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해적' 임찬민, "그리고 그곳에 해적이 있었다"
[인터뷰①] '해적' 임찬민, "그리고 그곳에 해적이 있었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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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해적에서 가장 매력적인 소년 루이스와 앤 역할을 맡은 배우 임찬민

18세기 해적들의 황금시대를 배경으로 제작한 뮤지컬 <해적>이 3월 10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작사 MJStarfish의 아홉 번째 창작 뮤지컬 <해적>은 <미남이시네요>, <미아 파밀리아>, <최후진술> 등의 연출을 맡은 김운기 연출과 이희준 작가, 박정아 작곡가가 합심해서 무대에 올렸다. 18세기 실제 카리브해 해역에서 이름을 날렸던 해적 '존 래컴' '앤 보니' '메리 리드' 등을 모티브로 동명의 배역을 배우들이 연기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루이스가 해적이었던 아버지가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죽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고 있는 와중에 '잭'이란 이름의 선장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해적의 지상 낙원을 세우려는 '잭'과 신비의 보물섬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루이스. 그리고 여행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총잡이 '앤'과 자유로운 검투사 '메리'.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해적> 속에서 주인공 루이스, 그리고 총잡이 앤 역할을 맡아 기존에 보지 못한 신선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배우 임찬민을 만났다.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녀와의 인터뷰다.

Q. 반갑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는... 배우가 궁극적인 목적이면서 뮤지컬을 많이 하고 있는 임찬민이라고 합니다.(웃음)

Q. 뮤지컬 <해적>이란 작품을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우선 신흥무관학교라는 작품을 이야기해야 될 것 같아요. 그 작품에서 정아 작곡가님, 이희준 작가님과 함께하게 됐었는데요. 작업하면서 부상을 당하게 돼서 힘든 시간을 겪었어요. 그런데 두 분이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엄청 많은 힘과 도움을 주셨어요. 지금도 공연을 하고 있으면 몰래 보고 배역적으로 부족한 부분이나 표현들을 지적해주시고 고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으세요. 그래서 인간적으로 저를 믿어주신 부분들이 있었는데, <해적>이라는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보고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해주셔서 같이하게 됐던 것 같아요. 네 같이 해보자고 말해주셔서 작품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Q.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 <해적>은 어떤 작품일까

A. 뮤지컬 <해적>은 사실 그냥 우리들 이야기인 것 같아요. 사람 사는 이야기요. 사실 지금에 해적이란 이미지는 만화나 영화에서 보여주듯이 엄청난 세계관이 있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작품은 그렇지 않거든요. 정말 실존했던 인물이었고, 그들이 그 시대를 살아간 이야기였죠. 연출님이랑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진짜 몇 마디 짧은 대화를 하고 그 자리에서 계약했거든요. 연출님이 계약서를 가져오셨더라고요.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그 자리에서 연출님이랑 해적은 어떤 작품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해적인가에 대해서 물어봤고, 그에 대한 대답을 받았어요. 그때 전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가요?라고 물었고 연출님은 '어 그거 맞아'라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만난 지 2시간도 안돼서였죠. 그래서 존재에 대한 이야기,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 작품이 담고 있는 가장 큰 핵심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맡은 배역 루이스 그리고 앤에 대해 소개해보자면

A. 우선 루이스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일전에 연기했던 빨간 머리 앤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있어요. 상상력.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죠. 그렇다고 두 사람이 똑같다는 것은 아니에요. 색으로 보자면, 저는 루이스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이 앤과는 다른 빛깔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루이스는 소년이다 보니깐 조금 더 거친 부분들에 있어서도 가감 없이 상상해내는 능력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루이스는 나름 '전통 있는 해적'의 핏줄을 이어받은 소년이잖아요. 이 친구는 소설을 쓰기 위해 학교까지 그만두죠. 당차게 학교를 뛰쳐나간 루이스는 항해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됐고, 세상에 대한 어떤 두려움을 갖게 돼요. 그런 그의 앞에 그동안 아버지가 말해왔던 선장 '잭'이 등장하죠. 거북이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루이스는 '잭'을 만나고 자신의 소설이 첫 장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죠. 그와 함께 항해를 나가면서 두려움이라는 유령선에서 벗어나게 돼요. 루이스는 '해적 혈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령선에 갇혀있다라고 표현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어린 시절 각자가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걸 겪고 이겨나가면서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놓여있는 친구예요.

