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D 부회장, ‘애플’에 채이고 中 ‘BOE’에 밀린 사연
​한상범 LGD 부회장, ‘애플’에 채이고 中 ‘BOE’에 밀린 사연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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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LGD... 재고 늘고 LCD패널 비중 갈수록 줄어... 전면 OLED 전환하겠다는 애플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사업에서 애플에 채이고 중국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 광저우에 OLED 공장을 세우고 있는 LGD 입장에서는 속이 쓰린 모양새다. 여기에 실적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최근 중국 BOE가 화웨이 전략 스마트폰 ‘P30 프로’에 플렉시블 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모델인 ‘P20 프로’는 BOE와 LG디스플레이가 같이 패널을 공급했는데 이번엔 LG가 빠졌다. 중국의 BOE와 함께 공동 납품할 것으로 점쳤지만, LG디스플레이가 탈락한 것이다.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에서 탈락한 이래 LG디스플레이의 두 번째 실패다.

여기에 최근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인 ‘픽셀3’와 ‘픽셀3XL’에서도 LG 패널이 삼성으로 대체됐다. LG전자를 빼면 이렇다 할 메이저 공급처가 없는 LG디스플레이로서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내년 ‘아이폰’ OLED 패널 공급 테스트를 앞두고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의 경쟁구도가 가열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내년 신형 아이폰에 3가지 크기의 OLED 모델을 출시하는데 삼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아이폰에 들어가는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해오다시피 했는데 2차 공급사를 두고 LG디스플레이와 BOE가 겨루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이 매번 애플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애플의 사전 테스트를 받았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여기에 BOE의 추격도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LG디스플레이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인 BOE는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 라인을 구축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내년도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을 위한 퀄리티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LG는 양산뿐만 아니라 향후 수율까지 문제없이 확보해야 하는 이중고에 빠졌다. 양산 테스트를 통과한다고 해도 실제 양산 수율이 얼마나 나올지, 물량 규모와 생산라인 가동 시나리오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다.

BOE가 화웨이 ‘P30 프로’ 물량을 가져가면서 올 하반기에 LG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잇따른 수주 실패로 인한 실적 악화도 한상범 부회장을 골치아프게 하는 원인이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매출 24조3366억원, 영업이익 929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매출 26조5041억원, 영업이익 1조3114억원과 2017년 매출 27조7902억원, 영업이익 2조4616억원에 비하면 참담한 성적표다.

이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는 시장의 수요 둔화와 LCD 패널 가격 하락이 실적 악화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적 악화와 자금 조달 문제로 애플 전용 라인 양산이 늦어진 사이 삼성과 BOE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 회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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