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배우 유승현 "멈추지마, 손을 뻗어. 너를 그려봐"
[인터뷰①] 배우 유승현 "멈추지마, 손을 뻗어. 너를 그려봐"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태해지지 말고,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뮤지컬 '달과 6펜스'를 통해 악마의 재능을 가진 천재 화가 모리스로 분한 뮤지컬 배우 유승현을 만났다.

'광염 앓이'라는 수식어를 만든 예술지상주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뮤지컬 <달과 6펜스>가 3월 1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서머싯 몸의 동명의 소설 <달과 6펜스>를 모티브로 예술가들의 예술성과 이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갈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변화해 나가는 삶. 어느 순간 영감을 받아 작품을 완성시키는 예술가, 대중과 평론가의 기준에 맞춰 작품을 완성시키는 예술가. 정답이 없는 '예술'이라는 세계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관통하고 있는 뮤지컬 <달과 6펜스>. 그 속에서 악마의 재능, 남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모리스 역을 맡은 배우 유승현을 만났다.

 

Q 뮤지컬 <달과 6펜스>, 참여한 계기가 있을까

- 사실 제가 전작인 <광염 소나타>라는 작품을 했었어요. 그때 이 작품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사실 하게 될 거라고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공연을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저를 불러 주셔서 참여할 수 있었어요.

Q <달과 6펜스> 어떤 작품인가.

- 일단 우리 작품 <달과 6펜스>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원작 소설책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에요.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달' 모리스와 달을 쫓는, 달이 되고 싶어 하는 '6펜스' 유안의 이야기죠. 답이 없다는 예술이라는 세계관이 서로 부딪히는 작품이죠.

Q 극 중 '모리스'라는 배역을 맡았다.

- 제가 맡은 '모리스'는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에 걸치고 있는 인상파와 추상파 사이의 인물이에요. 그는 그림을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예술가, 화가를 무시해요. 이들의 그림은 판에 박힌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모리스는 그림은 단순하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거든요. 캔버스를 통해 한순간, 그 찰나를 담아내기 위해 살고 있는 인물입니다.

Q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티브를 얻거나 영감을 얻었던 부분이 있나

- 그림이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는 넷플릭스의 영화 '벨벳 버즈소'를 보면서 많이 가져왔던 것 같아요. 제가 넷플릭스를 좋아해서 쉴 때마다 자주 보는데, 우연하게 봤던 영화인데 거기서 나오는 화가가 모리스와 비슷한 분위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통해 영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모리스라는 인물 자체가 화가이고 순수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영감을 통해서 감정을 디벨롭 해야되고 이게 충돌을 일으켜야 하는데 이걸 이해하는 과정이 조금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이걸 이해하고 공감하고 표현하고 표출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노력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처음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 맞아요. 제가 사실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라서 작품을 처음 맡았을 때, 겁을 많이 먹었죠. 그런데 모리스라는 캐릭터가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 누구의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감정들 이야기를 명확히 그려낸다는 점을 착안해, 지금은 정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br>

Q 뮤지컬 <달과 6펜스> 추천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 글쎄요. 사실 다른 작품을 할 때는 딱 '이거다'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었는데, 지금은 고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이런 느낌을 받거든요. 다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하나만 꼽아보자면, 극 중 모리스와 유안이 달의 세계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을 관객분들이 보실 때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 장면을 많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Q 이번 작품을 맡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 앞서 했던 질문들이랑 비슷한 부분인 것 같아요. 우리 작품이 쉽지 않은 작품이거든요. 화가들의 철학도 담겨있고, 대사나 장면, 가사에 있어서 비유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담겨있어요. 그래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그리고 첫 리딩을 가졌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모두가 많이 고민했죠. 직설적인 대사나 멘트였다면 큰 걱정이 없었을 텐데 비유적이고 철학적이기 때문에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렇지만 배우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단순한 텍스트를 읽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배우이기 때문에 더욱더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고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은 대화와 연습을 통해 영감을 얻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공부를 해야 했던 작품이었고, 지금도 해야 되는 작품이고 끝날 때까지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은 작품인 것 같아요.(웃음)

Q 보름간 공연이 올라갔다. 기억에 남는 실수나 에피소드가 있을까

- 제가 공연에 올라가서는 특별하게 실수를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실수는 아닌데 디테일적인 부분들에 있어서 매 공연마다 조금씩 바꾸는 건 있어요. 제 캐릭터 자체가 화가이긴 하지만 붓으로도 그림을 그리고, 어느 날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든요. 아.. 극 중간에 "손을 뻗어, 붓을 들어. 너를 그려봐"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때 제가 붓을 들기 싫은 날이었던 거죠. 제가 붓을 안 들고 그리고 있는데 이 말이 나오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멈추지 마 손을 뻗어. 너를 그려봐" 이렇게 가사를 바꿔 불렀어요. 그때 공연을 보신 관객분이 이걸 캐치하셔서 물어보셔서 답해줬던 기억이 있어요. 그만큼 제가 여태까지 맡았던 캐릭터와 다르게 감각적이고, 그 영감에 대해서 빨려 들어가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매 순간순간 실수는 아니지만 캐릭터를 한정시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큰 틀 안에서 약속은 어쩔 수 없지만, 그때그때 이 공연이 풍기는 냄새를 쫓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