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배우 정성일 "동료와 같이 걸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싶어"
[인터뷰②] 배우 정성일 "동료와 같이 걸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싶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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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공연 잘봤다'는 한마디가 위로와 기쁨이란 감정으로 다가와"
'배우라면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야 된다는 점을 항상 생각하고 노력해야돼'

앞서 진행한 연극 <언체인>에서 마크 역을 맡은 배우 정성일과의 인터뷰와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Q. 배우로 활동한지 13년 차다. 10년 이상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요즘 활동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A. 제가 스물 초반에 데뷔를 했다가 군대에 갔다 와서 다시 시작했는데, 정말 너무 어렵더라고요. 기회도 많이 없었고 힘들어서 막막했어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공연을 하다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그때가 서른 살이 넘었을 때였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은 사실 저한테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저는 나이를 빨리 먹고 싶었거든요. 왜냐고요? 제 주변에 제가 알고있는 형님들이 연기를 엄청 잘하시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연기를 잘하냐'고 물어보면 나이를 먹으면 다 잘하게 된다고들 말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게 정말인 줄 알고 이 사람들처럼 빨리 나이를 먹고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크게 다가오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잘 버텼구나, 지금 나는 잘 걸어 나가고 있나?, 빨리 더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Q. 그래도 10년 이상 공연을 하면서 "아 내가 정말 배우하기를 잘했다", "내가 이것 때문에 배우가 됐구나"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을 것 같다

A. 어떤 작품에 들어가면 연습을 하잖아요. 모든 작품들에서 정말 힘들게 연습을 하는데 그렇게 연습 한 공연이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모든 배우들이 다 똑같이 느낄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커튼콜 때 관객분들의 눈빛이랑 박수소리, 그리고 '공연을 잘 봤다'라는 말 한마디. 이 모든 게 저한테는 '아, 내가 이러려고 배우 됐구나'라고 다가와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나오는 공연을 보고 '위로가 됐다', '즐거움을 느꼈다', '행복했다'고 해주시는 말들이 저한테도 정말로 큰 위로가 되고, 기쁨으로 다가와요.

Q. 처음 공연을 했을 때랑 지금의 나, 초심이 변한 것 같나? 아니면 계속 이어오고 있을까?

A. 저는 약간 단순해서 어떤 부분들은 잘 변하지 않더라고요. 뭔가를 좋아하거나 결정하면 그게 계속 이어지거나 그 위에 추가로 얹어질 뿐이지, 처음이랑 지금이랑 다시 돌아봐도 변화하거나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

Q. 바로 전작 뮤지컬 <6시 퇴근>이랑 전혀 다른 이미지다.

A. 맞아요. <6시 퇴근>이란 작품 속 저랑 <언체인> 속의 제 모습이 정말 다르죠.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정성일이란 사람은 성향적으로 지금 작품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아요. 평소에 좋아하는 공연이나 내용이 이번 작품 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이번 작품을 맡으면서 다른 작품을 할 때랑은 다르게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다가 갈 수 있었어요. 사실 <6시 퇴근>이란 작품을 처음 하게 됐을 때 조금 힘들었어요.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맡은 배역이 아재 개그를 해야 하거든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아재 개그를 치면서 막 웃겨야 해요. 그래서 처음 작품에 들어가고 연습할 때 정말 힘들었죠. 그런데 이 모습 또한 저한테 숨겨져 있는 모습이었더라고요. 처음엔 잘해야지 하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나가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한 아재 개 그에 관객분들이 웃어주시면 나름 뿌듯하기도 했어요.

사실 지금 제가 올라간 연극 <언체인>을 보신 관객분들도 <6시 퇴근>이란 작품이랑 연결을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공연을 보러 오셨다가 '6시 퇴근에 나오셨다고요?' 하면서 놀라시기도 하세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상반된 작품이고 캐릭터지만 분리해서 봐주시는 거잖아요. 배우라면 연기 스펙트럼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넓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고, 노력하는 걸 즐기려고 하려고 있어요. 제가 해야 될 부분들이 처음 공연을 했을 때보다는 많아졌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더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들에 임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Q.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게 있다면?

A. 아무래도 지금의 저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고, 제 인생에 있어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가족이에요. 누나가 저를 키워주셨었거든요. 그래서 가족에 대한 결핍 같은 부분들이 있어요. 부모가 있는 집과 평범한 가족, 평범한 가정이요. 이런 생각들이 항상 있었고 필요로 했었기 때문에 저에게 언제나 1순위는 가족이에요.

Q. 후배 혹은 공연을 시작하는 학생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혹은 조언이 있을까?

A. 가끔 어린 친구들이나 관객분들께서 '배우를 왜 하냐'라고 물어보실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저는 '좋아서 한다'라고 답하거든요. 사실 이쪽 일이 쉽지는 않아요. 보이지 않는 문턱을 넘어가야 하고, 넘어가더라도 또 다른 문턱들이 계속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버티고,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좋아한다, 정말 이거 아니면 살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을 가지고 그걸 잃지 않고 걸어나가야겠죠. 그래서 배우가 아니더라고 제작진, 연출가, 감독 등 다양한 일들이 있으니까 꼭 끝까지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지금 저랑 같이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들이나 제작진, 스태프들처럼 공연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정말 저희 스태프분들이 다 성격도 좋으시고 잘해주시거든요. 일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정말 잘해주셔가지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서 더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셨어요.

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A. 어릴 적에는 '아 저 사람 연기 진짜 잘하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지금도 이런 말을 듣고 싶지만 지금은 선배들보다 후배들과 부딪히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까, 조금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부터 누군가를 꾸짖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보다 같이 걸어나갈 수 있는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연습을 하면서도 좋은 동생들을 만나서 같이 연기를 하면서 제가 보지 못했던 시각에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동생들의 연기를 보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선배던 후배던,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이 걸어 나가고 싶은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졌어요.

Q. 마지막 질문이다. 40대의 내가 다시 지금의 기사를 읽게 된다면,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한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A. 만약 정말로 우연하게 다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저랑은 분명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지금 얘기했던 것처럼 '아직도 좋아하고 있냐'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너는 정말로 좋아서 공연을 하고 있고, 정말 행복하냐? 네가 얘기한, 네가 좋아하고 지키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들을 잘 지키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냐. 그리고 지금 거울을 보고 '누구야'라고 물어봐라. 어떤 느낌이냐"라고 말하고 싶어요.

Q. 지금 이 말을 듣고 뭐라고 답할까?

A. "그래, 잘하고 있어, 그래 잘하고 있다"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제가 말했던 부분들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변하지만, 사람이 변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환경이 달라지고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그 세상에 맞춰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변하는 게 맞는 일지만, 어떻게 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노력하고 있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미래의 저는 지금보다 더 좋게 변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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