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나카레니나' 윤공주, "부담감? 이젠 책임감이 앞서"
[인터뷰] '안나카레니나' 윤공주, "부담감? 이젠 책임감이 앞서"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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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안나카레니나'를 통해 러시아 사교계 최고의 미녀로 변신한 뮤지컬배우 윤공주
"어떤 작품을 임하건 부담감이 있어, 그런데 지금의 나(윤공주)에게 있어선 책임감이 조금씩 앞서는 것 같다"

러시아 뮤지컬의 정수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1년 만에 돌아왔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19세기 러시아 귀족들과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안나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배우 윤공주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찾고, 색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뮤지컬 배우 윤공주(38)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다. 그녀와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참여한 소감, 그리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이번 작품에 갑작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A. 사실 지금 하고 있던 <지킬 앤 하이드>라는 작품 이후에 조금 여유가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영어공부도 조금 하면서 휴식을 조금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갑작스럽게 공연에 참여하게 됐어요. 정말 일요일에 전화를 받고, 월요일에 회사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화요일에 계약을 했죠. 다음날인 수요일에는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목요일에는 바로 연습실 현장에 참여했어요. 너무 갑작스럽게 참여하니까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힘들다는 생각도 못 했어요. 이번 작품에 참여해서 힘들다고, 기존에 참여하고 있던 공연을 망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공연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듣고 노래를 한다고 치면, 열 번 노래를 듣고 열한 번 노래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습을 하면서 보니까 정말 쉽지 않은 작품이더라고요. 관객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렇게 첫 공연을 끝냈고, 지금도 관객분들이 더 공감하실 수 있도록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관객들을 비롯한 공연계 관계자들의 시선도 한 몸에 받고 있다

A. 사실 그런 건 못 느꼈었거든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는데 많은 기자님들이 찾아주셔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느꼈고, 정말 놀랐던 것 같아요.

Q.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함께한 민우혁 배우와 이번 작품에서도 합을 맞췄다

A. 그래서 그런가요? 지금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도 저희 모습에서 전 공연의 잔재가 보인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전과 연결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더욱더 안나와 브론 스키로 보일 수 있도록 연기하고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차별화를 둔 점이 있을까

A. 우선 전작과의 큰 차이는 신분의 차이가 아닐까요? 나라나 시대상도 다르지만, 가장 큰 부분은 신분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이번 작품에서의 저, 안나는 귀족 여인이고 정말 뛰어난 '미모'와 그 당시 페테르부르크에서부터 러시아까지 사교계 최고의 여인으로 꼽혔던 여자거든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도 몸가짐이나, 행동에서 정말 달라요. 공연을 보러 오시면 아시겠지만 정숙한 자세와 행동들이 자연스러운 안나를 볼 수 있을 거예요.

 

Q. 연습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을까

A. 힘들다기보다는 연습 과정에서 안나가 가지게 되는 감정에 많이 집중했었던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안나의 생각들과 가지게 되는 감정들의 변화 선이 복잡하거든요. 그래서 되게 좋게 다가왔어요. 연습 때도 "어? 이거 괜찮은데?" 하면서 연습했었어요. 연출님도 보시다가 놀라신 것인지 "얘가 여리여리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은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제 공연에 올라가면서 더 다듬고, 깊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하면 할수록 더욱 깊게 빠져드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하면서 더 깊어진 안나가 돼가고 있어요.

Q. 공연하면서 실수는 없나

A. 실수는 없고, 제가 원래 잘 뛰기로 유명하거든요. 힐을 신고서도 잘 뛰는 편이라서 계단 오르고 내리는 것도 잘하는데, 이것보다 드레스 때문에 실수할 뻔했죠. 그냥 패치가 있는 드레스랑 다르게 안나가 입어야 하는 드레스가 뒤가 엄청나게 길거든요. 제가 밟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제 치마를 밟는 경우가 생겨서 휘청거릴 때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 힘든데, 그 이상 정말 아름다운 드레스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예쁘게 잘 표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웃음)

 

Q. 아이가 있는 안나, 모성애를 느끼는 장면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임하고 있나. 혹은 도움을 받은 게 있을까

A. 사실 제가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있지 않잖아요. 그래서 관객들이 봤을 때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는데 그런 모성애를 어떻게 표현하겠어?", "역시 결혼을 안 해서 애가 없으니까 그게 부족하구나!"이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장면을 특별히 더 연습하고 집중했던 것 같아요. 사람으로서의 안나,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안나의 모습을 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실제로 경험을 한다면 조금 더 잘 표현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배역을 맡은 소현 배우의 모습을 보면 정말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연습하거나 런을 돌때 연기를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도움을 받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확실히 연습과는 다르게 공연에 임하면서 저도 모르게 이런 부분들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공연하면서 울컥해서 노래를 못할 뻔하기도 했었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진짜 내 아들처럼 느껴지고, 이런 아들을 두고 가야 된다는 나의 모습에 아픔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봤을 때 거부감이 없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윤공주가 아닌 안나 카레니나로 보이는 게 저의 숙제고 목표인 것 같습니다.

Q.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작품이다. 부담감은 없나

A. 사실 몇 년 전에 <아이다>라는 작품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어떤 작품에서건 비중이 크건 작건, 부담감은 똑같은 것 같아요. <아이다>라는 작품을 했을 때는 아이다만의 어려움이 있었고, <지킬앤하이드>를 했을 때는 지킬 만의 어려움이 있었죠.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하다보니 이제는 정말 부담감 보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어느 작품이건 열심히 하지 않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힘쓰고 있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느끼면서 작품에 임하는 것 같아요.

 

Q. 극 중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노래 없이 연기와 표정, 몸짓만으로 모든 감정의 변화를 표현해야 한다

A.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죠. 그때 제가 진짜 안나가 된 것 같거든요. 노래를 듣고 있는 안나가 진짜 제가 되서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 라는 것 처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이 장면은 특별하게 준비를 하거나 뭔가를 생각하고 들어가지 않아요. 그렇다고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는건 아니고, 이미 이 장면 이전부터 쌓아온 감정선이 있고 이야기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객석을 바라보면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진짜로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질 정도로 큰 감동과 다양한 감정이 오가요.

Q.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이 나에게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을까

A. 저는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고 있거든요. 저는 그냥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잘 보내고 싶어요.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하려다 보니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고, 지금의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안나 카레니나>를 해서 다음에 내가 작품의 선택에서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건 없어요. 그냥 저에게 주어지는 게 무엇이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괜히 왔다'라는 생각이 안 들게끔 작품에 임하고, 공연을 해가는 게 저의 목표거든요.

Q. 아직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화려한 무대와 뮤지컬, 오페라, 발레, 스케이트 등 종합예술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그 안에서 안나라는 여자의 여정을 통해서 '내 삶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 주변에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고, 정말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뮤지컬입니다. 여름에 딱 봐야 하는 작품이니까 뮤지컬 <안나 카레리나>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찾아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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