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아시아나항공 살리려면 박삼구 일가 경영퇴출 '압박'
금융권, 아시아나항공 살리려면 박삼구 일가 경영퇴출 '압박'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9.0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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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올해 상환 빚 1조3000억, 私財·자회사 매각으론 한계
금융당국 "정상화 대책 마련치 못하면 아시아나 항공 매각"압박
박삼구 前회장 아들 박세창 대표 체제도 안된다는 입장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 일가에 대한 경영 퇴출 압박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가 올해 상환해야 할 빛은 1조 3000억원이다. 사재ㆍ자회사 매각으론 빚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9일 "아시아나는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빚만 1조3200억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가 사재(私財)를 내놓고 자회사 매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前 회장 일가가 사재와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지분 가치 2000억원)을 매각해도 빚을 상환하는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아시아나그룹은 이번 주에 주 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박 전 회장과 기존 경영진의 동반 퇴진,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대표 체제 전환, 자회사 지분 매각과 사재 출연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아시아나그룹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금융당국은 부정적이다. 박 전 회장의 무리한 M&A가 그룹을 위기로 내몰았다는 점에서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오너 일가에 경영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회계 감사 파문 위기자초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4월 주 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부채 감축과 자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산은은 600%가 넘는 부채비율을 낮춰야 회사 존속이 가능하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독려했다.

그러나 아시아나그룹은 올해 3월 강화된 회계 감사에 안이하게 대처하다 숨겨진 부채 800억원이 추가로 드러나 위기를 자초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1조3000억원을 포함, 6조원의 빚을 안은 아시아나항공 신용 등급이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금융당국은 자체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과 산은은 문제의 근원이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경영에 있다고 본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6조4000억원), 2008년 대한통운(4조1000억원)을 연달아 인수했지만 재무 구조 악화로 2009년 그룹 경영권을 산은에 넘겼다. 2015년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해 오너로 복귀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까지 다시 찾겠다며 그룹 자산을 쥐어짜다가 재무 구조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박 전 회장의 퇴진을 의심하고 있다. 언제든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같은 전례도 있어서다. 자회사 지분 매각, 자산 매각 정도의 자구계획 등도 눈가리고 아옹식 땜질 회생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 일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면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임을 회사 측이 확실히 알아야 한다. 박 전 회장의 경영퇴진은 물론이고 오너일가에 전면 퇴진을 통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회생될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오너 일가 퇴진 요구에 박세창 사장의 거취도 좌불안석이 됐다. 박 전 회장 일가가 경영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에 세인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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