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첼리스트 이상희, "전자첼로의 매력, 빠져나오기 힘들어"
[인터뷰] 첼리스트 이상희, "전자첼로의 매력, 빠져나오기 힘들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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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립교향악단 첼리스트이자, 전자 첼로리스트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상희 첼리스트와의 인터뷰.

음악이 가지고 있는 힘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이다.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잠이 들었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자연의 소리, 그리고 동물의 소리에서 시작된 음악은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어느 시대에선 그 소리 들을 조합해 제사할 때 사용했으며, 어느 시대에선 교향악으로 사용됐다. 현대에 들어선 클래식과 오페라를 뛰어넘어 뮤지컬과 가요, 랩과 리듬 앤드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로 발전하게 됐다. 

전자 첼로라는 악기를 제작해 전자첼리스트 장르를 개척한 첼리스트 이상희를 만나 그가 생각하고 있는 음악과 전자 첼로, 그리고 전자첼리스트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대구 시립교향악단에서 25년 차 첼리스트 이상희입니다.

Q. 첼로는 언제 시작했나

A.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시작했어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편이죠. 제가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도시에 위화감을 느껴서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해서 부족했던 부분을 따라잡았어요. 헝그리 정신으로.

Q. 보통 접하는 시간이 중학교보다 이른 나이에 접하나 보다

A. 맞아요.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전공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바이올린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생 때 잡지 않으면 더 힘들죠. 그런 거에 비해서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시작했으니 엄청나게 늦은 거죠.

Q. 왜 첼로라는 악기였을까.

A. 사실 공부를 잘 못 했어요. 하기도 싫었고요. 공부는 하기 싫으니까 체육이나 미술, 음악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미술은 너무 정적이라 처음에는 운동하려고 했었어요. 제가 달리기도 잘하거든요. 약간 빠릿빠릿하고 까불거리는 성격이라 저하고 잘 맞았었죠. 그런데 저희 사촌 언니가 첼로를 하거든요. 사촌 언니를 통해서 시향에 계신 선생님을 만났고, 그래서 첼로라는 악기를 시작하게 됐죠. 그때 첼로가 4줄인지도 처음 알았어요.

Q. 첼로의 매력이 뭐였을까

A. 첼로는 일단 사람의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진동수랑 가장 흡사하거든요. 그래서 친근감이 있고, 위로가 된다고 할까요? 사람을 위로해주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Q. 첼리스트하고 하면 보통 3중주 혹은 4중주나 오케스트라를 떠올리게 된다.

A. 맞아요.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솔리스트하고 한다면 보통 바이올린을 많이 떠올리죠. 그런데 저는 그걸 뒤집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음악들 같은 경우의 첼로의 저음을 위주로 작곡된 곡들이라 저음처럼 느껴질 뿐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높은 곡을 치면 오히려 바이올린보다 안정감 있고, 부드럽거든요. 그런 매력을 느끼면 첼로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죠.

Q. 처음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를 기억하나

A. 첫 무대요? 사실 음대에서 겪어봐서 특별한 뭔가가 있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음대에서 합주라는 훈련과정이 있거든요. 이걸 통해서 많이 겪어봤던 일이라 뭔가 어렵다거나 떨리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전자 첼로를 통해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엄청나게 떨렸어요. 전자 첼리스트라는 직업 자체가 제가 유일하거든요. 그때 처음 무대를 올랐던 게 한 체육관이었는데, 지가 술을 한 잔도 못 마시는데 너무 떨려서 소주를 반병 드링킹하고 무대에 올라갔었죠. 그래도 떨리더라고요. 그런데 무대 위에 올라가서 전자 첼로의 첫 음을 내니까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고, 즐길 수 있었죠.

Q. 전자 첼로가 정확히 어떤 걸까

A.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기존의 연습용 사일런스 첼로가 있어요. 집에서 잭을 꼽아서 헤드셋으로 소리를 들으면서 연습할 수 있는 악기인데, 베이스 기타나 전자기타처럼 픽업 마이크가 들어가 있죠. 그래서 이걸 수정해서 제작한 악기에요. 보통 클래식에서 사용되는 악기들이 실내용 악기라고 치면, 전자 첼로 같은 경우에는 실외용 악기라고 볼 수 있죠.

Q. 전자 첼로는 어떻게 시작했나.

A.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고에서 잘리면서 부터였던 것 같아요. 이게 학교에서 왜 잘렸냐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는 문제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데서 문제가 있었어요. 현직 교사들에게 뒷돈을 줘야만 학생을 배정해주는 시스템이었죠.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있었죠. 저는 '내가 잘하면 되지 돈을 줘서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오히려 저한테 화살이 날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은 썩었구나, 내가 할 수 있는 뭔가 다른 걸 찾아봐야겠다"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게 전자 첼로였어요. 예고에서 나와서 3인조 전자현악팀을 창단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돈 문제 때문에 해체됐죠. 그래서 이건 안 되겠다 생각하고 매니저가 돼서 다른 전자 현악팀을 꾸렸는데, 이때는 또 이 친구들이 연습을 하지 않더라고요. 동작도 문제가 있고, 연습도 안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건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그만둔 거 같아요. 그런데 이때 우연히 히딩크 감독이 TV에 나와서 한 말이 뇌리에 박히더라고요. 뭐냐면 "멀티플레이를 해야 된다"라는 거였어요. 이 말이 비수처럼 날아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거 첼로니까, 다른 사람 돌보지 말고 내가 잘해보자고 결심했던 것 같아요.

