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언체인' 강승호, "내가 누구인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
[인터뷰①] '언체인' 강승호, "내가 누구인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 중에서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이 24만 1726시간 38분 29초다' 라고 말하는데 계산을 해보니 27살이었다"
"같은 나이의 배역이기 때문에 이 나이 때의 나, 그리고 싱어가 가질 수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문제적 연극 <언체인>이 2017년 초연 이후 한 층 더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변화된 무대와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사건의 전개와 감정의 흐름을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연극 <언체인>은 잃어버린 딸 줄리를 찾기 위해 나선 마크와 딸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싱어의 심리게임이 담긴 작품이다. <언체인>은 말 그대로 진실을 찾기 위한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노재환 대표는 "초연에선 신선한 시도를, 재연에선 내면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던 만큼 관객들은 진실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에 빠져들게 된다.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참여한 배우 강승호를 만나, 그가 바라보고 있는 싱어와 연극 <언체인>에 대해서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A. 반갑습니다. 저는 강승호라고 하는 배우입니다. 지금 언체인이라는 작품에서 싱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연극 <언체인>은 어떤 작품인가

A. 제가 생각하고 있는 언체인이라는 작품은, 자신의 죄책감을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려고 하는 '마크'라는 인물과 자신의 죄책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또 다른 가면들을 쓰게 되는 '싱어'라는 인물의 심리 대결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Q.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참여하게 됐다.

A. 네, 초연 때 참여했었죠. 재연으로 다시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본이 많이 바뀐다는 사실에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똑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더 발전하고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변화한다는 게, 제가 참여하게 된다면 배우로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인 극이라는 기본적인 형식은 남아있기 때문에 고민할 거 없이 바로 한다고, 맡겠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Q. 싱어는 어떤 인물인가

A. 제가 생각하는 싱어는 어렸을 때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왔고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친구죠. 싱어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그만큼 죄책감을 가지게 돼요. 죄책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지만 떨쳐낼 수 없었고, 결국 자기 자신임을 거부하게 되죠. 많은 가면을 번갈아 쓰면서도 자기를 사랑해주길 바라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물이에요.

 

Q. 재연에 참여하면서 조금 더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전과는 다르게 인물에 조금 더 중점을 둔 것 같아요. 가장 큰 틀에는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 밑에 이 친구가 받은 상처들이 드러나야 했죠. 상처들이 드러나면서 가면을 쓰고, 또 다른 가면을 바꾸는 그런 과정들에 있을 때 자연스러워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가면을 쓰면 인격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더 효과적으로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상처를 받고 가면을 쓰게 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Q. 앞서 프레스콜 때 재연으로 올라오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할 때 많이 바뀐 것 같은 장면이나 부분들이 있다면?

A. 제가 생각했을 때, 바뀐 부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가장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초연 때는 좀 굵은 줄기를 가지고 약간 야생적인, 짐승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번 재연 때는 조금 더 치밀해지고, 심리적으로 다가가는 느낌이죠. 여러 장면들에서 변화가 뚜렸해지면서 관객들이 더 집중할 수 있게 바뀐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들과 배우들이 함께 몰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내가 가장 공들인 장면이 있다면?

A. 초연이랑 재연이랑 동일한 대사가 있는 장면이 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받고 싶다고 계속 말하는 장면이죠. 초연 때는 전개에 의해서 사랑받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싱어로 분해서 이런 부분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여러 감정들을 쌓아서 말하고 있어요. 감정이 제일 극에 치닫는 장면이거든요. 이 순간에 몰입하기 위해서 이 장면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준비했던 것 같아요.

Q. 앞서 많은 가면을 쓴다고 말했는데, 제일 많이 공감이 갔던 가면이 있을까

A. 사실 싱어가 쓰게 되는 가면들이 싱어가 무의식 속에서 만든 모습도 있고, 아버지의 모습도 있거든요. 너무 극단적인 느낌이고, 극에 치닫는 캐릭터들이라서 굳이 꼽아보자면 저랑 조금이나마 접점이 있는 싱어인 것 같아요.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물이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잖아요. 저도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서 싱어와 접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Q. 지금까지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나 에피소드가 있을까

A. 실수는 없어야죠. 정확히 어떤 날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마지막에 마크라는 인물이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거든요. 의자를 돌려놔야 되는데 이걸 안 돌려놔서 마크는 뒤를 돌아보고 연기를 하고 저는 앞을 보고 연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Q. 마크와 싱어가 있는 장소는 어디인 것 같나

A. 두 사람이 있는 장소는 제가 생각하기에 지하실처럼 보여요. 사실 대본상에 나와있는 지문이 '지하실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나와있어요. 장소를 바라보고 있자면 지하실처럼 보이지만, 어떤 면에 있어서는 사후세계처럼 보일 수도 있고 지옥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저한테는 지하실처럼 보이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은데 관객분들이 보실 때는 지하실처럼 혹은 어떤 사후세계처럼, 어떤 지옥처럼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Q. 내가 생각하는 <언체인>은 어떤 느낌일까

A. 언체인이 해방하다는 뜻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언체인은 결국에는 풀어내지 못한, 자기 꾀에 넘어가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굴레인 것 같아요.

Q. 2인 극이지만 많은 배우들이 나온다. 배우들마다 색이 다 다를 것 같다.

A. 맞아요. 2인 극인데다가 배우들이 그리고 있는 마크와 싱어가 전부다 달라요.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과 해석, 호흡과 연기하는 스타일이 정말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분들이 다른 페어로 공연을 보면 처음 봤을 때랑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이게 우리 공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Q. 강승호의 싱어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내가 가진 매력을 어필해보자면

A. 일단 저의 매력은 제가 우리 공연에서 제일 막내입니다. 그래서 일단 제가 막내고, 극 중에서 싱어가 하는 대사가 있어요.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이 24만 1726시간 38분 29초"라고 말하는 게 있는데, 이게 계산을 해보니까 27살이더라고요. 싱어가 저랑 나이가 같습니다.(웃음)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려내는 싱어는 이 나이 때의 나, 그리고 싱어가 가질 수 있는 모습들과 연민이 가장 잘 보일 거라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이 더 잘 보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의 매력은 연민인 것 같습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공연을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우리 공연을 소개하자면?

A. 제가 생각하고 있는 언체인이라는 작품이 주는 이야기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온전한 내 모습으로 살아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에요. 우리도 일상에서 거울을 보면서 언뜻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언체인이라는 공연은 거울 속 나를 바라보는 공연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는데 배역을 맡은 배우마다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전부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번 보셔도 재밌을 극이에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