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왜곡·은폐...기업윤리 추락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왜곡·은폐...기업윤리 추락
  • 유지현 인턴기자
  • 승인 2019.0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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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재수사에서 꼬리 잡힌 ‘가습기 살균제’ 거짓말 들통

SK그룹의 윤리가 무너지고 신뢰가 추락했다. SK그룹 계열사인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를 왜곡ㆍ은폐한 정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24일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왜곡하고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004년 SK 사보 광고와 2005년 이전 일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 제품에 ‘헌팅턴 라이프 사이언스에서 저독성을 인정받은 향균제를 사용했다’는 문구를 사용했다. 헌팅턴 라이프 사이언스는 영국 임상시험 대행 연구기관이다.

SK케미칼의 가습기메이트 제품에 들어간 물질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다. 하지만 헌팅턴 라이프 사이언스에 의뢰한 성분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다. 독성 실험은 PHMG로 하고, 실험 결과 광고는 CMIT·MIT가 들어간 제품에 한 셈이다. 사실상 허위광고라는 주장이다.

SK케미칼이 자체 의뢰해 민사재판 등에 이용한 독성 실험 보고서도 오류가 많았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인 직후인 2011년 10월 한 시험·인증 기업에 의뢰해 받은 보고서를 보면 실험 전제조건이 잘못 설계돼 있다는 것.

SK케미칼 가습기메이트의 원료물질인 CMIT·MIT 혼합비율은 3 대 1이다. 하지만 당시 실험에서 CMIT·MIT 혼합비율은 1 대 1이었다. 실험 조건도 문제가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가습기 사용시간을 평균 10시간으로 가정했고, 독성 실험을 할 때는 10배인 고농도에서 실험을 해야 한다고 봤다.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의 공기 중 노출 평가 실험에서 6시간, 농도는 최대권장량의 4배만 적용했다.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2016년 8월 국회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에서 “오류는 인정하지만 저희한테 유리하게 쓰려고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SK케미칼은 해당 실험 결과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애경에 제기한 민사소송에 제출했다.

애경 측 준비서면을 보면 SK케미칼이 잘못된 실험 결과를 적용해 산출한 CMIT·MIT 농도를 제출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농도로 제작됐고 이 제품(가습기메이트)의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검찰 재수사 과정서 독성실험보고서 존재 밝혀져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는 SK케미칼이 은폐한 독성 실험 보고서의 존재가 드러나기도 했다. SK케미칼의 전신 유공은 1994년 10월에서 12월 사이 이영순 서울대 교수에게 CMIT·MIT 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SK케미칼은 지금까지 “유공에서 SK로 회사가 바뀌면서 독성 실험 자료가 없어졌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압수수색을 하면서 관련 보고서가 전직 SK케미칼 임원의 하드디스크에서 지워진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CMIT·MIT의 유해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박모 SK케미칼 부사장을 구속했다.

최근 검찰에 제출된 연구 결과는 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 무해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수치를 반박한다.

SK케미칼은 2011년부터 CMIT·MIT의 1일 최대노출허용량으로 0.00516㎎/㎥를 주장하고 있다.

박영철 대구가톨릭대 응용화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CMIT·MIT의 1일 최대노출허용량은 0.0017㎎/㎥이다.

SK케미칼이 주장하는 1일 최대노출허용량은 박 교수 연구 결과의 3.04배에 가깝다.

박 교수는 평생 사람에게 독성을 유발하지 않는 체외 노출추정 수준인 CMIT·MIT의 무영향도출용량(DNEL)을 측정했다.

경향신문이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은폐 왜곡한 정황을 담은 기사가 공개되면서 SK그룹에 대한 신뢰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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