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특사경 예산편성' 놓고 또 갈등
금융당국, '특사경 예산편성' 놓고 또 갈등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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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간의 갈등이 여전하다. 특별사법경찰 출범에 앞서 운영방안을 놓고 충돌한 데 이어 예산 편성 문제로 이견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우너회는 올해 특사경 예산 편성에 금융감독원이 요구한 추경 대신 금감원 예비비를 활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앞서 금감원은 특사경과 검찰 간 사법행정시스템 연동에 필요한 전산 구축과 포렌식(디지털 분석) 장비 마련 등에 필요하다며 약 7억원의 추경예산 편성을 금융위에 요구했다.

금융위는 최근 내부 검토 결과 “특사경 예산은 법률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가재정법상 대규모 자연재해나 대량실업 발생, 경기침체 우려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특사경 예산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금감원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는 9억원 남짓이다. 금감원 예비비 편성 등 심사 권한 역시 금융위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은 “특사경 출범에 예비비를 7억원이나 투입하는 건 과도하다”며 “사법행정시스템 구축과 포렌식 장비 마련에 드는 돈은 3억~4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예산심사 담당부서에 제시했다. 자조단 예산은 연간 7000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금감원이 합의를 깨고 특사경 자체 인지수사권과 수사단 명칭 등을 담은 집무규칙을 기습 공개하자 예산심사 권한이 있는 금융위가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22일 사전예고 없이 특사경 집무규칙 제정안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이틀 뒤 “특사경 활동범위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선정한 긴급·중대(패스트트랙) 사건에 한정하기로 한 합의 등을 이행하라”며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금감원에 보냈다.

금융당국 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특사경 논의’에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위 및 검찰과 이미 합의한 내용을 갑자기 깼다”며 “금감원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예산 협의가 술술 이뤄질지는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갈등구도를 계속 이어가기에는 금융위의 부담이 크다. 정치권에서 지난 4월말까지 운영방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특사경 추천권을 금감원장에게 주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간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회가 정상화 된 후 법사위가 열리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4월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금까지도 금감원 직원에 대한 특사경 추천을 하지 않았다며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의사록을 살펴보면 '금융위가 일부러 추천하지 않은 것 같다', '금융위가 금감원에 특사경에 대한 추천권을 주는 것까지 나설 일은 아니다' 등의 말이 오갔다. 4월말까지 두 기관간 합의된 운영방안을 보고 (개정안)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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