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킹메이커’ 행보설... 盧 “절대 정치하지 말라” 유훈 지켜질까?
유시민 ‘킹메이커’ 행보설... 盧 “절대 정치하지 말라” 유훈 지켜질까?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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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정치 떠난다더니... 전국 ‘토크콘서트’로 ‘정치재개설’ 모락모락
노무현 추모행사에 “반노만 가득” 비판... “개인적 취향” 발언도 논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범여권 내 대선 잠룡대열에 서 있던 유 이사장이 전국 투어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토크콘서트를 갖는다. 직업 정치를 떠난다는 본인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전국 투어가 ‘세(勢) 확산’을 위한 민생투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 이사장과 관련해 ‘킹(King) 혹은 킹메이커(King maker)설’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투어로 세가 모아지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유시민 ‘킹메이커’ 나서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다시 ‘정계 복귀설’에 대해 언급했다. 유 이사장은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자 간담회에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선을 그었다. “직접 권력을 잡아 국가 권력의 기능과 작동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유튜브 채널인) ‘알릴레오’ 하는 것도 정치고, 투표소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 것도 정치”라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의 정치는 죽을 때까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석에 따라서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다는 발언으로도 읽힌다.

유 이사장의 강력한 부인에도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사실상 정치 재개”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 재단이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4개 권역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이 행사에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정치복귀설의 근거는 전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는 이러한 행보들이 과거 대권 잠룡들의 민심 타진 방식으로 쓰인 바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대선 출마 등 큰 결정을 앞두고 전국을 도는 것은 정치권에서는 하나의 상식이다. 이러한 민생행보를 통해 좋은 이미지 전파와 지지층 외연확대 등 여러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인물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 손 대표는 지난 2011년 ‘100일간의 희망대장정’을 벌이며 전국에서 민생행보를 벌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도 민생행보를 보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비슷한 케이스다. 당초 안 전 대표는 “정치를 잘할 자신이 없다”, “앞으로 정치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며 정계 입문설을 부인했다. 그런데 2011년 전국을 순회하며 ‘청춘콘서트’를 열고, 서서히 정치 입문을 부인하던 기존의 입장을 바꿀 기미를 보였다. 결국 윤여준 전 장관이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재보궐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데 대해 애매한 입장을 보이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단일화를 통해 사실상 정계에 입문했다.

추모 행사 인선도 의문
일각에서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토크콘서트 참석을 두고 유 이사장의 ‘킹메이커론’도 제기된다. ‘노무현 10주기’라는 행사 취지와는 동떨어진 인선이라는 게 근거다.

김부겸 전 장관은 대통령 재임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여러차례 날을 세운 바 있다. 지난 2004년 10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초선의원이던 김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후에도 날선 비판은 계속됐다. 같은 이유에서 방송인 김어준씨가 사회를 맡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2007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노 전 대통령 탓으로 돌려 친노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의 참석 배경을 두고 두 사람 모두 TK, 서울대 출신으로 같이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특별히 무슨 의미를 두고 섭외한 건 아니고 여러 출연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도 “20대 시절의 김부겸에 대한 달콤한 기억을 여전히 갖고 있다. 좀더 넓은 활동 무대가 필요하단 개인적 취향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친노·친문 진영 일각에서는 “여러 출연자가 필요했다면 하필 김부겸이냐”, “그 활동무대가 하필이면 노무현 10주기행사냐”, “유 이사장이 일종의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에서 당선됐지만 비교적 대중적 인지도는 부족한 김 전 장관을 ‘킹메이킹’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유 이사장은 총선·대선 역할론에 대해서 “그렇게 말해도 안 믿어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정계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던 손학규 대표에 대해 유 이사장이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2016년 jtbc 정치시사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유 이사장은 당시 손학규 대표의 민생행보를 두고 “정치를 은퇴했으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면서 손 대표의 정계 은퇴를 정면으로 반박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지금의 유 이사장 본인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생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시민 이사장에게 “정치하지 말고 글을 써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연 노 전 대통령의 ‘유훈’을 유 이사장이 지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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