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배우 임찬민 "가장 두렵고, 설레고, 아름다운 나의 세상"
[인터뷰②] 배우 임찬민 "가장 두렵고, 설레고, 아름다운 나의 세상"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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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진행된 인터뷰와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Q. 데뷔는 언제 했나

A. 2012년인가 2013년에 <비밥>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던 것 같아요. 뮤지컬을 한 건 <앤 ANNE>이라는 작품이에요. 처음 무대를 올라갔던 작품으로 따지면 7년 차 정도 된 것 같네요.

Q. 배우를 하고 싶다고 느꼈을 때가 있을까

A. 사실 배우를 꿈꿨다기보다는 제가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라는 작품을 좋아했어요.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 '벨'같은 언니가 되고 싶었죠. 똑똑한데 노래도 잘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해내가는 캐릭터였어요. 7살 때 봤던 영화를 보고 26년이 지난 삼십삼 살에도 좋아하고 있어요. 마음속에서 워너비인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그런가 '벨'이라는 언니처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처럼 해오던 게 기회가 주어지면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Q. '벨'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면,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직업에서도 충분히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A. 배우를 하게 된 건, 사실 <노트르담 드 파리>란 작품을 19살 때 본 게 가장 커요. 사실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존재한 다는 것만 알고 운명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을 때였죠. 그런데 프랑스어를 전공하던 친구가 <노트르담 드 파리>라는 뮤지컬이 있는데 보러 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보러 갔었죠. 그런데 공연표가 비싸니까 2층인가 3층 저 꼭대기 자리에 가서 봤거든요. 배우들이 정말 개미처럼 작게 보였어요. 그리고 프랑스어로 된 공연이어서 처음엔 발음이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공연이 진행되는 걸 보니까 개미처럼 작게 보이던 배우들한테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어? 저거다'라는 생각이 딱 들었던 것 같아요.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 장르가 내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성격 자체가 무모한 부분들이 있지만, 어떤 일을 딱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해야 되는 건지 아닌 건지를 고민을 하던 게 진짜 많이 고민했는데, 어느 순간 제 몸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Q. 친구분이 큰일을 한 것 같다

A. 잘 된 거겠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친구가 그 이후로도 <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스팀 공연을 같이 봤어요. 지금까지도 제일 친한 친구이고, 제 일에 있어서도 굉장히 많은 힘을 주고 있는 친구죠.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생각도 안 해봤을 것 같아요. 노래는 하고 싶었지만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고민하고, 고민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저에게 이런 길이 있다는 걸 알려줬으니까요. 아 그래서 더하고 싶은 말은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은 가장 가까운 데서 제일 비싼 돈 주고 봤었답니다.(웃음)

 

Q. 해보고 싶은 공연이나 배역이 있다면?

A. <미녀와 야수>라는 작품을 꿈꾸기는 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조정은 선배님이 하시고는 안 하더라고요. 다른 작품을 꼽아보자면,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 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발성적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하는 배역이지만, 배우라면 도전해봄직한 가치가 있는 배역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위키드>의 글린다랑, 창작 작품에서는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작품을 맡아보고 싶어요.

Q. 임찬민이란 이름을 검색해보면 <앤>, <전설의 리틀 농구단>, <신흥무관학교>라는 작품이 제일 많이 연관돼 검색된다

A. 왜 그럴까요? 음... <앤>이라는 작품은 아무래도, 이 작품을 통해 제가 대학로에 들어왔기 때문에 연관되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에서 주는 메시지 자체가 워낙 훌륭하잖아요. 극 중에 '저 길모퉁이 앤'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가 주는 메시지나 감정이 많더라고요. 많은 관객분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우시는 걸 봤는데, 모두들 다 모퉁이를 돌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많은 분들이 더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전설의 리틀 농구단> 같은 경우엔 제가 맡은 배역이 상당히 당찬 캐릭터였어요. 작가님이나 연출가님이 제가 짧게 나오는 장면들을 임팩트 있고, 매력적이게 만들어 주셨어요. 유일한 홍일점이지만 남자 배우들보다도 더 큰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배역이었고, 다른 동료 배우분들이 너무 잘 맞춰주셔가지고 서로 존중하고, 받았던 작품이었어요. 팬분들도 이런 점을 느끼셔서 아직까지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신흥무관학교>는 제 인생에 있어 많은 드라마를 생성시킨 작품이에요. 평생 건강하게 살아왔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부상도 입고, 수술도 하고, 다시 복귀도 하게 됐죠. 복귀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죠. 정말 성심성의껏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배우로서 대극장 뮤지컬을 하게 된다면 역사와 관련된 창작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꿈을 이루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매일 열심히 공연에 임하고 있죠. 연출, 작가, 감독님들 모두가 지금도 시간이 나시면 공연에 오셔서 모니터링을 해주세요. 그래서 부족한 부분들을 모두 메모해주셔서 코멘트를 주시죠. 그렇게 도움을 주시니까 저도, 주변 동료 배우들도 더 열심히 잘하고 있어서, 어 저 배우 누구지? 하고 검색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쉬는 날 취미는?

