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노조 폭주 방치하면 경제엔 내일이 없다
[이원두 경제비평] 노조 폭주 방치하면 경제엔 내일이 없다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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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노조 방해로 장소를 옮겨 주주총회를 개최, 예정대로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 절차를 처리했다.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안대로 합병 절차가 일단 끝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노출된 몇 가지 사항에는 비단 경제문제만이 아니라 이 사회 이 국가 미래에 대한 강한 우려가 함축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한 사회, 한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발전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또는 구성 세력 간의 균형과 견제를 통한 상호보완이라는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노조 특히 초강성의 민노총을 견제할 세력이 없음을 이번 현대중 주총 방해 사태를 통해 통절하게 경험하고 있다. 민노총은 ‘주총 장소를 회사 측에 넘겨주라’는 것과 주총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인용 등 사법부의 판결조차 휴지조각 취급하면서 강경 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 당국의 반응이라고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노조 불법행위는 법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 는 말뿐이었다. 조선 산업 구조조정의 주무부처나 주채권은행은 현장에 얼굴도 비치지 않았고 집권여당은 제대로 된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오히려 집권여당 소속인 울산시장과 울산시 교육감이 노조에 동조, 삭발하는 투지를 보였다.

노조가 무법상황까지 조성하면서 반대한 이른바 ‘물적 분할’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년간 1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 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꺼리자 내 놓은 일종의 타협안이다. 말하자면 정부가 제시한 방안대로 인수에 착수한 현대중공업은 민노총의 직격탄을 맞은 셈인데도 정부는 두 손을 놓은 채 방관만 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회사가 새로 출범하는 지주회사인 한국해양조선 아래로 들어간다는 것이 물적 분할의 주 내용이며 이번에 민노총과 울산시장 교육감이 반대한 ‘본사 서울 이전’은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현재 울산서 근무하는 1만4천 5백 명 가운데서 5백 명이 이미 서울에 있는 본사를 비롯하여 다른 지역으로 옮길 뿐 1만 4천 명은 그대로 울산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노총과 울산시장 교육감이 목소리를 높인 ‘본사 이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도 노총과 함께 지역 정치인까지 거들고 나선 것은 아마도 이들의 표를 의식한 선거용 제스처로 밖에 볼 수 없다. 민노총의 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며 이것이 바로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 막는 견제와 균형, 상호 보완 기능이 실종한 증거다.

민노총은 이 정권 출범이후 스스로 ‘촛불혁명의 주역’을 자처하면서 지분 요구와 세를 키워왔다. 그 과정에서 정책당국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방관’으로 일관해 오는 동안  73만 명(2016년 12월 현재)이던 조함원이 3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곧 2백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세를 불리고 있는 민노총은 단순한 노동자 단체가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힘을 과시하는 국내 최대 압력단체라고 봐야 한다. 현대중공업 주총 사태를 둘러싸고 법원판결을 지극히 가볍게 무시한 것이나 국회 폭력 난입 사태와 연관하여 구속된 간부 3명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대정부 총파업을 예고할 정도로 힘이 세졌다. 그러나 석방 요구를 하면서 ‘위원장의 지침에 따라 움직인 집행 간부를 구속한 정부의 만행을 규탄’한다고 밝힌 것은 상식을 벗어난 만용과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민노총 위원장의 지침이 대한민국 법보다 상위라는 듯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근로자-노동자는 사회적 약자였음이 사실이다. 그래서 노조에 힘을 실어주자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작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노조, 특히 민노총은 사회적 약지이기는커녕 견제세력이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촛불혁명의 주체’를 자부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건설 현장 노동자도 민노총 조합원을 쓰지 않으면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한노총과 대림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민노총이 지금처럼 법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폭주를 계속한다면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나라 이 사회에는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고 있다. 민노총이 책임 있는 노조단체라면, 경제 정치의 압력단체라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향을 전환하여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정부 여당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공권력을 무기력하게 만들면서까지 선거의 표를 학보 한들 어떻게 법치를 추구할 것인가? 실추된 사법권의 권위 회복 역시 정부 여당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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