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해적' 노윤 "해적은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죠"
[인터뷰①] '해적' 노윤 "해적은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죠"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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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해적' 잭/메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노윤과의 인터뷰
세 번째 뮤지컬로 돌아온 노윤, 두 캐릭터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창작 뮤지컬계 트리오 '김운기 연출·이희준 작가·박정아 작곡가'의 신작 뮤지컬 <해적>이 3월 10일 첫 항해를 시작으로 2개월간의 긴 항해를 시작했다. 뮤지컬 <해적>은 18세기 해적의 황금시대를 배경으로 존 래컴, 앤 보니, 메리 리드 등 당대에 카리브해 해역에서 악명을 떨친 해적들의 이야기를 각색해 담았다. 이들은 같은 배를 타고 해적질을 했으며, 함께 재판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뮤지컬 <해적>은 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한 배에 오른 이들이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은 해적이었던 죽은 아버지의 흔적을 쫓아 나선 '루이스'와 거친 현실에서도 해적의 지상낙원을 세우려는 선장 '잭' 그리고 사생아로 태어나 속박된 삶을 살아온 총잡이 '앤'과 카리브해의 자유롭고 위대한 검투사 '메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자 해적 앤과 메리는 실제 동료 남성 해적들보다도 용맹했다고 알려진 인물들로 알려졌다.

4월 초 대학로 인근의 한 카페에서 거북이를 타고 무인도를 헤쳐 나온 잭, 자유로운 검투사 메리 역을 맡은 배우 노윤 만나 지금의 그가 하고 있는 뮤지컬 해적과 관련된 이야기와 그의 생각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세 번째 뮤지컬로 돌아왔다.

A. 반갑습니다. 데뷔한지 햇수로 3년 차가 된 스물다섯 살의 신인배우 노윤이라고 합니다. 이제 작품 세 개 정도를 했고, 신인 배우인 만큼 매일매일 열심히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작품 <해적>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이번 작품은 공연 오디션과 관련된 홈페이지에서 처음 봤었어요. 그때는 그냥 지나갔었는데, <트레이스 유>라는 작품을 하고 있을 때 작곡가님이 오디션을 봐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주셔서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됐죠. 다음 작품도 준비되지 않았던 상황인데다가 초연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어서 도전을 하게 됐고, 작가님과 연출님이 잘 봐주셔서 캐스팅됐죠.

Q. 뮤지컬 <해적>은 어떤 작품일까

A. 보통 해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거친듯한 느낌을 많이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해적들의 이야기를 본 다기보다는 해적이란 작품은 소재가 해적일 뿐이지 그냥 똑같이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그려놓은 작품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 공연은 그냥 보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연인 것 같아요.

Q.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하자면?

A. 일단 제가 생각하고 있는 해적 칼리코 잭은 선장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죠. 살짝 바지사장 느낌일 수도 있는데, 해적 선장인데도 불구하고 사람한테 총을 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허풍쟁이라고도 볼 수 있죠. 그런 느낌이 날 수 있게 캐릭터를 구성했어요.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지만 말로서 사람들을 홀리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해적이죠. 그래서 허풍을 떨면서도 해적이 될 수 있었고, 선장까지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메리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정이 많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많은 캐릭터에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오빠의 유령으로서 집안의 유산을 위해서 여자의 삶을 포기하고 남자인 것처럼 살아가는 인물이죠. 자기를 버린 그는 매일 싸움만 하다가 해적이 됐고, 어느덧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엄청난 칼잡이로 이름을 알렸죠. 저는 메리라는 친구를 구성할 때 내유외강을 생각했었어요. 속으로 봤을 때 너무나도 여릴 수 있고, 아픔이 많은 아이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세상 누구보다 멋있게 살아왔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조금 더 섬세한 표현과 조금 더 멋있는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Q. 노윤이 연기하는 잭과 메리 중에서 메리 역할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다

A. 맞아요. 의외로 저의 메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사실 잭 같은 경우에는 그냥 제가 평소에 낼 수 있는 소리들에서 조금 더 거칠게 낸다고 한다면, 메리는 제가 좋아하던 소리, 예쁜 미성을 많이 쓰고 있어요. 여기에 제가 연기하는 메리는 창법의 변화, 캐릭터의 애티튜드 같은 부분들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주죠. 메리가 여자라고 해서 제가 완벽한 여자로서 보이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왜냐하면 메리는 어릴 때부터 남자라는 옷을 입고 살아온 친구이기 때문에 억지로 여자라는 부분을 집어넣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안 맞을 거라고 생각을 했죠. 그리고 남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나도 투박하고 멋진 칼잡이가 됐잖아요. 메리는 그렇게 커왔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고민하고 머리를 맞댔던 것 같아요.

