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배우 신성민, "주위 둘러볼 수 있는 배우 되고파"
[인터뷰②] 배우 신성민, "주위 둘러볼 수 있는 배우 되고파"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문을 열게된 배우 신성민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하는건 없지만,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 배우고 싶다"

앞서 진행한 [인터뷰①] '시데레우스' 신성민, "우리 작품? 마음 따뜻해지는 힐링극"과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Q. 데뷔 9년 차, 초심이랑 지금의 나. 변했을까?

A. 저는 많이 갇혀있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제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벽을 치거나 쉽게 친해지기 힘든 사람이었어요. 심했었죠. 그런데 배우로 무대 위에 오르고, 연기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변해야겠다'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게 내 직업에 도움이 되겠다'라는 걸 찾았던 것 같고, 공연이 끝나고 저를 기다려주고 저에게 이야기 해주시는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고, 뭔가 마음의 문을 열었던 것 같아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좋은 배우가 돼야지, 잘하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어느 위치까지 가야겠다, 어떤 강한 목표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한 작품을 하고, 그다음 작품, 그다음 작품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거든요. 지금은 제가 얼마만큼 변할 수 있을까가 궁금해요. 지금보다 더 열린 사람, 더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주변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10년 차에 들어서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사실 거창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10년을 했으니까 저 자신한테 박수 한 번은 쳐주고 싶어요. (웃음) 제가 생일이나 무슨 날이라고 중요하게 생각하지를 않거든요. 따로 뭔가를 챙기지도 않고요. 그래도 10년이면 '그래, 너는 잘하고 있어'라고 박수 한 번은 저 자신에게 쳐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Q.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이 이야기는 술 한잔 먹으면서 해야 하지만, 짧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어떤 계기로 연극영화과를 가게 됐고 군대를 갔다 와서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운이 좋았어요. 대학교 4학년 졸업반 때 <그리스>라는 작품으로 데뷔했거든요. 기회가 좋아서 하게 됐는데, 처음엔 정말 너무 어려워서 뮤지컬은 못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여러 작품에서 제안을 주셔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고 부딪히다 보니까 꾸준히 작업할 수 있었죠. 그렇게 열심히 하다가 성대결절도 오고, 위기도 맞이했었는데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제가 소화하고,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것만큼은 책임지자고 생각하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있더라고요.

Q. 기회, 운이 좋다고 하는 데 노력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A. 사실 노력의 결과라고 하기엔 양심적으로 데뷔했을 때 너무 못했어요. 지금 뮤지컬을 하는 배우분들을 보면 전부 다 너무 잘하잖아요. 어린 친구들도 그렇고요. 지금 내가 데뷔했으면 뮤지컬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진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매년 수천 명의 연극영화과, 배우, 연출 등 학생들이 졸업한다. 지금도 포화상태인 공연계에 들어오려는 친구들에게 조언의 한마디를 해보자면

A. 제가 뭐라고 조언을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힘들거든요. 일단 어렸을 때 시작하는 친구들이라면 열정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불도저 같은 열정이 있어야 하고, 그 열정을 끌어안아 자기가 하는 생각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어딘가에서는 분명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고, 기회가 오거든요. 그래서 자기 자신한테 물어봤을 때 최선을 다했나에 대한 부분에서 항상 의문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랬으면 좋겠고요. 해주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말은 한 귀로 듣고 다른 한쪽 귀로 흘려도 되는 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생각을 가져야겠죠. 제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어렵네요. (웃음)

Q. 나, 배우 신성민.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A.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전 그냥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관객분들이 저를 보고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건 관객분들이 가질 수 있는 자유고,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야겠다'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고 있을 뿐이죠.

Q. 40대가 된 내가 지금의 기사를 우연히, 아주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시 읽게 된다면?

A. 이건 굉장히 40대가 돼야 알 수 있는 생각이네요. 상상만으로는 가늠이 안 되는데 이런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가끔 팬카페에 들어가 보거든요. 그럼 거기에 제 팬분들이 제가 했던 인터뷰를 모아두셨어요. 생각 없이 들어가서 기사들을 볼 때가 있는데, 아 진짜 이런 말을 했었구나, 정말 못 들어주겠네 최악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이게 맞는 것 같아요. 똑같이 최악이라고 느끼겠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보다 순수했던 이전의 모습이, 갇혀있던 그때 모습이 귀엽기도 해요. 그래서 수고했어라고 토닥여주고 싶기도 한데, 결국에는 오그라들어요. 그래서 안 봅니다. 하고 싶은 말을 40대가 돼서 이 인터뷰는 안 볼 거라는 이야기죠. (웃음)

Q. 지금의 인터뷰를 미래에 안 보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미래의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는데, 중심을 잘 지켜나가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잔가지에 휘둘리지 말고 나의 길을 잘 찾아 나갔으면 좋겠고, 만약 그렇다면 칭찬해주고 싶네요. 그렇지 못한다면 혼내야겠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