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영웅' 린지,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죠"
[인터뷰①] '영웅' 린지,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죠"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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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타의 멤버 린지에서 뮤지컬 배우, 배우라는 타이틀이 눈에 익는 배우 린지와의 인터뷰
"내가 알고 있던 역사와 그 뒷이야기를 알아 볼 수 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뮤지컬 '영웅'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뮤지컬 <영웅>에게 있어 2019년은 뜻깊은 해다. 지난 2009년,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뮤지컬이 10년째 되는 해이고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집중 조명한 뮤지컬 영웅은 조국을 헌신한 애국지사의 면모와 운명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뮤지컬대상을 비롯한 뮤지컬 시상식 총 18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며 창작 뮤지컬 단일 작품 사상 최다 수상을 기록한 바 있다. 가장 뜻깊은 해가 될 2019 뮤지컬 <영웅>에는 지난 시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들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안중근 역에는 2009년 초연부터 함께해 '정성화의 재발견'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최고의 배우로 떠오른 뮤지컬 배우 정성화를 비롯해, 뮤지컬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캐스팅되는 등의 새로운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양준모가 캐스팅됐다.

여기에 최근 들어 '여성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한국 공연문화계 또한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여자친구, 누나와 동생에서 한 명의 사람 그리고 인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들어섰다. 뮤지컬 <영웅> 또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여성 독립운동가로 사명감을 가지게 된 가상의 인물에 포커싱을 두기도 했다. 이 여성 독립운동가 설희 역을 통해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배우라는 타이틀이 이름 앞에 올 수 있게 된 배우 린지(본명 임민지)와 인터뷰를 통해 그가 이루고자 하는 부분들과 이번 작품에 어떤 각오를 다지고 참여를 하게 됐는지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아이돌보다 배우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A. 감사해요.(웃음) 저는 배우 린지이고요. 현재 뮤지컬 <영웅>에서 설희 역할을 맡아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Q. 올해는 뮤지컬 <영웅>에게 있어서 아주 뜻깊은 해다. 작품에 참여하면서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번 작품 <영웅>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그죠. 정말 뜻깊은 해인 것 같아요. 저는 재작년쯤엔가 처음 이 뮤지컬을 봤었거든요. 그때 봤을 때도 설희라는 캐릭터가 되게 매력적이라고 느껴졌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다졌죠. 그래서 지난해에도 그렇고 이 작품의 오디션을 기다렸었어요. 그런데 오디션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광화문 연가>라는 작품을 하면서 알게 된 정성화 선배님한테 직접 물어봤죠. "선배님 <영웅>이라는 작품 오디션은 안 하나요?"라고 물어봤는데, 오디션은 따로 신청을 해서 보는 거였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준비를 하고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참가를 했고 노력한 만큼,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캐스팅이 돼서 하고 있게 됐습니다.

Q. 뮤지컬 <영웅> 어떤 작품일까

A. 가슴이 뜨거워지는,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봐야 하는 그런 작품이죠. 특히 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서 역사에서부터 독립운동가들까지 재조명되고 있잖아요.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이토 히로부미나 역사적 사건, 인물들을 공연적 요소로 가져와 모든 분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관객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에이콤

 

Q. 앞서 설희라는 배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설희는 어떤 사람인가

A. 일단 설희라는 사람은 가상의 인물로 명성황후의 시해를 목격한 조선의 마지막 궁녀에요. 그는 명성황후의 시해를 목격하고, 그 아픔을 고스란히 마음에 품게 되죠. 그는 일본에 복수를 하고자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하고, 거사를 준비하게 되죠. 그 어떤 여인들보다 당차지만, 한 편으로는 굉장히 외로운 사람인 것 같아요. 그렇게 준비를 하기도 했었고요.