Q. 전자 첼로가 특이하다.

A. 시중에 보이는 악기의 90% 가까이가 일제 악기거든요. 그런데 저는 일제 악기가 쓰기 싫어서 기존에 나와 있는 첼로를 고쳐서 새로운 첼로를 만들었어요. 기존에 첼로들을 해부하니까 악기 안이 별거 없더라고요. 첼로의 특성상 엔드핀이 있는데, 이 핀 때문에 첼로를 붙박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 핀을 없애면서 이걸 거치대 식으로 허리에 걸칠 수 있게 수정했어요. 그리고 LED 조명까지 넣어서 새로운 전자 첼로를 제작하게 됐죠. 이게 특허까지 받을 수 있게 돼서, 지금은 제가 악기의 특허를 가지고 있어요.

Q. 좋아하는 음악이 있을까

A.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형식 없는 뉴에이지, 음악인 것 같아요.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면서,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고 찾아보는 편이거든요.

Q. 클래식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나 자신이 느끼기에 많이 바뀐 것 같나

A. 처음 시작은 클래식 악기를 통해 음악을 배웠었죠. 처음에 잡았을 때는 그냥 그 악기가 내는 소리, 울림, 그리고 학원과 학교에서 원하는 테크닉에 집중했었던 것 같아요. 전자 첼리스트라는 길을 가면서 전자 첼로를 개량하고 발전, 업그레이드해서 지금 3호까지 나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 전자 첼로라는 분야에서 개척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잘하고 싶고, 최고가 되고 싶어요.

Q. 첼리스트로서, 교향악단의 단원으로서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나만의 가치관이 있다면?

A.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클래식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제가 하지 못한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가요도 그렇고 클래식도 그렇고. 이렇게 방대한 콘텐츠를 제가 하는 음악에 접목하고 싶어요. 아직도 대중에겐 클래식이 지루하고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보거든요. 이걸 제가 접목해서 좀 더 자유롭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으로 바꾸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새롭게 바꿔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악단에서 외부 일정을 다른 단원들을 안 보내고 저를 보내더라고요. 그날 솔직히 공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무대 위에 올라가야 하니까 마음을 다잡고 올라가서 공연했죠. 그런데 그게 지하철 매트로 광장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어떤 여자분이 자살하러 그 장소에 왔다가 제가 연주한 곡을 듣고, 그 음악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데요. 공연한 다음 날 시향 게시판에 이름하고 전화번호를 게재하고 자기가 그날 나쁜 생각을 가지고 그 장소에 갔다가 음악을 듣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 그 음악이 뭔지 알고 싶고, 곡을 연주한 사람을 알고 싶다는 글이었어요. 이게 인연이 돼서 그분을 알게 됐고, 최근에도 연락했어요. 그분이 56 세셨는데, 제가 연주한 곡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대학교에 입학해 자격증도 6개를 취득하셨다고 이야기해주셨는데 정말 소름이 돋더라고요. 이게 음악이구나, 내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던 것 같아요.

Q. 요즘엔 대학교에서도 3인조 전자악기 트리오도 많아졌다. 전자 악기 혹은 첼로에 매력을 느끼는 어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혹은 조언이 있다면?

A. 처음에는 음악을 하려면 무조건 악기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첼로를 처음 배우면 활 잡는데 3개월, 소리 내는데 2개월 이런 식으로 시간이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맘대로 잡으면 어때요. 소리만 나면 되지, 만약 전자 첼로를 배워보고 싶으면 저한테 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유튜브에도 강좌를 올리거든요. 정말로 하고 싶어서, 배워보고 싶으면 제가 기초를 알려줄 수 있어요. 아니면 어떻게 잡고 연주를 할 수 있는지도 알려줄 수 있거든요. 짧은 시간 동안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악기도 제공할 수 있으니까 배워보고 싶으면 절 찾아와주셨으면 해요.

 

Q. 어떤 사람, 혹은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A.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람을 살린다는 게 엄청난 일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장애인들이나 청각 장애인들에게도 음악적인 뭔가를 전달하고 싶어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봉사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를 하러 다니지만, 정말 의미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그리고 제가 유일하게 전자 첼로를 파고 있고, 전자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 길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어설프게 따라 하려고 하지 말고 저한테 와서 배워가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음악이나 퍼포먼스를 더욱 키워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혹은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말 좋은 음악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 음악들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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