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시데레우스' 신성민, "우리 작품? 마음 따뜻해지는 힐링극"
[인터뷰①] '시데레우스' 신성민, "우리 작품? 마음 따뜻해지는 힐링극"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에서 독일의 수학자 케플러 역을 맡은 배우 신성민
"제일 좋아하는 대사? 이걸 알기 전으론 돌아갈 수 없다. 작품을 관통하는 내용이 담긴 대사라서 제일 좋아한다"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1610년 3월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신 라틴어로 저술한 소책자이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을 기반으로 저술한 세계 최초의 과학책으로 달과 은하수, 목성의 네 위성 등을 관측한 기록이 담겨 있다. 훗날 항성의 메신저(별이 전하는 소식, 별의 전령)로 번역되기도 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수학자이자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편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독일 출신의 젊은 수학자 ‘케플러’ 역을 맡아 4년만에 뮤지컬 무대 위에 오른 배우 신성민을 만나, 그와 뮤지컬 <시데레우스> 그리고 케플러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뮤지컬은 오랜만에 한다고 들었다.

A. 반갑습니다. 사실 뮤지컬을 오래간만에 들어가서 많이들 이야기해 주셨는데, 뮤지컬과 연극을 주로 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이번에 <시데레우스>라는 작품에 참여해 케플러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Q.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느낌이 어떤가

A. 많은 분이 이야기해주시는데 저한테는 뮤지컬, 연극이라는 구분이 없었어요. 좋은 작품들, 연출, 감독님들이 찾아주셔서 작업을 해왔는데 그게 연극이었을 뿐이고 매년 열심히 작품에 임하고 있었거든요. 4년 정도 지났다고 했는데, 사실 이렇게 시간이 지난 줄은 몰랐어요. 좀 전에 이야기했듯이 이야기됐던 작품들이 계속 있었는데, 그 작품들이 전부 연극이었을 뿐이죠. 뮤지컬을 다시 하기 위해 뭔가를 어떻게 했다는 건 없었어요. 다만 일단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니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캐스팅되고 연습에 들어가기 전까지 노래연습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본이나 텍스트, 배우들과의 호흡은 이미 많이, 오히려 더 집중도 있게 해왔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그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노력한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재연, 그리고 삼 연까지 할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모든 작품이 다 힘들겠지만, 창작 작품들 같은 경우 특히 더 힘들다고들 한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A. 제 성향상 힘들다는 생각은 잘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작품을 만들어 가면 언제나 고비를 맞이하게 되죠. 인생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다 보면 어떤 산을 넘어가야 되는 시기들이 오잖아요. 연습을 하는 7주간에 많은 산들을 넘었어요. 제가 또 이런 산을 좋아하거든요. 정말 여러 가지의 산들이 있고, 그 산을 넘어갔을 때 느끼는, 보이는 그 너머의 세상이 정말 좋아요. 성취감? 희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의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에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오는 기쁨도 있죠. 사실 어려웠다기보다는 조금 복합했던 부분이 있어요. 영상을 활용하는 일이었는데, 공연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극 중에 영상으로 이야기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게 처음 연습을 할 때엔 코멘트 빼고는 덧붙여야 되는 부분들이 없었기 때문에 보인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죠. 무대 리허설에 들어가면서 영상팀이 와서 조율해서 무대를 완성했는데, 힘들기보다 재밌었던 것 같아요.

Q. 케플러 역을 맡으면서, 많이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A. 실존 인물이다 보니까 다들 부담감 아닌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케플러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느 부분까지 받아들여야 하고, 어느 부분을 쳐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에서요. 사실 어떤 팩트에 대한 부분에선 우리 작품이 추구하는 바가 적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작품을 집필한 작가님이 케플러가 연구를 하기 위해서 갈릴레오한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고 보거든요. <시데레우스>라는 작품의 세계가 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케플러라는 인물에 구체적인 표현보다는 이 세계에 있는 서로의 관계와 상황들에 대해서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을 집중하려면 케플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야 했어요. 그래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맞추기 위해서 공부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수학적이나 인물적인 접근보다는 지금 이 상황과 케플러와 갈릴레오의 관계와 드라마에 중점을 두었어요. 작품에 잘 녹여들 수 있는 부분들에 집중했습니다.

Q. 첫 공 때 케플러와 지금의 케플러 어떤 부분이 변했을까

A. 변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됐다'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배우라면 지켜야 할 부분들이 있잖아요. 모두가 합을 맞춰서 연습을 하고, 연출님이 정해준 선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죠. 저는 작업을 하면서, 무대 위에 올라가면서 연습했던 부분 이상으로의 이야기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 부분들이 적정선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는 순전히 제 판단이거든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부분에서 디테일적인 부분들은 바뀌었다기보다 바뀔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연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매번 똑같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영화처럼 틀어놓는 게 아니기 때문에, 라이브에서 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섬세함 적인 부분들에서 바뀌었다기보다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Q. 디테일 한 부분들이 개선됐다고 보면 될까?

A. 그럴 수도 있어요. 분명히 똑같은 소품인데, 어느 날 연습을 하거나 공연을 하면서 발견하지 못한 부분들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래서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기본적인 움직임이 있잖아요. 조명에 대한 범위가 있으니까 그 부분을 벗어나지 않는 선상에서 감정을 조금 더 표현한다던가, 소품을 활용하기도 하죠. 그리고 공연을 보신 관객분들이 그날그날 피드백을 해주세요. 저나 연출님이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죠. 그래서 극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시도하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의 작가가 구축한 세계에서, 연출님이 정한 선 안에서 탐험가 같은 정신으로 무언가를 찾아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제가 부족했던 부분이 있으면 찾아내고 싶어요. 물론 제가 맡은 인물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에 대해서요.