Q. 아무래도 가상의 배역이다 보니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참고를 하거나 오마주를 한 부분들이 있을까.

A. 어떤 작품과 배역의 오마주라기보다는 작품에 들어가기 앞서 많은 공부를 해야 했었어요. 사실 제가 당시를 살아왔던, 살아온 사람은 아니잖아요. 역사에 대해서도 보이는 부분들만 알지 그 뒷면은 잘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을 맡고 나서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됐고, 저도 모르게 애국심도 생기고 역사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최근 들어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재조명돼 영화나 드라마, 소설, 책등으로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작품이나 서적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 제가 맡은 설희에게 많이 질문을 하고 받았던 것 같아요. 그때의 나라면, 이 시대의 설희라면 어떻게 말을 할까 어떤 생각을 할까 많이 고민하고 공부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설희를 만들어왔고, 만들었고,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사실 설희라는 배역은 그동안 가수 출신의 배우들이 많이 캐스팅됐었다. 그동안의 설희와 지금 내가 연기하고 있는 설희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A. 저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넘버 넘버마다 색이 조금 다른... 그동안의 설희와는 다르게 많은 톤과 창법을 사용하고 있는 게 매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솔로곡이 세 곡이 있는데 곡들마다 조금씩 다른 색과 창법을 넣을 수 있게 준비했었어요. 대사도 잘 전달되어야 했기 때문에 연습하는 과정에서 많이 공부하고 준비했던 것 같아요.

Q.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을 때가 있다면?

A. 올해가 뮤지컬 <영웅>의 10주년이 되는 해거든요. 그런데 주조연 역할을 맡은 배우님들 중에서 저 혼자 뉴 멤버인 거예요. 처음 리딩 하는 장소에 갔었는데 다들 너무 친하신 거예요. 저는 처음 갔었으니까 더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죠. 연습에 들어갔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완성도가 깊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따라가느냐고 바빴어요. 그 부분이 조금 힘들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힘들었던 걸 떠나서 창작진과 연출진 선배님, 선생님들께서 연습하는 과정과 과정에서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다 꿰뚫어 보시고 체크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설희로서, 혹은 린지로서 뮤지컬 <영웅>에서 절대 놓쳐선 안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을까

A. 일단 제가 부르는 넘버 세 곡을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뮤지컬 <영웅>은 10주년을 맞이해 제작된 넘버가 있는데 안중근 의사의 솔로곡이 아니라 설희에게 추가된 넘버였죠. 설희가 굳게 다짐하는 장면을 굉장히 잘 표현한 곡이에요. 공연을 아직 보지 못하셨던 분들은 기회가 된다면 현장을 찾아주셔서 들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여성 독립운동가'라는 타이틀이 눈에 띈다. 이전에 여성 캐릭터가 누구의 아내, 여자친구, 엄마, 누나였다면 지금 그는 누구보다 슬퍼하고 화도 낼 수 있는 사람, 그냥 진짜 사람이 된 것 같다.

A. 맞아요. 제가 맡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죠. 이전이라면 "너는 하지 못해"라는 말을 들으면 제대로 대꾸도 못했다면 지금은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나도 할 수 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공연 중 실수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

A. 제가 정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라 아직까지 실수는 없어요.(웃음) 굳이 꼽아보자면 초반에 황후 마마, 명성황후를 기억하며 부르는 넘버가 있거든요. 그 넘버는 극 중 김내관 역할을 맡은 김덕환 선배님과 듀엣으로 부르거든요. 연습하는 과정에서는 정말 담담하게 노래를 이어갔었거든요? 그런데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면서 넘버를 부르는데 정말 이 장면만 오면 감정이 벅차와서 슬픈 기분까지 들어요. 제가 눈물을 글썽거리면 선배님 께서도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시거든요. 제가 그걸 마주하면서 하니까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선배님이 저에 맞춰서 같이 눈물을 흘려 주셨던 적이 있어요. 그 장면, 그 느낌에 대한 잔상이 남아서 지금도 이 장면만 생각하면 눈물을 글썽이게 됐어요. 이게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겠네요.

Q. 말했던 장면은 꼭 눈여겨봐야겠다.

A. 이 장면은 설희가 직접 일본으로 가서 이토 히로부미의 거사를 하겠다고 허락해달라고 하는 장면이거든요. 공연을 보신다면 이 장면은 절대 놓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Q. 공연을 보러 올,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에게 설희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하나

A. 좀 전에 말했지만, "나도 할 수 있고, 우리도 할 수 있다. 더 이상 숨지 말고,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불의에 허리를 굽히지 않고, 그 누구보다 가슴을 활짝 펴고 맞설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렇게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Q. 설희 배역을 제외하고 다른 배역들 중에서 한 역할을 무조건 맡아야 된다면, 어떤 배역을 맡아보고 싶나.

A. 정말 저에게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안중근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안중근 의사 역을 맡은 정성화 선배님이나 양준모 선배님 모두 기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 진중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연기를 하셔서 또 한 번 반했어요. 배우는 배우자라는 게 두 분을 보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무대를 가득 채워나가는 무게감과 진중함은 정말 배우고 싶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에요. 기회가 된다면, 아니 나중에 남자로 태어난다면 안중근 의사 역할을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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