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배우 박란주 "아랑가 속 아랑은 새로운 도전이었죠"
[인터뷰①] 배우 박란주 "아랑가 속 아랑은 새로운 도전이었죠"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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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아랑가'에 출연하는 배우 박란주,
달처럼 누군가를 따듯하게 비춰주고, 포용해주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아랑은 많은 것을 포용해야 하는 넓은 그릇을 가진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 대가 없는 사랑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삼국사기(三國史記)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각색과 연출을 통해 뮤지컬과 창극을 하나로 엮어낸 작품이 있다. 뮤지컬 <아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설화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젊은 창작 진들의 상상력이 총동원된 이번 작품은 475년 을묘년 백제의 개로왕과 도미 장군 그리고 그의 아내 아랑, 아랑을 둘러싼 두 남자 개로와 도미의 애절한 인생과 사랑이 담겼다.

지난 2016년 초연 이후 팬들의 끊임없는 재연 요청에 힘입어, 올해 재연으로 다시 찾아왔다. 김가람 작가, 이한밀 작곡가, 이대웅 연출은 초연 때 부족했던 부분들을 수정하고 캐릭터들 간의 접점, 연결선 등을 강조하는 등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 초연 관객들뿐만 아니라 처음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시선까지 집중시켰다.

지난 2월 1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쉴 틈 없이 달려온 뮤지컬 <아랑가>는 이제 마지막 공연까지 단 보름 정도의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살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뮤지컬 <아랑가>의 주인공 아랑 역을 맡은 배우 박란주를 만났다. '달'과 같은 아랑이 되고자 한다는 박란주와 대학로 인근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Q 반갑다. 공연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나

- 잘하고 있어요. 지금은 제가 텀이 조금 생겨서, 마지막 공연까지 후회 없이 하기 위해 체력을 보충하고 있어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쉬었던 것 같아요. 밀렸던 예능 프로그램도 봤어요. 제가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도 만났고요.

Q 마지막 공연이 다가오고 있다.

- 맞아요. 제가 이번 공연은 이한밀 작곡가님을 통해 알게 됐었거든요. 그전에 같이 작업을 했던 작곡가님이셨는데, 정말 영광스럽게도 이번 작품 재연을 하는 과정에서 같이 가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해주셔서 도전을 했던 거거든요.

Q 그때 본 작품은 어땠나

- 정말 좋았어요. 시놉도 대본도 한눈에 다 들어왔었죠. 곡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그리고 초연 영상을 구해서 볼 수 있었는데, 이 작품 '아랑'이라는 배역이 나한테 도전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안 해봤던 색감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배역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Q <아랑가>는 어떤 뮤지컬인 것 같나

- 일단 뮤지컬 <아랑가>는 판소리와 뮤지컬이 합쳐진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중에서 유일한 작품이죠. 기존에 실존하던 도미와 개로왕의 이야기에 작가님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했어요. 여기에 작곡가님을 비롯해 연주자분들이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악기의 음색을 자연스럽게 엮어내서 정말 눈과 귀를 사로잡는 작품이 됐죠.

Q 주인공 '아랑' 역을 맡았다. '박란주'가 생각하는 아랑은 어떤 인물일까.

- 아랑이는 나무 같기도, 달 같기도 한 인물이에요. 이번에 작품에 참여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연출가 님이랑 최연우 배우님이랑 같이 콘셉트 잡는데 엄청난 시간을 쏟았어요. 그렇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아랑에게 '비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커다란 나무'와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비춰줄 수 있는 달'이라는 콘셉트를 잡게 됐죠. 그래서 초연 때는 '단면적인' 여성인 아랑이었다면, 지금은 나무 그리고 달과 같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능동적인 아랑으로 변할 수 있었어요. 단순하게 누구의 아내, 누가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도미의 아내로, 나라를 생각하는 충신의 여인으로, 누군가에게는 엄마와도 같은 존재가 되는 것처럼 다양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앞서 말했듯이 달이 주는 이미지가 차갑기도 하지만, 따뜻하고 무언가를 포용해주는 그런 이미지다.

- 맞아요. 그래서 이러한 이미지를 캐릭터에 입히는 과정에서 같은 배역을 맡은 연우 배우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같은 배역이니까 서로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더 좋은 장면을 만들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몰랐던 부분들을 많이 알려주셔서 달이라는 이미지를 많이 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랑은 많은 것을 포용해야 하는 넓은 그릇을 가진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 대가 없는 사랑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아랑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남편 도미와 백제의 왕 개로, 박란주가 바라보는 두 사람은 정말 다를 것 같다.