 

Q,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별하게 오마주를 했다거나 다른 작품들에서 참고한 부분들이 있을까?

A. 이번 작품을 위해서 뭔가 더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네이버에서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정보들만 봤죠. 나이가 몇 살이고,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디서 활동을 했고 그런 정도만 봤어요. 뭔가 영화나 드라마, 소설 같은 건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번 공연이 창작 초연이기 때문에 제가 봤던 무언가에 꽂혀버리면 그 작품을 따라 하는 것 밖에 안될 것 같아서요. 참고할 부분들이 분명 많았겠지만 그래서 일부러 더 안 보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냥 혼자서 생각을 많이 했죠. 소리도 바꿔보고, 표정이나 눈빛으로 전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고민했어요. 캐릭터를 창조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어려웠죠. 그래도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려보고,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과 상대 배우들의 동선이나 연기를 참고하고 준비했죠. '메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한 달 반 가까이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준비한 캐릭터에서 너무 많은 변화는 주지 말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게 연습을 하고 공연에 들어가면서 진짜 잭과 메리가 완성됐죠. 그리고 메리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같은 배역을 맡고있는 랑연 배우님의 연기였어요. 랑연 배우가 연기하는 메리는 정말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연기하는걸 많이 지켜보고 공부했어요. 

여기에 덧붙여서 극 중에서 캐릭터는 제가 만들지만,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한계와 그걸 뛰어넘는데 있어서는 작가님, 연출님, 작곡가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정말 힘들게 고민하는 시간에 있어서 연출진 선생님들이 모니터링을 해주고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지적해줬거든요. 언제나 넘지 말아야할 선을 맞춰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게 채워나가고 있고요. 그래서 저만의 잭과 메리 또한 점차 성장했죠.

Q. 첫 공연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재밌다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실수야 많이 있었죠. 그런데 재밌는 에피소드가 뭐가 있을까요? 음... 사실 재미있는 건 아닌데, 어제 공연에서 기범 배우님이 다치고 나서 첫 공연을 올렸었거든요. 전주에 공연을 했었어야 했는데 형님이 다치셔서 공연을 올라가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형님이 허리가 다친 상태인데, 조금 많이 괜찮아지셔서 다시 돌아왔던 거니까요. 걱정을 하면서 공연에 들어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아지셔서 정말 재미있게 공연을 올렸고 마무리를 했던 것 같아요. 걱정도 많이 했고, 응원도 많이 한 만큼 형님이 잘 버텨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래서 조금 감동 섞인 에피소드가 있었고... 사실 실수한 건 너무 많아서요. 아, 어제 공연을 하는데 극 중에서 중요한 장면이 하나 있거든요. 잭이 죽기 직전에 루이스가 목걸이를 넘겨주는 씬이 있는데요. 형님이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는 벗는데 그 보석이 떨어진 거예요. 그래서 목줄만 이제 저한테 걸어주려고 하더라고요. 제가 딱 그 모습을 봤거든요. 이런 실수도 있었고, 아 제 노래 파트인데 제가 안 불러 놓고 상대방이 왜 노래를 안 부를까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웃음) 아마 두 번째 공연인가, 세 번째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한 번 그랬었죠. 

Q. 잭과 메리 그리고 루이스와 앤. 네 사람 중에 누구와 제일 닮았을까?

A. 저랑요? 음... 저는 한 명을 제외하고 세 친구들이 조금씩 섞여있는 것 같아요. 잭이랑 메리랑 저랑 조금씩 섞여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또 어떤 면에 있어서 저는 '앤'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앤과 저는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뭔가를 표현하고 표출하고 있는 앤의 모습이나 언행들을 보면 저와 닮은 면이 있어요. 루이스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루이스를 제외하고 잭과 앤, 메리 셋은 저와 조금 닮았죠. 저는 잭처럼 허세도 조금 있고, 허풍도 떨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있어서는 앤처럼 당찰 때가 있고, 또 다른 어떤 면에 있어선 메리처럼 시니컬하면서 신비한 느낌도 주기도 하거든요.