A. 사실 최근에는 쉬는 날이 많이 없어요. 이전에는 쉴 때 가죽공예를 좀 했었어요. 생각보다는 제가 손으로 뭘 만들거나 하는 걸 좋아해서요. 겨울에는 뜨개질을 좀 하고, 가방을 만들기도 했죠. 뭔가를 제작하고 만드는 거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고, 완성된 물건들을 두 손에 쥐었을 때 느끼는 느낌을 좋아해요.

Q. 만든 것들은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는가

A. 아, 제가 써요.(웃음) 제가 쓰고 싶은 걸 제가 디자인해서 제가 쓰죠. 지금 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진다면 선물도 많이 하고 싶어요. 몇몇 관객분들에게 이벤트 형식으로 드리긴 했으니 아예 안 주지는 않고요.(웃음) 하지만 제가 주로 씁니다. 저는 소중하니까요.

Q. 내 삶에 있어서, 가장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A. 우선 제게 있어서 1순위는 저인 것 같아요. 약해진다는 게 갑자기 저에게 찾아오는 순간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올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가 나를 안아주는 게 필요하다는 걸 가장 힘들 때 가장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소중한 건 나,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인 것 같아요. 이들이 없었으면 제가 나아갈 수 있는 길, 그 통로 자체가 엄청 좁았을 것 같아요. 혼자서도 헤쳐나갈 수는 있겠지만 이들이 저의 길을 넓혀줬던 만큼 제가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가족을 꼽고 싶어요. 세 번째 같은 경우는 지금 저를 봐주고 마주 봐주는 사람들, 그 관계들인 것 같아요. 공연을 하고 있다 보면 관객들의 눈을 마주할 때가 많아요. 엄청 반짝반짝하거든요. 이걸 보고 느끼는 순간부터 이 무대 위를 절대 떠날 수 없구나라는 게 머릿속에 박히죠. 관객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열심히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을까

A. 이번 작품 <해적>에서 바다를 향해서 가는 루이스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장 두렵고, 설레고, 아름다운 나의 세상"이란 대사가 방금 딱 기억이 났어요. 사실 이게 제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만났을 때 드는 생각이거든요. 되게 많이 느끼고 있어요. 사실 지금도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떨리고, 두려워요. 그런데 무대에 오르면 모든 게 다 아름다워지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를 바라보는 관객분들의 눈들이 정말 반짝거리거든요. 이번 작품에서 무대를 그렇게 만들어주셔서 그런가 더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무대가 전체적으로 어둡거든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객석을 바라보면 별처럼 반짝거리는 걸 볼 수 있어요. 

Q. 별처럼 보인다고 말했는데, <해적>에서 별을 쏘는 장면이 있지 않나

A. 네. 그래서 연출님이 이렇게 만들었나 했어요. 그 장면이 정말 장난이 아니거든요. 관객들과 제가 교감하기 시작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 장면에서 정말 큰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이쁘고 아름답지만, 극중 캐릭터 앤으로서 "그래, 나 이제 바다로 간다"라고 자신감이 나타나는 장면이거든요. 정말 별들을 보는 것 같아요.

Q. 해적 이후로 준비된 일정이 있나

A. 이야기가 되고 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여름에 한편, 가을에 한 편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까

A. 이루고자 하는 것보다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몰아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배우로서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을 놓칠 수는 없지만, 욕심을 조금 내려두고 빠르게 걷지 않아도, 계단에 오르지 않아도 걸어갈 수 있고,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저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렇게 한 걸음, 한걸음 그냥 정확하게 잘 걷자. 이게 제 목표인 것 같아요. 

Q. 지금의 기사 혹은 텍스트를 40대가 된 내가 본다면, 지금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A. 음... 세상 일이라는 게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멋지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이 세상 사람들도 똑같은 느낌을 갖고 살고 있을 거라는 것을 잊지 말고 늘 친절하고. 늘 미소를 띠었으면 좋겠네요. 40대의 찬민씨. (웃음)

Q. 40대의 찬민씨는 뭐라고 답할까

A. "오냐~ 오냐 그래"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고 싶어요. 제가 진짜 30대가 되면 막 어른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딱히 30대가 돼서도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한 40대쯤 되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나이는 그냥 어떠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옛날부터 있지만, 그걸로 본인을 옭아매는 순간부터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적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해주신 말이 있는데, '항상 지금 네 나이보다 열 살 어리다고 생각하고 도전해라'라는 말이에요. 어릴 때는 크게 안다가 왔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모든 부분들에 있어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지거나 움직이는 걸 많이 느껴서 지금은 믿어요. 

Q. 기사에 꼭 나갔으면 하는 말이 있다면

A. 이건 저희 순택 오빠가 해주셨던 말인데요. '결핍이 있고 배짱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해적이 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었어요. 저도 이 말에 동의하는 게 이 세상에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완벽할 필요가 없는 게 사람이라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극장을 찾아 뮤지컬 <해적>을 보시면 아시게 될 것 같아요. 어떤 아름다움이 있는지에 대해서요. 그러니까 더해보자면 극장을 많이 찾아와 주셔서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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