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포항지진 부른 ‘밀어붙이기’ 적폐도 청산을...
[이원두 경제비평] 포항지진 부른 ‘밀어붙이기’ 적폐도 청산을...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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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을 유발한 ‘지열발전 사업’은 예상대로 영구폐쇄로 결론이 났다. 이어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피해복구 특별법 제정이 당면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백, 또는 수천 미터의 지하 열을 이용하여 전력을 얻는 지열벌전은 신재생 에너지 가운데서도 가장 새로운, 그러나 아직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방식이다.

스위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도했으나 지하에 물 주입으로 인한 충격으로 지진을 유발할 위험이 높음을 확인하고는 손을 든 것이다. 실제 2008년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으로 인한 규모3.4이 지진이 발생, 세계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 보다 6년 전인 2002년 흥해읍 지열발전 시추가 이루어졌으며 그 10년 뒤인 2012년에 국책사업으로 분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7년 3~4월에 시추정(試錐井)에 대량의 물을 주입하자 규모 3.1의 지진이 관측되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시추 기업은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다가 2017년 11월에 대참사를 당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든 신규프로젝트를 국책사업으로 힘을 실어 주려면 이에 합당한 정밀한 사전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어 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주무부서는 ‘유발지진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기업의 말만 믿고 거의 방관으로 일관해왔다. 이 때문에 여당과 일부 야당은 ‘이명박 정부가 유발한 인재’라는 정치적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DJ,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되어 온 것이며 이 정부도 집권 직전에 일어난 규모 3.1의 지진발생을 간과한 책임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포항지열발전은 규모 5.7의 지진을 유발하기 까지 적어도 세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첫째 처음부터 지진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점. 이는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사전에 알았다고 봐야 한다. 두 번째로는 2017년 4월의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다음인 8월 초에 EU의 지금지원을 받는 스위스와 독일 민간 연구기관을 불러 포항지열에 적용된 ‘인공저류층 생성 기술’(EGS)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다.

물 주임속도를 빠르게 하면 유발 지진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실험이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규모 1.9이 지진이 여러 차례 관측되었으나 일반에겐 알리지 않았다 더욱 이상한 점은 EU연구팀이 물을 주입한 곳은 PX-1 지열정(井)이었다는 점. 그 몇 달 뒤 대지진을 유발한 곳은 PX-2지열정이었음을 생각할 때 EU연구팀이나 포항지열발전은 엉뚱한 곳에서 ‘사전 시험’을 한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목 점은 포항시민이나 국민에게는 거의 알라지도 않은 채 EU연구팀에 참가한 국내 연구원이 저자로 된 이 실험을 주제로 한 논문이 국제지구물리학저널에 게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연구진이나 학자도 지진의 위험성을 경고 또는 예고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포항지진은 신재생 에너지라는 시대적 주제에 눈이 먼 정책당국과 관련 기업이 ‘밀어붙이기’로 프로젝트를 강행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적폐 청산’을 캐치프레이스로 내 건 이 정부가 들어서서도 이 문제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만약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 직전에 발생한 진도 3.1의 지진을 주목했다면 지금도 집을 잃은 채 학교 체육관에 천막을 치고 살아야 하는 지진 이재민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청산해야 할 다른 적폐가 많아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면 그것이야 말로 군색한 ‘정치적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가 두드러지고 나면 ‘전 정권 탓’이라는 해명 아닌 해명을 되풀이 하는 것도 한 두 번이라야 효력이 있다. 따라서 지금 포항지진 참사의 책임이 MB에게 있다느니 박근혜 정부에 있다느니 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적폐청산’을 국정의 핵심 주제로 들고 나온 이상 정치적인 문제나 스캔들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보다 시야를 넓혀 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전 근대적인 구태, 예를 들면 ‘밀어 붙이기’나 ‘시작이 반이다’라는 주먹구구부터 척결할 때 돌아선 국민의 지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 정권이 유발했든 아니든 간에 문제가 터지면 정부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이 역시 지지율을 되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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