 

Q. 앞서 말한 네 명의 인물들과 로즈 아일랜드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단 한명이랑만 출발할 수 있다. 누구와 함께 가야할까

A. 네 사람 중에 한 명이요? 만약 네 명 중 한 명을 꼭 선택해야 한다면 루이스를 데려갈 것 같아요.

어쨌든 이 극 안에 있는 친구들은 루이스의 소설 속에 있는 아이들이잖아요.(물론 실제로도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루이스가 글로 적어준다면 또 다른 극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루이스를 데리고 가고 싶어요. 사실 앤이나 메리, 잭, 하워드 다 좋은 사람들이죠.(웃음)

Q. 반대되는 질문이다. 이번에는 로즈 아일랜드에서 단 한 사람만 두고 나와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누구를 포기해야 할까

A. 놓고 와야 된다고요? 어떤 이유나 그런 거 없이요?

Q. 그 섬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 명을 두고 나와야 된다

A. 그럼 전 루이스를 두고 나올게요. 루이스를 데려가서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하게 잘 놀았고, 그 와중에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루이스는 그때쯤 되면 그 섬에 두고 와도 혼자 대왕 거북이를 타고 돌아올 수 있을만한 아이로 성장했을 거기 때문이죠. 극 중에 루이스를 두고 "솔직히 말하면 돌아오면 난 너무 기쁠 거야"라는 말을 하거든요. 루이스는 저를 기쁘게 해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루이스를 두고 섬을 떠날게요. 사실 앤이랑 메리가 없으면 저는 싸움을 할 수가 없거든요. 배를 타고 다닐 수가 없어요. 그래서 루이스를 두고 나올게요. 언젠가 만날 수 있겠죠. 하하

Q. 루이스라면 대왕 거북이를 타고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A. 맞아요. 루이스는 분명 대왕 거북이를 만나고, 대왕 거북이를 타고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Q.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뮤지컬에서 절대 빼놓으면 안 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다면?

A. 정말 많은데요? 극 전체를 본다면 마지막 넘버와 피날레 넘버에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나오거든요.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앤과 메리, 잭, 하워드까지 다 나오죠. 그 넘버는 절대 없어선 안되는 정말 중요한 곡이에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앞서 말한 두 곡 전에 있는 앤이랑 메리의 마지막 노래에요. 메리와 앤의 결별 씬에서 부르는 곡이죠. 앤을 어떻게든 살리고 혼자 부르게 되는 노래인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에요. 노래를 하는 것도 그렇고 장면도 정말로 예뻐요. 이 곡을 부를 때 메리는 정말 세상의 모든 걸 초월한 느낌이 들어요. 그러니까 관객분들이 이 곡을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Q. 뜬금 없지만 지금 생각나는 극 중 대사나 구절이 있을까

A. 음... "굿바이 마이 캡틴". 잭이 죽을 때 루이스가 하는 말이죠. 질문을 듣자마자 이게 생각 났어요. 정확한 이유를 말로 표현을 못 하겠는데 이 말이 계속 맴도는 것 같아요. 전 이들이 다 사라질 때, 언젠가 한 번쯤은 이 말을 듣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Q. 뮤지컬 <해적>을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너무 깊은 생각을 하지 않으시고, 편하게 공연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들과 같이 웃고, 울고 감동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해적선에 승선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저희 공연은 정말 어려운 극이 아니라서 친절하게 설명이 다 되고 있는 친절한 작품입니다. 저도 모니터를 한 번씩 하고 있는데, 볼 때마다 "아, 이거 정말 볼만한 작품이다"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있지만, 앞으로도 끝날 때까지 잘 만들어갈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Q. 만약 네 명의 캐릭터를 각각 연기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배역을 맡아서 연기하고 싶나.

A. 이 부분은 정말 저희 배우들 모두 많이 생각했던 부분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현실에 더욱 집중하고 열심히 연기하고 있죠.

그래도 만약 네 명으로 나뉘어서 역할을 맡게 된다면 메리를 해보고 싶어요. 이 친구의 역할에 더욱 몰입해보고 싶어요. 극 중에서 메리는 굉장히 신비롭고, 이야기를 꽁꽁 싸매고 있는 친구거든요. 이걸 담대하게 풀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한 번씩 들어요. 그래서 메리를 맡아보고 싶네요. 잭이요? 사실 잭은 이번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메리를 맡아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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