앤 같은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증거가 남겨져 있는 인물이에요. 진짜 총잡이죠. '앤'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만 검색해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물론 진실과 구전이 섞여져 있죠. 그래서 더 고민하고 생각해야 했어요. 여성이지만 어릴 적부터 오빠들과 함께 총을 쏘는 법을 배우고, 술집을 운영하고, 기화가 주워졌을 때 모험을 떠날 줄도 아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나는 어떨까'에서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나도 한 번쯤 무모한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식으로 접근을 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창작의 어려움은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A. 이건 저를 포함해서 우리 6명의 배우가 모두 공통사항으로 느꼈을 것 같아요. 모두가 남/여 배역을 번갈아가면서 해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처음 리딩 할 때는 남자는 남자처럼 여자는 여자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연출님과 작가님이 처음에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여성성과 남성성에 기대하지 말자고요. "그냥 너는 너잖아 그냥 너, 당신 그 자체를 보여줘. 그대로 배역에 접근해보자."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대사톤 이런 걸 생각하기보다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을 분석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성별적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모두들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처음 접근하는 과정에서요. 우리가 그 프레임이라는 틀 안에 갇혀있을까를 깨달았고, 그것을 깨부수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다들 배역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들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남자배우들이 표현하는 여성 배역이 엄청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다들 여자라고 여성적으로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자기 톤으로 노래를 부르고 대사를 말하거든요. 거기서 오는 특별한 매력이 있고, 이걸 보면서 제가 팁을 얻기도 했어요. 반대로 같은 역할을 맡은 기범 배우는 제가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팁을 얻었다고 말해주기도 했는데, 저는 몰랐어요. 그런 것들을 보고 느끼는 과정에서 배우는 다 똑같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극 중에 움직여야 되는 부분들이 많다.

A. 수술을 한 지가 딱 6개월이 됐어요. 제가 처음 다치고 수술이란 것도 처음 했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건강했을 때, 다치기 전보다 겁이 많아졌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도 사실 격한 연습을 하고 움직일 때 버거워 하는 지점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주변 동료 선후배 배우님들과 제작진분들이 많이 도움을 줬어요. 정말 큰 복이죠. 저를 바라봐 주고 보듬어주는 동료들을 만났다는 거요. 그래서 겁을 내고는 있지만 이것 또한 대차게 깨부수고 있습니다. 제가 제 마음을 이겨내는 과정이 가장 힘든 지점인 것 같아요.

 Q 첫 공연을 잘 끝냈나

A. 제가 지금까지 딱 한 번 공연했었거든요. 첫 공연을 끝마치고 들었던 생각은 두시간을 성별에 상관없이 힘있게 끌고 갈 수 있구나 였어요. 그래서 정말 더 잘하고 싶었죠. 잘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서 아쉬웠지만, 이걸 다 이겨내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칼을 갈고, 총을 닦고 있습니다.(웃음)