- 많이 달라요. 저도 느끼는 부분이고, 많은 관객분들도 느끼실 테지만 많이 답답하죠. 지금의 제가 바라보는 그 시대상은 정말 답답해요. 어느 면에 있어서는 아랑이라는 인물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죠. 도미는 그냥 바보 같은 사람 같아요. 바보 같은 남자요. 개로왕은 나쁜 사람이죠. 나쁜 왕이에요.(웃음) 아랑의 입장으로 봤을 때는 개로왕은 안타까운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고, 말하지 못했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꿈에 나왔던 한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마음을 열죠. 그리고 꿈에서 깨고 나니 꿈속의 그녀가 충신의 아내였던 상황. 물론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로의 서사를 봤을 때 안타깝고 안쓰러운 사람인 것 같았어요. 남편인 도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끝까지 사랑할 사람'이죠. 백제를 향한 마음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과 크기가 크던 작던 상관없이 아랑은 그를 사랑할 것 같고, 사랑하고 있죠.

 

Q 만약 정말 극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단 한 명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 아무래도 제가 아랑이니까, 아랑을 잡아야겠죠?(웃음) 아랑을 많이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랑을 잡아야죠. 그런데 개로왕을 끝까지 안 잡을 것 같아요. 개로한테는 미안하지만요.

Q <아랑가> 공연에서 아랑을 제외하고 다른 배역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면 어떤 배역을 맡아보고 싶나.

- 제가 능력이 된다면 도창 역을 맡고 싶어요. 정말 능력이 된다면요. 도창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배역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신비로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목이 허락한다면, 이 배역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Q 작품이 올라가고 나서 현재까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뭐가 있을까

- 일단 초반 작업할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연출님이 생각하고 계신 콘셉트와 방향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만들었거든요. 연출님이 생각하는 이야기와 배우들이 생각하는 이야기, 그리고 템포를 맞추는데 오랜 시간 준비했고 더욱 완벽하게 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했어요. 공연을 앞두고 내 것이 되고 나서부터는 편해진 것 같아요. 이해도도 높아졌고, 애착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Q 공연 중 실수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 사실 실수는 종종 하거든요. 안 하고 싶지만 아주 가끔 대사 실수나 가사 실수를 할 때가 있어요. 집중을 하고 있어도 어느 순간 화이트아웃이 될 때가 있거든요. 요즘 유독 잦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큰 건 아닌데, 제가 이번 시력이 많이 안 좋거든요. 그전까지만 해도 제가 시력이 안 좋아도 렌즈를 안 꼈는데 이번 공연 때는 렌즈는 끼고 하고 있어요. 렌즈를 끼고 처음 공연을 하고 있는데, 공연 중간에 (초반부였거든요) 렌즈가 빠졌어요. 이걸 또 살려보겠다고 떨어지는 렌즈는 움켜지고 연기를 계속했었거든요. 그런데 다음 장면이 바닥을 짚으면서 연기를 해야 되는 장면인 거예요. 한 쪽은 다 피고 한쪽은 주먹을 쥐고 할 수가 없어서, 주먹을 쥐고 연기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뿔싸. 다음 장면이 기어가야 되는 장면이었어요. 기어가야 하는데 주먹을 쥐고 가는 게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렌즈를 두고 기어갔죠. 렌즈는 어떻게 됐냐고요? 공연이 끝나고 무대감독님께서 렌즈를 주시면서 '운명했다'라고 말해주셨어요. 아 이날 2회차 공연도 있었거든요. 그때는 렌즈를 빼고 했어요. 이때 정말 힘들었어요. 보이던 게 안 보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답니다.

Q 뮤지컬 <사랑가>에서 안 보면 후회하는 장면, 넘버가 있다면?

- 절대 빠져선 안되는 넘버는 '백제의 태양'이요. 도미 장군이 국경에 가서 폐허가 된 백제와 많은 백성들의 죽음을 보고, 도창과 함께 이끌어나가는 장면에서 부르는 곡이에요. 그 장면이 진짜 기가 막혀요. 이 장면이 우리 작품에서 가장 <아랑가> 답다는 넘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절대 빠져선 안되죠. 정말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볼 때마다 가슴이 절절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장면, 이 넘버는 정말 꼭 보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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