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 제18화 썸타는 여자
[기업소설] 직장의 신 - 제18화 썸타는 여자
  • 이상우
  • 승인 2019.0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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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내가 상대해줄게. 나한테 덤벼봐. 이 인간쓰레기, 깡패, 개 같은 인간아!”
조민지 있는 대로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어? 이거 뭐야?”
그때야 눈을 뜬 의붓아버지가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벌떡 일어섰다.
“이년이 미쳤나. 어디서 벌거벗고 지랄이야. 그냥 팍 쑤셔버릴 거다.”
의붓아버지는 아직도 술이 덜 깼는지 발음이 뚜렷하지 않은 말로 위협을 했다.
조민지는 덤벼들 태세를 취하는 의붓아버지에게 부엌칼을 들이댔다.
“내가 먼저 쑤셔 줄께!”
어릴 때부터 남한테 지기 싫어하고 악돌이로 소문난 조민지였다. 천하의 패륜 아버지를 정말 찔러 일을 낼 조민지였다.
그때였다. 어느새 들어왔는지 어머니가 나타났다. 웬일인지  일찍 돌아왔다.
“이거 뭐하는 짓들이야?”
엄마가 조민지의 칼을 확 낚아 채 빼앗았다.
“빨리 나가. 아버지는 내게 맡겨. 이 나쁜 넘. 네놈도 인간이냐?”
어머니는 사태를 대강 짐작한 것 같았다. 평소에 하던 못된 짓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조민지는 동생 순자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재빨리 옷을 챙겨 입었다.
“순자야 빨리 네 옷하고 가방 챙겨.”
조민지는 그길로 동생 손을 이끌고 집을 나와 버렸다. 급히 나오느라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때부터 자매의 피나는 생존 투쟁이 시작되었다. 

                                        *  *  *

조민지는 여영진의 오피스텔에서 황당한 일을 목격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옛날 일을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조민지는 집에 들렀다가 회사에 출근한 뒤에도 박민수 대리의 색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사표를 냈다더니 오늘도 정말 나오지 않았을까? 나 때문에 사표를 낸 것이 맞을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피용자를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차장님.”
피용자가 깍듯이 존칭을 쓰면서 앞에 와서 섰다.
“박민수 대리 오늘도 안 나오셨나요?”
뜻밖의 질문을 받은 피용자의 얼굴은 조금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새로 차장으로 승진까지 한 조민지가 이제는 부하인 대리 박민수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스는 것이 수상하게 생각되었다.
- 혹시 사귀는 사이? 짝사랑? 만약 썸타는 사이라면? 그렇다면 여자 상사와 남자 부하 직원의 관계가 되는데...
“못 보았습니다. 어제 사표를 냈는데 나오겠습니까?”
피용자는 목을 죽 뽑는 제스처를 쓰면서 말했다. 남을 약 올릴 때 잘 쓰는 제스처였다.
“사표는 수리 되었대? 아니 의원해임 방이 붙었어?”
“아뇨. 요즘은 게시판에 방을 써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회사 소식란에 올려요.”
조민지 즉시 사내 사이트에 들어가 게시판을 열었다. 인사발령이 없었다. 아직 사표를 수리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김 부사장이 초대해서 함께 회사 지정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던 조민지는 문 앞에서 여영진을 만났다. 입사 동기생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고 나오던 길이었다. 박민수도 동기생이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제 밤 일을 생각하니 찜찜해졌다.
“조차장, 승진 축하해요. 우리 차 한 잔 할까요?”
여영진이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동기생은 자리를 피해주려고 그랬는지 먼저 가버렸다. 김 부사장도 먼저 갔다. 자연히 여영진과 조민지만 남았다.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조민지는 어쩐지 더 어색했다.
새벽에 여영진의 거시기를 본 것이 자꾸 머리에 떠올랐다. 당당하게 발기되어 조민지의 눈을 찌른 여영진의 보물과 여영진의 아주 큰 눈망울이 자꾸 겹쳐보였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두 사람은 회사 앞에 있는 이디야 커피숍에 들어갔다.
“여 박사님 사귀는 여자 있지요?”
조민지는 오피스텔 세면대에 있던 여자 팬츠를 머리에 떠올리며 말을 걸었다.
“사귄다는 것은 어디 까지를 말하는 거지요? 결혼 탐색? 아니면...”
“애인 말입니다.”
“미혼인 것은 알지요? 애인도 물론 없어요. 육체적으로 사귀는 여자는 좀 있어요.”
“그런 걸 바람둥이라고 하나요? 아니면 헤픈 남자?”
“헤픈 여자란 말은 들어봤는데 헤픈 남자란 말은 처음 듣네요. 암튼 조 차장은 헤픈 여자는 아닌 게 확실해요.”
“그런 말 실례 아니에요? 절대 칭찬은 아닌 것 같은데.”
“아, 미안, 미안. 말이 좀 거칠었네요.”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신 뒤 조민지가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소재 개발 연구실의 성혜린 박사와 자주 어울리던데, 성 박사는 무슨 연구를 하나요?”
조민지는 말을 하면서 여영진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두 박사가 썸싱이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기 때문이다.
“아, 성 박사. 즐길 줄 아는 여자죠. 나하고 종종 함께 자요. 아차, 이거 소문나면 안 좋은데...”
조민지는 여영진의 말을 잘못 들었나하고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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