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뮤지컬 '호프', "이 원고가 나야!"
[종합] 뮤지컬 '호프', "이 원고가 나야!"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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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파가 재판장에 앉았다. 그는 재판장 한켠에 앉아 시종일관 괴팍하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던 그가앞을 보고 말한다. "이 원고가 나야! 나라고!"

뮤지컬 <호프>(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 지난 3월 28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뮤지컬 <호프>는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사후 재평가되면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린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을 배경으로 제작한 뮤지컬이다.

 

뮤지컬 <호프>는 실제 사건과 허구를 조합해 무대 위로 진짜 '호프'와 미발표 원고 'K'를 만들었다. 실제 재판과는 다르게 호프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원고를 지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극은 미완성의 걸작을 남기고 간 천재 소설가 '요제프 클라인'과 동경했던 친구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 이를 빼돌린 '베르트'(송용진-김순택 분), 지옥 같은 삶을 견뎌내기 위해 원고를 병적으로 지키던 마리'(이하나-유리아 분)와 '과거 호프'(차엘리야-이예은-이윤하 분), '카델'(양지원-이승헌 분) 등이 등장해 노인이 된 현재 호프(김선영-차지연 분)와 의인화된 미발표 원고 'K'(고훈정-조형균-장지후 분)가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다.

 

비극적인 2차 세계 대전에서부터 미발표 원고 반환 소송장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까지 어린 호프와 그의 엄마 마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어설프고 사랑받길 원했던 호프가 인생을 헤쳐나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그를 사랑하는 엄마, 사랑하지 않는 엄마, 바라봐 주길 바라는 엄마, 바라보고 싶은 엄마, 포기하는 엄마 등 호프가 원했던 것들은 단 하나도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는 삶에서 단 하나 원고만 손에 잡았는데, 이걸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세상을 대하는 호프의 이야기다.

 

잘못하면 어설퍼질 작품을 김선영과 차지연 배우가 중심을 잡아 쉴 틈 없이 몰아치고, 아파하고 슬퍼한다. 자칫 잘못하면 극 자체의 이야기를 잃어버릴 수 있지만 다른 동료 배우들이 한 몸이 된 듯 완벽하게 이어져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중소극장인 만큼 배우들이 있는 무대와 객석이 멀지않아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재판을 하고 있는 재판장 한 편에서 '호프'의 재판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호프' 역을 맡은 두 배우는 지난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도 같은 배역을 맡았다. 차지연 배우는 "선영 언니와 같이 작업을 하는건 언제나 재밌고 즐겁다. 같이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은걸 배운다. 아직도 배울게 남았다. 인생의 선배이면서 친언니 같은 존재. 이번에 프레스콜을 하면서 둘다 할머니 분장을 하고 대기하면서 정말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웃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죽을때까지 언니와 같이 연기를 하고 싶다. 이번 작품은 진부할 수 있지만 정말 힘을 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연령대나 성별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관람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프 역의 배우 차지연
호프 역의 배우 차지연

 

이어 김선영 배우는 "사실 10년전 작품에서 지연 배우를 만났다. 그때도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내가 언니지만 저 나이에 저런 연기를 내가 하진 못했던 것 같다. 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주워졌으면 좋겠다. 다른 역할로도 만나보도 싶다. 항상 좋은 시너지를 주고 받는 사이다"라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공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게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많은 감정을 얻고 갔으면 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용기와 위로를 주는 작품이다. 우리들이 좋은 메시지와 기운을 담았으니 많이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프 역의 김선영 배우
호프 역의 김선영 배우

 

김선영과 차지연의 환상적인 연기를 관람할 수 있는 뮤지컬 <호프>는 오는 5월 26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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