 

Q. 한 번 관람했던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으면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A.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한 거고, 고마운 거죠. 

Q. 극 중에서 케플러랑 갈릴레오랑 딱 한 번 만난다. 케플러가 가지고 있는 갈릴레오에 대한 생각은 어땠을까. 저명한 인사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유일하게 답장을 해줬던 사람이지 않나. 특별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A. 케플러는 알고 있었을 것 같아요. 많은 인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도 이들 중에 세상 모든 사람이 바르다고 했을 때 '아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요. 그런데 갈릴레오에게 답장이 오죠.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어쩌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답장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편지를 보냈을 거로 생각했어요. 결국에는 갈릴레오와 케플러는 결국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 이론을 무시했지만, 결국 보이는 지점이 달랐던 거지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을 때, 극 중에선 종소리로 빠르게 오가는 걸 표현했다. 실제론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겐 몇 달까지 걸렸을 텐데 이 기간 동안 케플러는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A. 사실 케플러는 갈릴레오와 편지는 나누는 그 순간부터 굉장히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케플러라는 인물은 세상이 바라본 앞면이 아닌 옆면과 뒷면을 바라보는 사람이잖아요. 굉장히 말도 안 되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 꿈꾸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일에 동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크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연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지만 결국 케플러는 갈릴레오와 함께하는 그 순간들 모두가 행복과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그려냈어요.

Q. 마리아와의 만남, 케플러는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A. 사실 마리아가 왔을 때, 정말 많은 감정을 느꼈을 것 같았어요. 단순하게 어떤 단어로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케플러가 말하고자 하는 건 마리아한테도 똑같았어요. "당신의 아버지와 나, 이 세상에서 우리 두 사람은 이걸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요. 우리 작품은 이걸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마리아를 만나는 지점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거든요. 마리아가 "지동설이 무슨 상관이냐, 지구가 돌던 돌지 않던 그게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무슨 소용이 있냐. 필요가 있는 거냐. 아버지가 죽게 생겼는데"라고 말하거든요. 사실 이게 조금 웃기는 일인데 맞는 말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건 확실해요. "이걸 알기 전으론 돌아갈 수 없다"라는 걸요. 정말 몰라도 되는 일들인데, 이걸 알기 전으론 절대 돌아갈 수 없죠. 그래서 이 대사를 제일 좋아하고 제일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핵심을 찌르는 대사거든요.

 

 

Q. 지금 서울에선 솔직히 별을 찾아보기 힘들다

A. 맞아요. 그런데 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집에 가는데, 아무래도 전보다 하늘을 많이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니까 하늘을 많이 바라보게 되고 별들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요즘 어떤 작품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평소에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별들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웃음)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정말 감사하게도 불러주셔서 하게 됐어요. 하고 싶다고 다 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어찌 됐든 선택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사실 요즘엔 작품을 하면 그 작품에 집중하게 돼서 생각이 나 이미지적인 면에서 배역을 따라가는 게 많아졌었거든요. 그래서 바로 전작 <벙커 트릴로지>라는 작품을 하면서는 배역이나 작품 스타일에 젖어 들어서 다운된 감성이 됐었어요. 그래서 뭔가 따뜻한 감성, 감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이 딱 맞았던 거죠.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작품에 참여했던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넘버가 있을까?

A. 초반이랑 지금이랑은 조금 달라요. 신성민으로써는 '더가까이'라는 넘버를 좋아해요. 유쾌하고 재밌거든요. 케플러로서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곡이 좋은 것 같은데, 별을 보고 나서 부르는 넘버기 때문에 좋은 것 같아요.

Q. 공연을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공연을 소개하자면?

A. 저한테 이 질문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항상 질문받는데 받을 때마다 비슷한 것 같아요. 공연이라는 것 자체가 관객분들한테는 어떤 문화생활이잖아요. 그중에서 우리 공연은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극장 안에 별들이 있거든요. 서울에서 별을 바라볼 수 있고,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 갈 수 있는 공연이기 때문에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힐링극입니다.

Q. 첫 공연을 시작한 지 한 달 이상 지났다. 실수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실수는 안 한다기보다는 선을 넘지 않는 선상에서 만드는 걸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사실 시루를 하더라도 그걸 실수라고 생각 안 하고 극을 이어가거든요. 실수지만 어떤 부분에선 케플러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행동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너무 동떨어진 부분들이었다면 실수였겠지만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공연 중에 집중을 깨는 실수라면 아무래도 망원경을 떨어트리는 일이겠죠. 소품들을 집지 못하거나 떨어트리는 게 정말 해선 안 되는 실수고 만약 제가 그런 실수를 했다면 사과드리고 싶어요.

에피소드 같은 건 아무래도 공연보다 연습실에서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부분이었으니까 너무 웃겨서 쓰러져서 진행이 안 된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 걸 빼곤 뭔가 에피소드랄 게 없는 것 같아요.

 

Q. 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배우라고 소문나있다.

A. 그렇게 봐주시니까 감사하네요. 저는 관객분들 혹은 팬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신 만큼 재밌었으면, 웃으며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공연을 하는 데 있어서 저는 제가 좋아서, 재밌어서 하는 게 맞지만 이게 저한테는 일이고 직업이잖아요. 저를 보러 오시는 분들은 힘든 일상의 어떠한 한 부분, 혹은 힘든 어떤 하루 중 스트레스를 풀러 오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제가 즐거움의 요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즐겁게 집에 돌아가셨으면 좋겠거든요. 그리고 저에게 다들 좋은 말을 해주시거든요. 오는 말이 고운데 가는 말도 고와야 하잖아요. 그래서 조금 힘들더라도 재밌게 받아치고, 좋을 말을 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저를 잘 봐주신다니까 정말 감사하네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