다면 응원해주고 싶네요. 

사건사고로 뒤덮힌 뉴스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거짓을 통해 이익과 사익을 추구하는 이들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만드는 연극 <메시아의 탄생 - 지옥의 문이 열리다>는 오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스튜디오76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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