Q. 루이스/ 앤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오마주를 한 부분들은 없을까

A. 사실은 영감을 얻으려고 앞서 말했듯이 자료를 많이 찾아보기도 하고, 영화도 찾아보고 그랬었거든요. 해적 영화로 유명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봤어요. 그런데 우리 공연이랑 영화는 너무 다른 색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걸 영화를 보면서 확연하게 느꼈죠. 그래서 주위에서 찾아봤던 것 같아요. MJstarfish에서 일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강철 체력으로 큰 일들부터 작은일들까지 전부다 해내주시고 있거든요. 멀리 어딘가에서 찾아보는 게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앤과 루이스의 모습을 찾아보고 있는 것 같아요. 아 가장 많은 영감을 준 것은 아무래도 같은 배역을 하고 있는 배우분들이죠. 이분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루이스는 저랬겠지, 앤은 이랬을 거야 하는 느낌이 들어요. 막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죠. 그래서 그런가 서로서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저거 좋다' '가지고 싶다'라면서 좋은 부분들을 다 가져다 쓰고 있어요. 그래서 가장 좋은 참고 자료는 김순택, 백기범, 랑연, 노윤, 현석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거기다가 박정아 작가님이랑 이희준 작가님, 김운기 연출님까지요.

Q. 공연 중 실수를 했던 부분은 없었나

A. 첫 공 때. 앤으로 나올 때 결혼반지를 껴야 했는데, 반지를 못 끼고 나갔어요. 근데 사실은 등장하고 나서 알았는데, 다시 반지를 끼러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그래가지고 죄송합니다. 그 장면은 앞으로 정말 대차게 준비해가지고, 절대로 더 실수가 없게 준비하겠습니다. 사실 첫 공연 때 다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잘한 대사 실수도 있었던 것 같고, 아쉬웠던 공연이었죠. 첫 공이 실수 대파티였지만... 첫 공연이라 다들 몰랐을 거예요. 지금이라면 다들 아시겠죠?(웃음) 공연을 여러 번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사실 제가 다른 무대에서는 정말 실수를 안 하거든요.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해서 실수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로즈 아일랜드가 실존한다면 4명의 인물(루이스, 앤, 잭, 메리) 중 누구와 함께 가보고 싶나

A. 질문을 듣고 바로 생각난 사람은 루이스요. 딱 듣자마자 '루이스'라고 생각했어요. 왜 같이 가고 싶냐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싸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정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말 그대로 '현직 해적'들인데, 루이스는 모태 해적이지만 해적이 워너비인 친구거든요. 진짜 루이스가 바라보는 로즈 아일랜드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요. 루이스가 로즈 아일랜드에 도착하고 쏟아내게 될 말들이 어떤 말일까 제일 궁금해요. 제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진짜 루이스라면 어떤 말을 내뱉을지 어떤 반응을 볼지 항상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 말들이 너무 궁금해서 같이 가보고 싶어요.

Q. 다른 이들과 같이 가는 것에 비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을 것 같은데

A. 그러겠죠. 잭이나 앤, 메리는 정말 다양한 일들을 겪은 인물들이죠. 그런데 루이스는 아무런 무기도 없어요. 그래서 더 궁금한 거예요. 거기서 과연 얘는 어떨까? 그러고 나서 루이스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로즈 아일랜드란 곳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대본상에 존재하지 않는 루이스의 이야기, 그가 펼치고 쏟아낼 감정들을 텍스트가 아닌 대화를 통해서 들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뭘 느꼈어? 뭘 얻었어? 앞으로 뭘 해나갈 수 있을 거 같아?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그의 대답을 들으면 저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Q. 그렇다면 <해적>이란 작품에서, 로즈 아일랜드를 발견하는 장면은 절대 빠져선 안되겠다

A. 맞아요. 로즈 아일랜드 장면은 절대 빠져선 안되죠. 그리고 '로즈 아일랜드' 넘버도 너무 좋아요. 앤으로서는 '질투하라'라는 곡이요. 사실 모든 곡들이 다 좋은데 굳이 꼽자면 두 곡을 꼽은 거니까 공연을 꼭 보러 오셔서 노래를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로즈 아일랜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첫 리딩 할 때 이 곡을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던 넘버에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사실 왜 그럴까라는 것 자체도 필요 없는 감정이었더라고요. 소년 루이스가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게 이 넘버에 다 담겨있었거든요. 유령선에 갇혀있던 아이가 진짜 대해로 나가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슬프면서 감격적이고 다양한 감정들이 오가는 넘버인 것 같아요.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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